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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9 23:35
노무현 대통령의 인터넷 댓글
조회 수 962 추천 수 0 댓글 0
지금 한국은 정보 소통의 혁명이 진행되는 와중에 있으며,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정보기술(IT)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래서인지 노무현 대통령도 정보화시대 국정(國政)의 첨병을 자처하고 있는 것 같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바쁜 중에도 짬을 내 서너 개의 댓글을 정부 정책 홍보사이트 ‘국정브리핑’에 올렸고, 또 이번 황우석 교수 논문 진위 문제에 관해서도 시기적절(?)한 시기에 댓글을 달아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국가의 여러 부분에 두루 관심을 가지는 '합리적 의사소통의 구현'으로서의 지도자일까, 아니면 작은 일에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일까. 대통령이 인터넷을 통해 댓글을 단다고 해서 국정을 소홀히 한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진의가 담겨 있는 대통령의 소통 행위인 만큼 국정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이라고 해서 작은 데에 관심을 가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청와대를 궁금해하는 초등학생의 간절한 소원을 담은 편지를 받고 그 소원을 들어 주기로 했다거나, 대통령 할아버지에게서 글을 받아 보고 싶어 하는 산간벽지 학생의 간절한 편지에 애정 어린 답장을 했다면, 잔잔한 감동의 물결로 다가왔을 듯하다. 그런데 이번처럼 집중적으로 올려지는 대통령의 댓글에 대해서는 왜 시선이 곱지 못한가. 문제는 내용에 있다. 국정브리핑에 올린 댓글 3개는 모두 언론 보도에 대한 공무원의 반박을 격려한 내용이고 그 뒤에 이어진 댓글은 자신을 칭찬한 데 대한 감사 댓글이다. 황우석 교수의 난자채취의 비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과로 진위 문제는 과학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아무도 몰랐던 '진위 내용에 대한 내용이 있다'는 댓글로 국민 여론의 불씨를 지폈다. 그 내용을 보면 화해와 통합보다는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을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대통령이 ‘이해 절충자’보다는 ‘이해 당사자’로 나선 듯한 모습이다. 과연 대통령까지 국정홍보 전면에 나서야 할만큼 절박한 사연이 있는 것일까. 또 어쩌면 논란의 제 삼자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꼭 나서서 의견을 표현했어야만 했을까? 그런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통령의 사신(私信)정치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이러한 댓글들이 좌충우돌하고 있다 . 황우석 교수와 MBC TV ‘PD 수첩’팀의 터무니없는 싸움에 대통령이 끼어들어 낭패를 보기가 무섭게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 은 최근 있은 조선대 특강에서 근거 없는 피해 의식과 일방적인 공격심리가 뒤섞인 폭언을 쏟아내 구설수에 올라 있다. 무분별한 끼어들기와 폭언들이 뒤범벅되어 대한민국 정치가 막말의 난장 굿거리판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이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으로 이병완 비서실장의 강연을 재구성해 보면 “우리 사회의 사회적 갈등과 반목은 기득권 가진 자의 도덕적 타락과 방종에 기인하고, 노무현 정권의 지지도 하락은 노정권을 인정할 수 없는 본질적인 '비토세력’ 때문이며, 국민의 정부 에서 권력의 금단현상에 떨던 보수를 가장한 수구,극우세력이 지금은 권력의 착란증세를 보이며 2007년 권력을 되찾기 위해 총동원령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이제 역색깔론이라 해도 무방할 듯 싶다. 이실장의 강연은 오히려 노 대통령이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최소한의 권위마저도 손상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 국무총리와 홍보수석에다 비서실장까지 가세한 ‘노(盧)비어천가 ’ 트리오의 소음은 결국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원성을 더 높일 뿐이다. 연정론 때의 29% 지지율이 지금은 18%로 떨어지지 않았는가? 결국 대통령의 가벼운 의견 한마디가 정부의 전반적인 가벼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민주적 리더십은 무조건적인 탈권위가 아니라 분별력으로 절제된 권력, 제압이나 매도가 아닌 ‘수범’과 ‘설득’의 능력, 그리고 위선이나 응석이 아닌 결연하나 포용적인 방식이 뒷받침될 때 통치의 힘을 발휘한다. 마키아벨리는 최악의 지도자 유형으로 ‘국민으로부터 경멸받는 사람’으로 분류했다. 국민의 지도자에 대한 경멸은 ‘무능’으로부터 연원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정치에 있어서 최대의 타락은 지도자의 무능”이라고 갈파했다. 이 시점에서 노 대통령과 권부의 실세는 마키아벨리의 경구를 곱씹고 심기일전해야 한다. 정권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의 자존심 을 위해서,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조소받고 경멸받는 지경에, 그래서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공포에 근거한 독재’, ‘국민으로 부터 미움을 사는 부패’보다도 더 저열한, 무능과 가벼움에 대한 조소에 빠지기를 원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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