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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6 22:16
유럽의 정치적 통합과 동북아시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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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동체의 상징적 존재였던 유럽연합(EU)가 오랜 숙원이었던 정치적 통합체로 나아가는 발걸음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리스본 조약으로 불리던 유럽연합 개정조약을 지난 1차 국민투표에서 부결시켰던 아일랜드가 이번 2차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국회 비준이 끝났지만 정치적 이유로 대통령 서명만을 남겨 놓고 있던 체코와 폴란드에서의 절차가 완료되면 이르면 내년부터 리스본 조약이 발효될 전망이다. 1957년 로마조약으로 시작된 유럽 통합의 역사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첫걸음인 셈이다. 이번 아일랜드의 리스본 조약 비준은 어쩌면 경제 위기가 몰고온 또 하나의 결과물이다. 즉 개방경제 체제의 소국의 입장에서는 외부적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작년 말의 금융위기로 아일랜드의 실업율과 물가가 치솟고 있다. 따라서 아일랜드로서는 'EU'의 우산 속에서 보호받는 길을 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었던 것이다. 사실 유럽의 정치적 통합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 동안 회의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차이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정치적 갈등을 벌여왔던 국가들이 공통의 대통령 밑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여전한 패권과 중국의 성장이 불러온 전 세계적인 경쟁은 유럽으로 하여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인식을 가져왔다. 특히 고령화, 저출산으로 사회적 동력이 고갈되어 가던 유럽으로서는 내부적 효율을 제고할 획기적인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던 순간이었다. 이번 통합 작업이 완료되면 27개국 5억명의 인구를 가진 또 하나의 '합중국'이 생겨나게 된다. 이들이 통합된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낸다면 그 영향력은 심대할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나 에너지 협상과 같은 분야에서의 이들의 발언권은 새로운 경제적 틀을 형성하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경제적,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 통합 움직임은 중남미에서도 활발하다.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12개국 역시 작년에 남미국가연합(UNSAR)을 창설했다. 금융위기의 파고 속에서도 5% 이상의 고성장을 유지해왔던 브라질의 힘을 바탕으로 4억 인구를 가진 거대 공동체가 탄생한 것이다. 이런 지역통합 움직임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행동양식을 잉태할 것이다. 개별국간의 1:1 협상을 중심으로 했던 자유무역 협정이 이제는 1:다수 혹은 거대 통합권 간의 협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소국경제로 남은 채로는 이런 상황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숙제는 동아시아 경제 통합으로 돌아온다. 세계적 흐름 속에서 보면 한, 중, 일을 중심으로 한 3개국의 통합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초 구상했던 '신아시아 외교 구상'도 그러한 고민의 한 결과물일게다. 하토야마 일본 신임 총리의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 제안도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과거사의 잘못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일본과, 주도권 다툼으로 등을 돌린 중국의 상황을 보고 있자면 이런 통합은 요원해 보인다. 오는 10일 베이징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 자리가 동아시아의 지역통합의 단초가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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