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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서
                          손선홍 주독일 본 분관 총영사

             ‘현직을 떠나서’(헬무트 슈미트 지음)

  정치인이 현직을 떠난 뒤에도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면, 그보다 더한 행복과 보람이 없을 것이다. 독일 5대 총리 헬무트 슈미트가 그중의 한사람이다.

  자신의 보좌관이 동독간첩으로 밝혀져 사임한 빌리 브란트의 뒤를 이어 1974년 총리가 된 슈미트는 8년간 재임했다. 퇴임 후 ‘디 짜이트’지의 공동발행인으로 활동했던 그는 90세인 2008년 말 ‘현직을 떠나서’란 책을 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지금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나는 이 책을 2009년 초에 처음 읽었다. 독일인을 대상으로 한 내용인데도 우리나라에 해당되는 내용이 많음을 알고 슈미트의 명성을 새삼 느꼈다. 이 책에서 그는 국방장관, 재무장관과 총리 재임 시 폭 넓은 국정 경험과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젊은이들과 정치인에 대한 조언과 독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양한 분야에서 제시했다.  

  첫째,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이다. 독일과 각국 주요 인사들과의 친분 관계를 언급하며 우정은 상대방에 대한 솔직함과 존경심으로 싹튼다고 했다. 한국문화에 대한 존경심도 언급했다. ‘백문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속담을 인용하며, 급격히 변화하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여행을 권했다. 또한 적어도 2개의 외국어를 배울 것을 당부했다.

  둘째, 정치인에 대한 당부다. 정치인이 되려는 이는 의원으로 활동하며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언제라도 정치를 그만두고 돌아갈 확고한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모든 민주적 결정은 타협에 대한 의지와 능력이 전제되며, 타협의 원칙이 의회민주주의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정치인은 공동의 안녕이 자신의 경력보다 소중하고, 국민의 성공이 자신이나 소속 정당의 성공보다 더 중요함을 명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셋째,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것이다. 독일 통일은 동유럽의 혁명, 소련의 약화와 부시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로 가능했다. 또한 역대 독일정부가 추진했던 친서방 정책과 동방정책도 통일에 도움이 됐다. 이는 독일이 겪은 20세기 전반의 재앙적인 역사로부터 귀중한 교훈을 배웠기 때문이다.

  넷째, 개인의 경험으로도 배운다는 것이다. 자신이 총리에 취임하며 사민당 대표직을 갖지 않은데 대한 후회와 적성에 맞지 않는 인사를 공보장관으로 임명했던 실수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1977년 독일고용주 협회장과 루프트한자 기를 납치하며 독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적군파의 테러에 굴복하지 않고 대처했던 내용도 소개했다.  

  다섯째, 독일의 변화를 당부했다. 독일은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대외정책의 중심을 전 세계가 아닌 유럽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리 재임 시인 1975년 G7회의 창설을 주도했던 이야기도 소개했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와 연금 수령자에 대비할 것과 실업율이 높으면, 국민들이 정당을 멀리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정부와 정당은 실업자 감소에 정책의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미트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이 책에서 독일 젊은이와 신인 정치인들에게 열린 마음을 갖고 장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또한 21세기 급변하는 국제정치·경제환경에서 독일이 끊임없이 변화해 경쟁력을 높일 것을 강조했다. ‘현직을 떠나서’는 국가와 젊은이를 사랑하는 전 국가지도자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 위의 기고문은 세계일보에 기고된 내용을 필자로부터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유로저널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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