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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5 19:02
소통의 한국 정치학
조회 수 941 추천 수 2 댓글 0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평통 발언을 둘러싼 범여권 내부의 분란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많은 사람들을 더욱 더 우울과 시름의 늪에 빠뜨렸다. 당초 주요 언론을 통해 일제히 보도된 키워드들은 그야말로 경악 그 자체였다. 고건 전 총리 기용이 '결국 인사실패였고',김근태 정동영씨를 내각에 기용한 '링컨식 포용인사도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고 말았다' 했고,'자기 나라 군대,작전 통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나 참모총장이오,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긴가'라고 말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신중하고 또 너무나 신중하기로 이름난 고건씨가 발끈해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국무총리로 복무했던 정부에 화살을 돌리고 청와대와 설전(舌戰)을 벌이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다른 한편에서는 전 국방장관 등 역대 군 수뇌부들이 긴급회동해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라는 이른바 '군대발언'과 관련해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 전문(全文)은 당초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상당한 다른 뉘앙스가 있었다. 문맥상 보기에 따라 또는 그 전체적인 뜻을 좋게 받아들이면,그렇게 일방적으로 매도당할 만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한 논객의 입장에서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주장이자 문제제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대한민국 국민 통합의 상징인 대통령의 발언이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다. 더욱이 거기 사용된 키워드와 비유들 중에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꼬투리를 잡아 왜곡시키거나 매도(罵倒)의 빌미가 될 만한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사사건건 정부에 비판적인 보수언론사들이 그 점을 놓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런 마음을 먹고 매도하기 시작했다. 돌아보면,일이 이렇게 돌아간 게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생각이 든다. 그러니 우발적인 게 아니라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자극을 한 게 아니냐는 음모론적 시각이 고개를 들기도 했던 것이다. 노 대통령 스스로 '표현 과정에서 좀 절제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이리저리 시비에 휘말려 미안하다'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으나,유감스럽게도 한번 쏟아진 말은 다시 주워 담기 어렵다. 출범 이래 내내 참여정부를 괴롭혔던 정치적 소통의 왜곡 현상이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정책 실패에 직면하면 보수언론의 행패와 야당의 비협조를 탓하고 그로 인한 불만을 토로하다 또 다른 논란과 물의를 빚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어쩌면 이렇게 분하고 억울할 데가 있는가,울분은 깊어가고 터질 날만 기다린다. 참여정부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면,그것은 보수언론이나 야당의 사보타주와 왜곡 때문만은 아니다. 그때그때 정책으로 승부해 성과를 얻는데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을 들였던 부동산정책은 결국 집값만 올려놓고 말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법개혁 등 주요 개혁입법들이 야당의 협조 거부로 국회에서 썩고 있는데,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협상에 얼마나 성의를 다했는지 반성해 볼 때이다. 야당이 이들 주요 개혁법안들을 사학법 재개정과 연계시킨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대다수 종교계에서 반발하는 것을 끝내 외면하는 것도 올바른 처사는 아니다. 선심정책 의혹을 불사하면서까지 지금 이 시점에서 군복무기간 단축방침을 표명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온당한 일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런 저런 정책들을 꺼내 기울어가는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도 위험천만이다. 임기를 넘어 책임질 수 없는 정책들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오히려 정책혼선이 가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출범 당시 성공보다는 실패의 가능성이 더 우려됐던 것이 사실이다. 소통의 왜곡은 처음부터 예정돼 있었다.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쩌면 임기가 끝날 때까지도 무망(無望)한 일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인내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들을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침착하게 마무리해서,소통의 문고리를 열고 상심한 국민을 달래줘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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