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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무죄에 나타난 수사법, 그리고 사회



  보통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이기에 얼마만큼은 진실이나 또 얼마만큼은 진실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오류투성이고 수많은 암호화 과정과 복호화 과정을 거치기 일쑤다.

글로 정제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그저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기 조금 수월해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때론 언어가 인간 사이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막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언어의 모순성이 나타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화자(話者)와 청자(聽者)가 자신의 외부를 인지하는

방식이 다르기때문이다. 예를 들어 잔잔한 수면이 누군가에게는 평온함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또 어떤이에게

는 공포 그 자체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언어적 기호나 상징은 꽤나 개인적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유형성을 가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사소통이란 사실이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데 있다.

  이런 언어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실례가 바로 '공익'이다.

이 단어에 내포되어 있는 수많은 의미들은 어쩌면 근대 사회 형성과 관련한 방대한 양의 저작들을

참고하는 것으로도 부족할 지 모른다.

'공공'이 포함하는 집단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에서부터 '이익'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 자체가

바로 그 사회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작업이 된다. 과연 공공이란 모든 사회적 차이와 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인가?

또 이익이란 물질적이고 구체적인 것인가 혹은 정신적인 영역까지도 포함하는 것인가?

한 사회의 도덕적 가치가 이익이 될 수 있다면 과연 그 도덕적 가치는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가?

이런 수많은 질문들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공익이란 단어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사용될 때 언어는 바로 폭력이 된다.

즉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일방적 가치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그런 폭력이 현실세계에 어떻게 존재해 왔는지 목격했다.

일명 '미네르바' 사건이다.

미네르바 사건은 사실 간단하게 정의될 수 있다.미네르바라는 필명의 한 개인에게 국가 집단이 가한 폭력이다.

논리 역시 간단하다. 다른 세계관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세계관을 가진 것이 과연 실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혹자는 '혹세무민'이라고 칭한다. 또 검찰은 '공공의 이익을 현저히 해친' 일이라 치부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가 공권력이 엄정하고 객관적인 논리를 상실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사용한 언어는 직유나 은유와 같은 수사법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법적 결정 과정에서는 전혀 참고할만한 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즉 개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 정도로는

한 개인의 세계관과 현실 세계의 인과관계를 연결할만한 잣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구체적인 행동뿐이다

.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행동의 자유가 헌법적 해석에 있어서 다른 위상을 가지는 이유다.

따라서 법원이 무죄를 결정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다.

결국 이 사건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로이터통신은 미네르바 구속을 '희한한 뉴스(Oddly Enough)'라고 소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에 표현의 자유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박씨 구속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 한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자유로운 세상에서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일어난다. 반대로 검열이 있는 세상에서는 온갖 수사법이 횡행하

기 마련이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탄생한 시인들이 거둔 미학적 성과는 한국 문학사에 있어 일대 혁명이라

할 정도다. 반면 지금 공권력이 보여주는 수사법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유로운 세상을 통제할 유일한 방법은 오히려 의미를 감추고 왜곡하는 길 뿐일 것이다.

즉 그렇다면, 이번 미네르바 사건에 임하는 검찰의 자세는 사상통제임이 분명하다.

그것이 아니라면, 검사들은 과거 봉건시대에나 존재하던 자의적 통치권의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하는

'신고전주의자(?)'임에 틀림없다.

  이 사건은 결국 우리 사회가 어느 상태에 있는가를 극명히 보여준다.

자유주의로 가는 과정에 여전히 부적응자로 남아 있는 공권력의 유치함과, 사회적 신뢰와 합의, 그리고

건전한 토론과정을 여전히 쌓아가지 못하고 '황우석 사태'와 같은 쏠림현상을 지속하는 대중 사회의 모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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