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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9 02:32
미디어법 처리 과정의 비민주성
조회 수 732 추천 수 0 댓글 0
29년 전 대한민국의 공중파는 한 번 사망 선고를 받았다. 전두환 정권의 서슬 아래 민영 방송들이 정권에 장악되었고, 그 뒤로 8년 간 우리는 땡전 뉴스라는 희한한 신조어에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KBS2 TV나 MBC 방송지분 배분의 구조적 모순성은 바로 이 시기에서 비롯한다. 언론 권력을 장악하는 것만이 대국민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군부 정권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방송에 투입되는 거대자본의 속성상 한 번 고착화된 제도는 쉽사리 바뀌지 않았고, 구성원들의 각성과 자정 노력, 수많은 방송인들의 개혁에 대한 의지가 결실을 맺은 뒤에야 비로소 방송은 제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방송 자체가 권력의 앵무새에 불과했었다는 과거는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방송에 손을 대려는 그 어떤 시도도 그 의도에 근원적인 불신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따라서 방송개혁이란 단어는 일종의 금기에 가까웠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방송 개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시도했던 미디어법 개정은 태생부터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중동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은 현 정권에게 있어서 이 신문사들이 방송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은 일종의 권력독점의 시도로 비춰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국민에게마저 속시원히 그 내용을 알리지 않았던 태도로 인해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오죽하면 나경원 의원이 자신의 입으로 '국민들이 내용을 잘 모를 것이다'라고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무기는 바로 '군부독재 잔재 29년 청산'이라는 명분이었다. 한나라당은 이미 이슈 자체를 선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난 주 있었던 국회 표결과정은 과연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적 가치와 토론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있는 민주정당인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우선 정말 미디어법은 한나라당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처리가 필요할만큼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였던가? 중산층이 붕괴되고 서민층은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가운데 고용없는 성장만을 이어가려는 기업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과연 어떤 목소리를 내었는가? 미디어법은 국회법에 명기된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무작정 사회봉을 휘두를만큼 시급한 이슈는 분명 아니었다. 국가의 운명이 걸린 사안일수록 더욱 신중하고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줄곧 언제가 마지노선이다라는, 협상의 기본조차 무시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반면 민주당 역시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 민주당의 반대 역시 근본적으로 보면 한나라당의 논리와 같다. 자신에게 좀더 유리한 방송의 영역을 온존하고자 하는 시도인 것이다. 한여름 찌는 더위에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쌍용차 문제는 뒷전인 채 의원으로서의 책무마저 포기하겠다는 것은 누가봐도 역사의 우스겟거리로 남을 것이다. 서민정당을 표방하던 그들이 의원직을 내던졌어야 할 사안은 지난 용산 참사와 이번 쌍용차 대량 해고 사건임이 분명하다.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만 목숨거는 야당의 태도 역시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미디어법은 결국 헌재의 판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에 따라 두 당의 명운은 갈라질게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이 정당들이 우리 사회의 민주적 가치들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려고 노력하는 '제대로된' 정당인가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미디어법을 처리하면서 보여준 두 당의 작태는 민주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의회의 역할을 뿌리채 흔드는 것임에 틀림없다. 자유로운 민의의 표출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 그리고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에 대한 해결책 모색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다시 되돌아가길 바란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전 영국 한인대표신문 한인신문,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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