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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5 22:53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대한민국 시위문화
조회 수 772 추천 수 0 댓글 0
요즘 대한민국의 시위 소식을 접하다 보면 도대체 지금이 2009년도가 맞는지, 저 곳이 과연 선진국, 민주주의 국가라는 우리 대한민국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혹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영국을 비롯, 소위 선진국들이 이 같은 사실을 접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마저 든다. 이번 대전 민주노총 시위 현장에서 부상을 입은 서울경찰청 소속의 한 의경이 실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그것이 정말 흉기로 분류되는 죽’창’인지, 아니면 단순한 죽’봉’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지만, 어쨌든 해당 도구(?)에 안면을 찔려 눈동자 아래뼈가 부서졌다고 한다. 죽창, 죽봉 논란을 떠나서 이제 21세에 불과한, 더구나 자의도 아니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가 이 같은 끔찍한 변을 당한 이 청년은 대체 어디서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평범한 젊은이를 실명시키는 것 이상으로 얼마나 더 중요한 일이 있기에 이러한 사태를 초래하는가? 시위대만을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실명 위기에 처한 의경은 안면 부위를 투명 아크릴로 덮은 신형 방석모를 착용했다면 이 같은 부상을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그가 지급받은 것은 철망으로 된 구식 방석모였다. 심지어 시위 진압에 투입된 의경들 중 상당수는 정식 진압복도 착용하지 않고 일반 교통 근무복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은 지휘한 대전지방경찰청의 유태열 청장은 그저 "현장을 지휘했던 책임자로서 가슴이 아프고, 참담한 심정이다, 다시는 전.의경들이 다치는 일이 없어야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렇게 틀에 박힌 사과 몇 마디로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은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다. 시위에 나선 민노총 역시 죽창이든 죽봉이든, 이 같은 위험한 도구를 사전에 준비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시위대의 형, 동생이 의경으로 복무 중 시위 진압에 나섰더라도 그렇게 죽창이든 죽봉을 의경들의 안면에 휘둘렀을까? 이 같은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이어지는 반응 역시 한결같다. 정부는 정부대로 이렇게 진압대가 위협을 당하는 상황이니, 아예 시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시위대 측은 시위를 못하게 하니 어쩔 수 없으며, 항상 진압하는 쪽에서 먼저 폭력을 휘둘러서 반격하다 보니 벌어진 사고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그 와중에 대중들은 진압대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위를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과, 그렇다고 시위를 금지하면 그것은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입장으로 나뉘어 설전을 벌인다. 또, 진압대의 부상만 부각될 뿐, 시위대의 부상에는 왜 조용하느냐고 항변하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이 어리석은 소용돌이 속에서 결국 최후의 승리자(?)는 시위대의 의견을 묵살하고픈 이들, 또 진압대의 안전을 핑계로 시위 자체를 금지하고픈 이들일 뿐이다.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시위대는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지 못하고, 진압대는 생명을 담보로 위험에 내몰리며, 이 광경을 목격하는 국민들은 답답할 뿐이다.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 못지않게 더 많은 시위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죽봉이나 화염병이 등장했다는 얘기는 좀처럼 듣기 어렵다. 시위를 하는 쪽이나, 시위를 진압하는 쪽이나 지킬 것을 지키기 때문이다. 사실, 선진국에서는 시위를 진압한다기 보다 시위를 관리(?) 한다고 보는 편이 옳겠다. 시위대를 해산시키려는 목적이 아닌, 시위대가 정해진 규칙을 따라 시위를 할 수 있도록 오히려 보조하고, 한편으로는 시민들이 시위를 방해하거나 아니면 시민들이 시위로 인해 피해를 겪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만이 있을 뿐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정부는 역시나 도심에서의 대규모 시위를 원천적으로 불허하고 불법 시위자는 철저하게 추적해 사법처리하겠다고 발표하는, 정치적인(?) 대응을 하고 나섰다. 이들은 사실 진압대의 부상이나 시민들의 안전에는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다만, 시위 자체를 금지하고 싶던 차에 좋은 기회를 얻었을 뿐. 민주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이를 ‘감정에 격해 헌법도 무시한 강경대응 일변도로 제출된 대책’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으나, 죽창이든 죽봉이든 도구를 사용해 진압대에 부상을 입힌 그들 역시 감정에 격해 저지른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반성이나 사과의 기미가 없다. 헌법으로 보장된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는 동시에 시위대든 진압대는 지킬 것은 지켜지는 성숙한 시위문화가 대한민국에 자리잡는 그 날이 대체 언제끔에나 오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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