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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은 중국의 차량번호를 새로 받아 붙이고 카라코람산맥을 계속 넘는다. 그 옛날 수많은 상인들이 카라반을 밀고 끌며 산도적도 만났을 길이다. ‘외국의 악마들’이라 불리는 서양학자들이 생명을 내걸고 중국의 예술품들을 외국으로 날라 내어간 길이다. 해발 5000미터의 산길이니 기온이 급강하하고 바람이 세차다. 일행은 슬리핑백을 꺼내어 옷 입듯 입고 더 할 수없이 아름다운 경치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보고 싶은지 조용하다. 눈 덮힌산, 바위산, 계곡, 빙하가 녹아내려와 만드는 수많은 폭포, 구비구비 돌아가는 계곡의 어디 한 군데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어디를 보나 그림엽서감이다. 비디오카메라를 계속 켜 놓다. 바위로 덮힌 산의 낮으막한 곳에 야크(Yak)들이 있는데 너무도 척박해 보이는 땅에서 그들은 무엇을 찾아 먹고 살까? 야크는 소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긴 털이 훨씬 더 많은 들소다.
중국으로 들어가기 전에 파키스탄과 중국사이에 있는 무인지대(No Man's Land)를 지나고 급경사의 산길을 계속 올라가다. 저 넘어에 파미르 고원이 있고 옛날 카라반이 지나 다니던 흔적이 있는 곳을 우리도 트럭으로 지나가다. 저녘이 되어서야 고도에 위치한 쿤제랍 파스(Khunjerab Pass)를 지나다. 국경선을 넘으려고 타쉬코겐초소의 군인들로 부터 3시간에 걸쳐 여권검사를 받다. 어느나라나 국경선에서는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하나보다. 초소는 하늘과 땅이 맛닿아 있는 황량하기 그지 없는 곳에 그냥 달랑 놓여 있는듯 하다 인적도 없는 이곳에서는 여권따위의 인간사회에서 필요한 서류가 중요할 것 같지가 않으나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이곳은 전에 가본 추운 사하라사막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황량하기 그지 없고 땅 끝까지 온 기분이 비슷하고 추운 사하라사막이라 하면 언듯 이율배반적인 표현같으나 사막의 밤도 꽁꽁 얼어 붙을 듯이 춥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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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 더위의 낮은 곳에서 몇시간 만에 영하 5도의 15000피트의 고산지대에 올라 왔으니 갑작스러운 기압의 변화에 몸이 빨리 적응하기가 힘들다. 고산지대에서 생기는 병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다. 머리가 아프고 조금 메스껍다. 새하얗고 낮으막한 집들이 몇채 있는 조그만 마을인 밍크테케에 도착해서 칠흙같은 밤에 트럭의 형광등의 빛을 빌려 도마도숩(soup)과 베익트빈즈(baked beans)로 몸을 덥히다. 영하 5도의 얼어붙은 땅에 텐트치기도 힘들고 잠들기는 더욱 어렵다. 눈을 떴을때나 감았을때나 똑같이 캄캄한 밤에 눈을 뜨고 가만이 있으니 수많은 별들이 어둠을 뚫고 조용히 내려와 잡힐듯 머리위에 맴돌아 나를 감동시키다. 바오밥나무가 있는 별에서 잠시 놀러 내려온 ‘어린왕자님’이신지 멀리 두고 온 나의 왕자님의 속삭임을 갖고 친구들과 함께 내려오신 별님들이신지? 이 한 밤을 지내고 떠날 것이기에 추위와 고소에서의 어려움도 즐거운 마음으로 견디나 보다. 희망은 삶이 힘겨울때 그 무게를 나누어 갖는 고마운 존재다.
