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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에서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무기 수출 금지조치를 북한에 내렸다. 비록 북한이 이 결의를 인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모든 회원국은 이런 결의를 지켜야만 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주요한 루트가 막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개성공단과 중국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던 북한으로서는 이러한 경제적 제재들이 가져오는 결과들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이 북미 대화에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즈워즈 특사의 방북도 어쩌면 이러한 절박감이 극에 달할 시점을 파악하고 접근한 것일 거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북한의 절박한 심정이 잘 드러나는 사건이 바로 며칠 전 발생했다. 태국이 지난 12일 미사일과 로켓포탄 등 북한산 무기 35톤을 실은 그루지야 국적의 수송기를 억류한 것이다. 지난 8-10일 사이에 평양을 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수송기는 재급유를 위해 지난 12일 태국의 동무앙 공항에 착륙했다가 태국 정부에 전달된 미국발 첩보로 인해 무기 적재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다. 특히 이 수송기에 실린 무기들 중에는 북한제 첨단 미사일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미국이 이 수송기의 항적을 추적한 결정적 이유일 것이다.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역시 미국의 북한 핵폐기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이다. 보즈워드 특사를 파견하기로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이미 특사 방문 성사일 이전에 출발한 수송기에 대한 감시도 철저히 수행했다는 것은, 미국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미 북한의 무기 수출은 수 차례의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지난 8월 아랍에미리트에서 북한제 미사일을 싣고 이란으로 향하던 호주 선박이 압류됐고, 6월에는 북한 강남 1호가 미얀마 해역으로 항해 중 미국 군함의 추적을 받아 결국 다시 북한으로 되돌아 간 사건도 있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보여주는 것은 바로 북한이 유일한 선택지는 6자회담으로의 복귀와 핵폐기임을 미국이 상징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이번 사건에 관한 보고서가 향후 45일 안에 유엔 제재위원회에 제출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위원회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고 또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북한을 둘러싼 제반 문제에 상당한 변동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우선 과거 방콕델타아시아(BDA) 자산 동결 사태처럼 북한이 전면적인 대화 철수와 극단적 갈등 구조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이제까지 쌓여온 대화의 실마리가 송두리째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미국이 어느 정도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북한의 체면을 살려준다면 이번 사건이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단순한 상징적 의미로만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으로 앞으로 한 차례 더 북-미간 고위급 회담이 열릴 것이 분명하다. 이 자리는 분명 좀 더 실효적인 협상들이 오고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6자 회담의 성과는 여러 돌발사태에 흔들리지 말고 신뢰를 유지함으로써만 이루어질 수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건을 원칙적으로 처리하되 갈등을 크게 증폭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여러 모로 유리할 것이다. 또한 북한 역시 적극적인 대화 외에는 더 이상 다른 선택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여야 할 것읻이다. 이미 국제 사회의 눈은 북한의 일거수일투족 모두에 쏠려 있다. 미국은 녹록한 상대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도 이번 사태에 분명한 기준과 원칙으로 응대하여야 할 것이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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