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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6 19:40
석궁사건과 사법의 권위
조회 수 1117 추천 수 0 댓글 0
법관은 가장 선망받는 직업의 하나다. 법과 정의를 실현시키는 직책에 대한 사회적 존경, 직무수행에 있어서의 전문성과 독립성, 퇴직 후에도 변호사 활동을 통해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우수한 인재들 가운데서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엘리트라는 인식 등이 법관을 선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법관에 대한 선망과 존중은 사법부에 대한 존중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최근 법관에 대한 선망과 존중은 예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사회적 가치가 다원화됨으로써 법관 이상으로 선망되는 직업이 많이 출현했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법관 내지 사법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점과 각종 사법비리의 경험이 법관 및 사법부에 대한 실망과 불신, 불만으로 연결됐던 점도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법관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높아지는 것은 법과 법치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테러사건은(테러의 주관적 동기 내지 개인적 억울함의 문제를 떠나)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불만이 법관에 대한 테러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권위 및 법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심각한 위기의 징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사건 이전에도 사법부의 권위가 실추될 징후는 여러 차례 확인될 수 있었다. 대법원장의 임명과 관련한 코드인사 논란, 법원과 검찰 사이의 갈등과 대립 및 그 과정에서 오갔던 적나라한 표현들이 이미 전통적인 사법부의 권위가 많이 실추됐음을 보여줬던 것이다. 더구나 법정에서 방청객들이 소동을 벌이는 일마저 반복되면서 법관 및 사법부의 위상은 하락일로에 있었다. 이러한 변화가 탈권위의 민주화시대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과연 우리는 법이 없는 사회, 질서가 없는 사회를 생각할 수 있을까. 만일 법의 권위가 실추되고 법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러한 법이 법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법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법관의 권위, 법원의 권위 없이 법의 권위가 확립될 수 있을까. 법관에 대한 테러를 일회성 해프닝으로 넘겨버릴 수도 있다. 유사한 상황이라 해도 법원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담당법관에게 테러를 가하려는 생각을 갖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사회적 원인을 규명하지 않은 채, 단지 행위자의 특수한 성격이나 상황만을 문제 삼아 사건을 미봉할 경우에는 보다 큰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될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재발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 더구나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사건에 대한 민감한 문제들이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지고, 그 판결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폭발할 경우에는 사법부의 권위가 실추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칫하면 사법부의 기능마비로까지도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전적인 고민과 대책이 필요하다. 바닷물 한 방울로 바다 전체의 짠맛을 알 수 있듯이, 이 사건 하나를 통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확한 현실인식에 기초하여 문제의 근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해결의 방향은 명백하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사법의 권위를 다시 세워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사법의 권위는 사법적 판단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판결,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었다면 이 사건이 이처럼 주목받지 않을 수 있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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