칠 팔세 되어 보이는 어린 남자아이가 염소떼를 몰며 부르는 노래소리에 잠을 깨다 그 삭막한 환경에서 들리는 맑은 소년의 목소리가 퍽 인상적이다. 작은 개울에 빠진 트럭을 힘들여 끌어 내서 얼마를 달렸을까? 그 높은지대에 놀랍게도 바다같이 넓은 호수가 있다. 그 유명한 카라쿨리(Karakuli)호수다. 잔뜩 찌푸린 회색의 저녁이어서 눈 덮힌 산, 무즈타 아타(해발 7546미터)산이 그 몸을 호수에 비추는 절경을 볼 수가 없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호수에 비친 이 산의 모습을 찍은 사진은 너무도 아름다워서 많은 사람들의 눈에 익숙한 바로 그 호수다. 그 호수가에서 잔다는 것만으로 위로를 삼아야겠다.
호수가에 잠자리를 마련하고 나니 눈이 내린다. 나그네는 추위도, 고소에서의 괴로움도 잠시 잊고 눈이 내리는 순간부터 마음이 따뜻해지고 모닥불을 피울 생각에 즐거워진다. 맥주 한병을 들고 눈이 내리는 고요한 호수를 바라보며 앉아 몇자 긁적이니 종이가 내리는 눈에 젖어온다. 천진난만하게 흩날리다 내 종이 위에 앉아서는 눈물이 된다. 눈은 참으로 신비스럽다. 과학적으로는 별것 아닌데 흩날리는 눈발이 언 땅에 내려서는 소복소복 쌓여 하얀 세상을 만들어 내니 신기하고 마음을 아늑하게 하기도 하고 슬퍼지게도 하니 또한 신비로운 힘을 가졌다. 너무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 오두마니 앉아 있으니 갑자기 내가 더 조그맣게 느껴지고 춥고 외로움이 몰려온다. ‘눈이 나리는데, 산에도 들에도 나리는데, 모두 다 세상이 새 하얀데.....라는 노래가 주제가 였던 몇십년 전의 라디오 연속극이 생각난다. 성우 정은숙의 지적인 목소리가 좋았고 슬퍼서 아름다웁고 아름다워서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기억된다.
텐트 속은 2도, 밖은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다. 온 천지는 하얗고 호수는 잔잔하다. 텐트 위의 살짝 언 눈을 쓸어 내리고 텐트를 걷우는 일이 쉽지 않다. 우리는 꽁꽁 언 손, 빨갛게 언 코, 감각이 무뎌진 손을 차잔에 녹여가며 실크로드의 천산북로(Tian Shan)를 따라 캐슈가(Kashgar)를 향해 행군을 계속한다. 가끔은 수백마리의 양들로 길이 메인다. 양들은 어찌나 촘촘히 모여 걷는지 길이 하얀 카페트같아 보인다. 여전히 산천은 기기묘묘하고 옷을 있는대로 껴입고 슬리핑백을 머리끝까지 쓰고 있어도 춥다. 무인지대를 지날때부터 며칠동안 세수를 못한 우리의 몰골은 점점 더 초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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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슈가의 북쪽으로 천산, 남쪽으로 곤륜산, 서쪽으로 파미르고원, 동쪽으로 타클라마칸(Takla Makan)사막이 있다. 캐슈가는 그 사막의 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어 실크로드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오아시스였다. 다섯시간 반을 달려 캐슈가에 도착하니 우리는 한 겨울에 있다가 한 여름으로 와 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젖은 채 거두어 꽁꽁 얼어있는 텐트를 펴서 호텔의 마당에 널다. 추위와 먼지에 시달린 장시간의 트럭여행 끝에 마사지와 사우나를 할 수 있는 곳을 발견하니 어찌나 반가운지 모른다. 사우나와 스팀욕을 길게 하고나니 몸도 가벼워지고 피곤이 다 풀리다. 거칠어 졌던 얼굴과 손이 다시 부드러워진것 같다.
