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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9 23:13
갈수록 국민들로부터 거리가 멀어진 한미 정상회담
조회 수 1561 추천 수 0 댓글 0
'홍진紅塵'이란 말이 있다. 마차 바퀴가 일으킨 붉은 먼지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다는 의미로 흔히들 번잡한 속세를 뜻한다. 우리에게 이에 딱 알맞는 달을 꼽으라면 아마 6월일게다. 6월은 어떤 이에게는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달이요, 또 누군가에게는 전쟁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기도 한다. 민주화의 뜨거운 열기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게고, 혹자는 '대한민국'이라는 통일된 외침 속에 하나되던 월드컵을 생각하며 살짝 흥분되기도 할게다. 혹, 훗날 역사는 연평해전과 6.15 공동선언을 상치시키며 의미를 곰곰히 되새길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또 그렇게 소리없이 6월이 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6월도 여느때만큼 또 번잡한 달이 될 듯 하다. 6.10 범민족대회를 경찰의 폭압속에 방기한채 이명박 대통령은 또 미국으로, 미국으로 떠난다. 작년에 이빨빠진 부시와의 최후의 만찬에 온갖 웃음을 안겨주고 돌아온 그가 한국전쟁 이래 최대의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또 미국으로 간다. 이번 미국행은 그다지 즐겁지는 않을 게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연일 미사일을 쏘아올리고 있으며, 미국 여기자를 12년 노동교화형에 처해놓고, 또 대륙간 탄도미사일 조립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공조란 말은 이미 기억속에서 사라진 말이 되었는지, 우리 정부와의 사전 협의도 없이 미국은 강력한 '독자'제재를 선언했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의 원래 추진 배경은 한반도 문제가 아니었다. 어찌되었든 무늬만이라도 '실용주의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공고한 한미동맹 강화라는 허울보다는 한미FTA 비준 확답을 염두에 두었을게다. 허나 안타깝게도 이번 정상회담 의제는 아무래도 '핵우산'이 될 듯하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우리의 바람과 상관없이 북한의 핵무장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동북아시아를 벌써부터 뒤흔들고 있다. 일본은 선제 미사일기지 공격에서부터 핵무장까지 극단적인 방법들을 연일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예의 여론전이라기보다는 이번에는 그 추진력이 상당하다.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아소다로 정권으로서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보수단체와 언론들 역시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고 나섰다. 핵무기 개발까지는 아니더라도 플루토늄 농축액을 저장할 시설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동북아시아의 핵무장을 극도로 경계하는 미국으로서는 가장 안좋은 시나리오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로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우산'을 통한 안보 협력과 한미동맹강화라는 선언을 통해 간접적으로 한국의 핵무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고 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집권 1년 반만에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도 국면전환을 위해 '안보카드'라는 선택지외에는 뚜렷한 방책이 없을게다.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번에도 큰 성과없이 미국에 질질 끌려다니며 지난 반 세기 정상회담에서 늘상 하던 말인 '(핵우산을 통한) 한미동맹의 굳건한 강화'라는 타이틀 하나 달랑 달고 돌아올 듯 하다. 아, 정상회담이 백악관에서 열리는 관계로 이번에는 골프 카트를 몰지는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게 미리 체념하기엔 올해 6월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6.15 선언 9주년이다. 정상회담은 사실 일상적 채널로 해결할 수 없는 꽉 막힌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극적 반전을 목표로 한다. 희망사항이지만 오히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6.15 선언의 재확인과 북한의 체제 보장을 미국과 공동으로 발표하는 건 어떨까? 또 억류된 미국 여기자들과 개성공단 직원의 석방을 위한 한미 공동협상단을 꾸려 북한과 대화와 타협에 적극 나설 것을 합의하는 것은 너무 생뚱맞은 일일까? 구체적인 행동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전향적인 선언 발표도 긴장 국면을 전환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연히도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1기 임기 종료일은 일치한다. 또 그 임기 종료일 역시 북한의 강성대국 건설 목표일이다. 뭐 웃고 즐기며 서로 등두드려 주는 정상회담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만 이번에는 좀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장래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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