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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은 전망 부재(不在)의 상태에 있다. 기존의 보수와 진보는 한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할만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보수는 반대할 줄만 알지 지향점을 밝히고 그에 이르는 구체적 방략(方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는 집권했으면서도 별 성과는 내지 못하고 ‘민족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바꾸고 달리 해석하려고 듦으로써 분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이 처한 더 큰 딜레마는 보수와 진보 사이에 소통의 길이 막혀있다는 점이다. 보수와 진보는 사회를 구성하는 두 축이다. 두 진영이 서로 경쟁하면서 생산적 대화를 나눌 때 사회는 발전한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서로 할 말만 늘어놓고 들으려고는 하지 않는 귀머거리의 대화를 나누고 있을 뿐이다.
‘뉴라이트(New Right)’는 한국이 직면한 이러한 두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출현한 것이다. 보수에게 전망과 대안을 안겨주면서 진보에게도 자기 혁신을 통해 생산적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요구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뉴라이트이다. 이 점에서 진보의 혁신을 내세운 ‘좋은 정책포럼’이나 ‘세교연구소’ 같은 싱크탱크의 출범은 뉴라이트 입장에서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들은 그 동안 진보 진영에서 별로 환영받지 못한 ‘시장’ ‘글로벌화’ ‘성장’ ‘인권’ 등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적극 발언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개념들에 대해 무조건적 반대가 아니라 실현가능한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에서 이들은 한국적 의미에서의 새로운 진보, 즉 뉴라이트에 맞서는 ‘뉴레프트(New Left)’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은 뉴레프트의 출범식에서 민주주의 부족에 대한 걱정은 들을 수 있었으나 자유주의 결여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한국의 보수와 진보가 공히 직면한 딜레마는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뉴라이트의 기본입장이다.
기존의 보수와 진보는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에 관해 아전인수(我田引水)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진보는 경제적 자유 확대의 효율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그로 인한 부작용에만 주목했으며, 국내 차원에서는 정치적 자유의 확대를 요구하다가도 민족(북한)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보수는 국가 의존에서 시장 주도로 발 빠르게 변신했지만 여전히 정경유착의 악습을 버리지 못했고, 북한에 대해서는 정치적 자유의 확대를 주장하면서 국내에서는 그것의 확대에 대해 유보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자가당착은 양 진영이 자유주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자유주의에 대한 인식을 보다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 보수는 투명성 부족을 해소해야 하고, 국가보안법의 도움 없이도 자생력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진보는 시장의 효율성과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민족 앞에서도 자유가 위축되지 않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럴 때 양 진영은 뉴라이트와 뉴레프트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뉴레프트의 등장을 환영하면서, 그들이 민주주의 지상(至上)의 사고에서 벗어나 자유주의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기를 기대한다. 이제 자유주의는 보수와 진보, 남한과 북한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위기에 봉착한 남한의 민주주의를 올바른 방향으로 심화시키기 위해서도,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기 위해서도 자유주의의 문제를 숙고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민주주의뿐 아니라 자유주의도 ‘미완(未完)의 기획(project)’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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