캐슈가는 중국에서 제일 큰 지방인 신장지방의 자치도시이며 신장지방의 수도인 우루무치에서 서쪽으로 1000km 떨어져 있다. 중국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도시로 2100여년 전에 훈족에 의해 세워졌고 실크로드가 생기면서 서한시대(기원전206-기원후8)에는 관공서가 있어 크게 발전했다. 인도, 이란, 이락, 파키스탄사람들과의 혼혈인 위그르족이 사는 곳이다. 사람들의 생김새는 중국인들과는 달리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눈도 크고 아름다우며 피부도 희다. 여인들은 몸이 날씬하고 무대화장처럼 눈썹도 진하게 그리고 볼연지를 빨갛게 하며 피부화장이 짙다. 옷은 긴 드레스를 입고 색갈은 원색을 많이 입는다. 이슬람교도인 이들은 머리에는 흰색의 예쁜수건을 쓰고 다닌다.
캐슈가는 대도시답게 거리도 넓고 포플라가 여러 겹의 줄로 서있는 가로수가 인상적이다. 거대한 모택동의 동상이 서있는 인민광장으로 가는 길은 차도를 새로 만드는 중인데 시멘트를 깐 후에는 짚을 덮고 물을 뿌리는 아낙네가 수십명이며 시멘트는 사람이 쭈구리고 앉아 손으로 일일이 편편하게 밀어 깔고 있다. 차량이 많지 않은데 비해 차도는 넓고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많은데 비해 인도가 좁거나 없는 곳도 많다. 대형의 모택동 동상은 북한의 김일성 동상과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민들의 사는 모습은 가난해 보이는데 비해 인민광장은 어울리지 않게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고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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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슈가에는 신장지방에서 제일크고 유명한 위그르스타일의 ‘이드카모스크’가 있다. 1442년에 지어졌으며 20,000명이 동시에 경배할수 있다고 하는데 지붕은 꽃무늬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고 140개나 되는 초록색의 나무기둥이 건물을 떠받치고 있다. 모스크 전체는 아주 조그맣게 보이나 정원이 넓고 흐르는 정적과 고요함이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몇몇 시민들이 때 없이 들어와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이 분위기를 더욱 숙연하게 한다.
매 일요일마다 열리는 세계에서 제일 큰 오픈마켓이라는 일요시장에 가다. 정말로 너무나 커서 온종일 돌아 다니고 또 돌아 다녀도 새로이 볼 곳이 또 남아 있다. 동물시장, 가구시장, 집에서 만들어 갖고나와 파는 생활용품들, 음식점, 카펫시장, 과실장, 마시는 차에도 종류가 굉장히 많다. 채소는 모두 무공해여서 모양은 못생겼으나 맛있을 것 같다. 위그르족이 쓰는 모자는 색갈이 아주 화려하다 흰색, 각종의 원색에 빤짝이가 박힌것, 각종 털모자 등등 없는것 없이 다 있다. 장식이 화려하고 모양이 날렵한 위그르 칼과 각종 카페트는 관광객들에게 아주 인기있는 품목이다. 음식점에서 옛날 서울의 중국집에서 본 것처럼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털듯 흔들어서 국수를 만드는 것을 구경하다. 반죽된 밀가루 덩어리에서 국수발이 나오는 것이 요술을 보는 것 처럼 신기해 보인다. 양의 머리를 구어 반토막을 내어 양철대야에 가득 담아놓은 모습은 정말로 보기에 섬짓하다. 이 재래시장이라는 오픈마켓은 거대한 동대문이나 남대문시장같다. 하루에 평균 150,000명의 사람들이 이 일요시장을 이용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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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의 편한 잠자리를 뒤로하고 이른 아침 타클라마칸사막을 향해 떠나다. 타클리마칸은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지 못한다’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길이 잘 닦여있는 사막의 일부분을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길을 잃거나 더위에 수분이 증발해서 생명에 위험할 일이 없다. 그런것에 대한 모험심은 없으나 매일 아침이면 닥아 올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하다. 매일이 새로운 삶이라는 느낌이 확실한 때가 여행할 때인가 한다. 시간에 매이지 않고 먹고 자는 장소에 매이지 않는 이 여행이 그래서 더욱 좋다.
