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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론과 보수당, 이제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때다



집권 노동당과 고든 브라운 총리의 인기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차기 총선에서 데이빗 카메론 보수당수와 보수당의 승리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지난 주 알리스터 달리 재무장관이 2009-10 회계연도 예산안을 공개한 이후 진행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 격차는 무려 19포인트로, 예산안 공개 전보다 더욱 벌어졌다.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 국가 재정 회복을 꾀하겠다는 발상은 상당한 화제가 되었지만, 그보다 영국민들은 국가 부채를 비롯한 앞으로의 처참한 경제 전망에 더욱 심기가 불편해진 듯 하다.

이에 따라, 벌써부더 영국 언론들은 차기 총리로 카메론의 당선을 유력시하고 있으며, 보수당의 집권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카메론과 보수당으로서는 굳히기(?)에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가 매우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불과 1년 전만, 아니 경기 침체가 시작되기 전인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카메론과 보수당의 지지도는, 특히 카메론에 대한 선호도는 지금과는 비료할 수 없을만큼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메론은 젊고 신선한 이미지 외에는 사실 정치적으로 그다지 부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아니었다. 이렇다할 정책 제시나 소신 있는 행보 없이, 그는 주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마치 ‘나 같으면 그렇게 안 한다’는 식의 발언으로 일관해 왔다.

작년 여름까지의 카메론과 관련된 언론 기사의 답글을 보면, 카메론의 정부 비판 내용은 알겠는데, 그래서 그에 대한 당신의 대안은 무엇이냐고 반문하는 내용이나, 노동당 정부도 잘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카메론도 총리감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분위기는 경기 침체가 본격화 되면서 반전되기 시작했다.

당장 피부로 느껴지는 경기 침체의 고통에 말 그대로 뿔난 영국민들은 그와 같은 사태를 미연에 예측, 방지하지 못한 정부에 상당한 실망과 분노를 느꼈고, 특히 지난 10년 간 노동당 정부의 재무장관을 역임한 고든 브라운 총리에게 무능하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줬다.

이와 동시에 정부와 브라운 총리를 향한 공격의 수위를 높인 카메론과 보수당의 인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카메론과 보수당의 인기 상승은 그들의 온전한 능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기 보다는, 현 정권에 대한 실망으로 인한 일종의 어부지리(漁父之利)식 인기였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를 예측하지 못하고 방지하지 못한 것은 카메론과 보수당 역시 마찬가지 였다.

즉, 영국민들은 보수당이 정말 능력이 있어서, 그들이 정말 영국을 잘 이끌어갈 것 같아서 보수당을 지지한다기 보다는, 현 정권이 워낙 능력이 없는 듯 해서, 10년이나 집권했으니 이제 바뀌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서 카메론과 보수당을 지지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예산안 공개와 관련해서도 카메론과 보수당은 비판과 지적을 할 뿐, ‘나 같으면 이렇게 하겠다’라고 소신있게, 그럴 듯한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니 정말 카메론과 보수당이 정권을 잡고 있었던들,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를 얼마나 예방했을지, 얼마나 잘 대처했을지는 그야말로 별 기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지금까지는 ‘나 같으면 그렇게 안 한다’만 가지고도 카메론과 보수당은 충분히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차기 정권으로 유력시 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그와 같은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들은 ‘나 같으면 그렇게 안 한다’ 보다 ‘나 같으면 이렇게 하겠다’를 듣고 싶어한다.

경쟁자의 인기 하락이 유일한 무기가 아닌,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신뢰와 유익을 줄 수 있는, 영국을 보다 나은 곳으로 이끌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과 비전을 보여줘야 할 때다.  

한편, 국민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것은 비단 차기 정권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영국의 데이빗 카메론과 보수당만의 과제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우리 정부 역시 이제는, 정말 이제는 우리 국민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때다.

그 동안 이래저래 지치고 실망한 우리 국민들에게 다시 신뢰를 주고, 다시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정말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전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 말고도, 정말 이 시점에서 우리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그 무언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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