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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0 23:36
경제를 살리자, 그러나 일단 나는 국민의 세금을 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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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치인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비용을 의회에 청구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그 동안 영국 정치인들이 부당하게 기부금을 받았다는 얘기는 간혹 들렸을 지언정, 뇌물이나 기타 부당한 금전 수수가 우리 정치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바, 그래도 영국의 정치인들이 도덕성은 갖춘 것 같았는데, 의외의 수완(?)을 발휘하여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영리한 영국 정치인들이 노골적인 뇌물, 금전 수수는 아무래도 눈에 띄기 쉬우며, 지금 우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 전 대통령 사건마냥 준 사람이 공개되면 자연히 받은 사람이 공개되는 만큼, 후일에 큰 화가 되어 돌아올 위험성이 높아서 이를 기피한 것 같다. 대신 정치인 활동을 하면서 법적인 장치를 이용해 비용을 국가에 청구하는 것은 워낙 많은 정치인이 이를 청구하고, 그 내역도 워낙 다양하며, 특별히 그 세부사항이 공개될 일이 없는 만큼, 어찌보면 훨씬 안전(?)하고 짭짤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누군가로부터 눈먼 돈을 받는 것보다, 내가 필요한 일에 일단 내 돈을 쓰고, 그 돈을 다시 국가로부터 받아 낸다는 그럴 듯한 발상이다. 이번처럼 그 내역들이 공개되어 봉변을 당할 줄은 그 누가 알았겠는가? 이번에 발각된 정치인들의 부당한 비용 청구 내역은 그 규모와 종류별로 말 그대로 각양각색이다. 몇 파운드에 불과한 애견 사료비 구입비부터 개인 주택 청소비, 가정부 급여, 수영장 유지비, 집 개조 등으로 몇 천, 몇 만 파운드에 달하는 비용이 청구되어 고스란히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되었다. 이 같은 정치인들의 비용 청구와 그에 따른 지급은 법적으로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이로 인해 해당 정치인들이 법적인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민들의 정서에는, 특히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모두지 용납될 수 없는, 괘씸죄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더구나 고든 브라운 총리와 데이빗 카메론 보수당수가 즉시 공개 사과에 나섰지만, 정작 해당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비용 청구에는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느니, 꼭 필요한 일에 비용을 지출했다느니 하면서 구차한 변명에만 급급할 뿐, 국민들을 실망시켜서 죄송하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영국민들을 자극했다. 금융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앞다투어 금융권 종사자들, 특히 금융권 고위직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정작 그들은 막대한 보너스를 챙기면서 국민들의 세금을 투입해 금융권을 보호한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금융권을 향한 쓴소리에 공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작 입만 열면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영국의 경기 회복이 자신들의 사명인양 떠들던 정치인들이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세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그야말로 모순이다, 경제는 살려야 하지만, 자신들은 국민들의 세금을 가져다가 자신들의 개인 용도로 사용한다는 발상이. 2차 대전 이래로 최악이라는 경기 침체로 극심한 실업난이 발생하여 시간 당 몇 파운드 짜리 단순직에도 수 많은 지원자들이 몰릴 만큼 국민들의 삶은 척박해지고 있는 마당에, 개인 용도로 사용한 수천, 수만 파운드를 국민들의 세금으로 쓰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아무리 그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한들, 그들의 행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려는 국민들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짓이다. 역시 정치인은 국적을 막론하고 말과 행동이 다른 본능을 타고난 듯 싶다. 경제를 살리자고 목청을 높이기는 우리 정치권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정치인들은 그렇게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렇게 국가를 위해, 그렇게 고생하는 국민들을 위해 본인들은 정작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언제 한 번 우리 정치인들의 활동비 청구 내역도 공개되면 좋겠다. 혹여나 경제 살리기를 앞세운 공식 행사나 만찬 자리를 만들어 경제 살리기를 고민한답시고 정작 국민들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설마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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