길이 잘 닦여져 있다고는하나 장장 10여시간 동안 달리는 사막은 길이 나 있지않은 곳이 아주 많다. 달리던 길에 갑자기 산더미같은 구능이 나타나면 멀리 길이 나 있는 곳을 찾아 돌아 가야한다.  트럭의 양면은 두꺼운 비닐로 만든 차일이 있어 우리는 늘 차일을 위로 접어 올리고 주위 경치를 보며 달린다. 뜨거운 사막을 달리고 있을때는 열기가 있는 뜨거운 바람을 헤치며 달리기 때문에 수분이 증발해도 갈증을 못느낀다. 그래서 탈수현상을 막기 위해 의식적으로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트럭의 뒤 좌석에 앉아 양쪽을 다 보면서 가는것을 좋아하는 나는 트럭의 요동에도 불구하고 오랜시간을 뒤에 앉아 광할한 사막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긴다. 볼거리가 없다고 아예 잠을 자는 일행은 어쩌면 볼거리가 제일 많은 곳이 사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접어 둔 것같다. 볼 거리라는 것은 멋진 건축물, 예술작품들을 보고, 느낄것이 있다는 것일진대 사막에서 지평선만 보인다고 볼 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멀리 지평선 주위가 뿌옇다. 모래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 속을 지나갈 준비로 나는 마후라를 꺼내 쓴다. 안경알 이 큰 색안경도 쓴다. 입술도 쉽게 마르니까 립스틱을 많이 칠한다. 이윽고 모래바람속을 지나니 트럭은 온통 흙먼지로 가득하고 눈도 따갑고 입술도 흙먼지로 깔깔하다. 이런 불편한 경험이 왜 좋은지 나도 모르겠다. 아마 이런 불편이 오래가지 않고 안락한 내일이 있다는 보장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영화에서 본 사막을 지나가는 장면이 생각난다. 문득 내가 ‘English Patient’라는 영화 속에 있는듯 착각하고 싶어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온갖 난관을 무릎쓰고 가는 길,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일념으로 힘든 줄을 모르는데에 아름다움이 있고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아 더 애절함이 있지 않던가.
사막은 확실히 삭막한데에 매력이 있다. 시야에는 황량한 땅, 하늘, 그들이 맛닿아 있는 지평선, 아주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눈 덮힌 산들과 일정한 간격의 전신주들 뿐이다 쭈욱 뻗은 포플라나무의 껍질을 벗겨 세운 전신주들이 광야위에 만드는 선은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운 선을 그려 준다. 머리속에 오래 남아있을 한폭의 그림이다.
먼 길을 달린 트럭이 지쳐있는 조짐이 보이는지 운전사는 뜨거운 사막 한 가운데 트럭을 세우고 점검해   보더니 필터가 그 명을 다 했다고 한다. 장시간에 걸쳐 필터를 갈고 난 후 불 같이 뜨거운 햇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점심을 해 먹고 접시들을 흔들어 말리면서 이왕 땅을 밟았으니 아예 자연 현상이 요구하는 볼 일을 보기로 하다. 일단 차가 달리기 시작하면 좀처럼 뜨거운 볕 아래에 차를 세우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숨을 곳이 없는 사막이다. 일행 중의 남정네들을 등 돌려 세워놓는 연출을 할 수 밖에 없다. 사막은 정말로 너무도 넓다. 쓸쓸하다. 해는 너무 뜨겁고 땅은 너무도 척박하다. 흙도 흙이라기에는 밀가루처럼 고와서 트럭이 달리면 뒤의 경치가 안 보일 정도로 짙은 연기가 되어 뽀얗다.
그렇게 십여시간을 달려 또 하나의 큰 오아시스인 악수(Aksu-white water)를 지나 포플라나무숲에 좌정하니 밤 10시, 온도는 39도. 낮이 길어서 인지 밤 10시 인데도 아주 어둡지는 않다. 포플라숲 넘어의 석양이 고와서 비디오에 담아두다. 오랜 시간동안 트럭위에서 흔들려서 인지 땅을 밟고도 계속 흔들린다는 착각을 하게된다. 그것도 잠시, 모닥불 앞에 앉아 맥주를 걸치는 우리는 잠자리에 들줄을 모르고 얘기 꽃이 질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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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도 온종일 사막을 달리다. 오아시스를 만나 채소, 과일, 물소고기를 사다. 식사당번이 시장을 보는 동안 서있는 트럭 주위에는 순식간에 삼사십명의 주민들이 모여들어 못알아 듣는 중국말로 저희들끼리 얘기한다. 마치 커다란 흰 트럭에 갇혀있는 동물원의 동물이 된 기분이다. 나는 그들과 서툴게나마 필담을 하니 그들도 신기해하고 일행도 신기해 한다.
계속되는 사막, 벌판, 지평선, 하늘, 바람, 인정사정없이 좌우로 흔들리는 트럭. 고행에 가까운 행군이다. 많이 피곤하다. 그러나 잠이 오지는 않는다. 사막을 바라보며 인생은 꿈이라는데 내게는 왜 이리 버거웁게만 느껴지는지. 엄청난 착각 속에서 헤어나 보겠다는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내가 가슴아프게 했던 사람에게 용서를 빌어 자유로워지고 싶고, 정을 주고 믿었던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와 괴로움에서 자유로워지고 싶고 그간 겹겹이 사회가 입혀준 옷을 벗어 던지고 자유로워지고 싶다. 캄캄한 방에서 출구를 찾을때의 암담하고 가슴 답답함이 있다. 사막은 고독과 침묵으로 사람을 키운다는 말을 생각한다.
온 종일 사막을 달렸을 뿐인데 얼굴이 많이 타고 손이 거칠어져 있다. 캠핑하기로 한 곳은 사막의 한 가운데로 키가 낮으막하고 가시가 많은 깡마른 선인장종류의 식물들이 주위에 많다. 매미도 아니고 쓰르라미도 아닌 벌레 우는소리가 요란한 곳이다. 트럭이 근처로 오니 서로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것이 아니냐고 저희들 끼리 놀라 떠드는 것같다. 벌레이름은 시카다스(cicadas)라고 한다. 사막에서의 밤은 항상 아름답다. 전기도 없고 전화도 없고, TV도 없어 잡음과 방해가 없으니 편안하고 칠흙 같은 어두움과 완전한 고요가 있어서 좋다. 넓은 벌판에 누으면 사막의 별님들은 예외없이 내 머리맡에 가만이 내려와 앉아 많은 얘기를 하다가 자장가를 불러 나를 꿈속으로 보내주고 아침이 되면 조용히 되돌아 간다.
천지(Heavenly Lake)를 향해 이른 아침에 떠나다. 사막은 어느새 바위산이 나오고 길이 나 있지않은 골짜기로 바뀌어 트럭은 가차없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린다. 아침에는 30도였는데 낮이 되니 40도가 되어 한증막 속처럼 덥다. 산 중턱으로 트럭이 오르니 조그만 마을이 나오고 전형적인 중국가게들과 꾀죄죄한 식당들이 있다. 식당에서 점심으로 국수를 맵게 해서 먹다. 눈을 감으면 눈알이 차게 느껴지는 이 더위에 차갑고 시원한 모밀국수 생각이 간절하다.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Sonhae Lee.jpg 

재영 한인동포 자유기고가 손선혜
유로저널 칼럼리스트
ommasdream@hanmail.net

위의 글은 재영한인 손선혜씨가 7주 동안 파키스탄에서 중국 북경까지 실크로드 북로를 따라 트럭을 타고 직접 다녀온 탐사기를 유로저널 독자들을 위하여 기고한 내용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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