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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대박 났네! 전성준(재독한인문화예술협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9월이 머지 않았는데 한낮 기온은 35도를 오락 가락 한다. 일기 예보는 비가 내릴 것이라 한다. 제발 축제기간 동안은 비가 내리지 말아야 할텐데.... 아침 저녁 뺑덕 어미처럼 변덕이 심한 날씨지만 아직 비가 내리지 않아 다소 안심이 된다. 밤을 거이 뜬 눈으로 새웠다. 프랑크푸르트 강변축제는 방문객 연 300만명이 찾는 헷센지역의 최대 축제였다. 축제 기간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에서는 코리아파빌리온을 설치하고 전통한식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한국문화를 종합적으로 체험 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개최한다. 한식 판매 코너에 참가하는 나는 3일간 강변 축제를 위해 한 달전 부터 준비를 해 왔다 .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각각 백오십키로를 준비했고 일할 사람을 다섯이나 구해 만반 준비를 했다. 지난해 축제에도 참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모든 준비를 충분히 했다. 관건은 행사 기간 비가 내리지 말아야 했다. 만일 비가 내려 방문객이 줄면 문제는 심각했다. 이것 저것 생각하다 잠을 설쳤다. 8월25일 토요일, 프랑크푸르트 강변 축제가 열리는 둘째 날이다. 하얗게 밤을 새운 나는 창 밖을 바라 보았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녘, 칙칙한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간간히 불어 온다. 회색 빛 구름이 짙게 덮여 심술 궂은 시어머니 얼굴마냥 잔뜩 찌푸린 날씨다. 금방이라도 한바탕 비가 쏟아 것 같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아침 7시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차량 통행 제한 시간 10시 30분까지 두 차례 마인강 강변 축제 장소까지 왕복을 해야 한다. 마침 메쎄기간이라 시내도로는 완전 교통 체증이다. 부랴부랴 준비 물을 꾸려 차에 싣고 마악 시동을 걸려고 하는 때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요동을 친다. 이 바쁜 시간에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이 누구 일까. 나야 눈 코 뜰 사이 없이 바쁘지만 상대방은 내 사정을 모르니 느긋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 온 것이다. 그냥 무시를 하고 시동을 걸어 부르릉 달려 갈까 생각하다 혹시 다급한 용건이 있어 걸려 온 중요한 전화가 아닐까 하는 노파심에서 핸드폰 덮개를 밀어 올리고. „전“하고 응답을 하자 약간 목 쉰 듯한 탁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동생! 나야 카셀에 박이네“ „아! 형님 정말 오래 간만입니다. 그런데 어떤 일로 아침 이른 시간에 전화를 주시고....?“ „아참! 그라고 본게 너무 이른 시간이군, 새벽 늦잠이 없어 일찍 일어나 활동하다 보니 감을 못 잡고 아침 이른 시간에 전화를 해서 미안하이, 그 동안 가내 두루 편안한가. 제수씨 건강은 어떠 하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자주 전화를 못해 미안하이, 그렇치만 자네가 쓴 글은 심심찮케 읽고 있네. 아직도 내 주변에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고향 아우가 있어 언제나 가슴 뿌듯하니 자랑스럽네. 그건 그렇고 다름아니라 오늘 손주 놈들을 데리고 프랑크푸르트에 갈 일이 있어 먼저 몇 가지 알아 볼 것이 있어서 전화를 했네. 자네 아니면 누구한테 물어 볼 사람이 있어야지 그래서 결례인줄 알면서도 아침 일찍 전화를 했네...“ <남은 한시도 지체 할 수 없이 불안하고 조급한 바쁜 시간인데 오늘도 역시 특유의 예의와 격식을 차려 가며 자리를 깔다니... 그렇지만 함부로 전화를 끊을 수도 없고, > „괜찮습니다. 말씀 하세요.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고향 후배를 지켜 봐 주시어 정말 감사합니다.“ 대답은 부드럽게 천천히 태연한 척 했으나 마음은 조급 했다. <모처럼 전화를 했는데 그냥 꾹 눌러 참아야지... 바쁜 것은 내 사정이지 고향 형님이야 내 사정을 모르고 있지 않은가.....>
„김나지움에 다니는 손주 놈이 지금 프랑크푸르트 응용예술 박물관에서 한국유물 특별전이 열리고 무제움우퍼페스트기간에 한국문화 행사가 열린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인가. 졸업 레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한국 유물전시관을 단체 견학하기로 결정했다고 신바람이 나서 나더러 도와 달라는데 아는게 있어야지... 생각다 못해 자네한테 정보를 얻을까 전화를 한 것이네. 더욱 가관인 것이 이놈이 지네 선생한테 우리 오파가 옛날 한국에서 역사 선생 했다고 자랑을 했다네. 인솔 교사가 있기는 한데 그 선생이 손주 놈이 한국 아이인지라 한국 유물에 대한 정보를 부탁하자 이놈이 대뜸 우리 오파가 옛날 한국에서 역사 선생을 했다고 자랑을 한 모양이네... 어렵게 부탁을 해 왔는데 거절을 할 수가 있어야지.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져 준 것만 해도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그래서 주저 없이 야! 하고 승낙을 했는데 알아야 면장을 하지, 그래서 자네 도움을 부탁하네,“ <형님도 난감합니다마는 나도 지금 형편이 난감합니다. 빨리 마인강 축제 현장에 가야 할 처지인데... 이걸 어쩐담,> 차에 시동을 걸 생각은 않고 줄곧 통화를 하고 있는 내 행동을 못 마땅하게 여겨 오던 마누라가 도끼 눈으로 나를 바라 봤다. 간밤 잠 한숨 제대로 자지 않고 이리 저리 뒤척이며 밤을 새우고, 자리에서 일어 나기 바쁘게 화장 할 시간 여유도 주지 않고 채근 하던 성미 급한 남편이 핸드폰을 들고 느긋하니 늘어지자 화가 치민 것이다. „형님 마침 잘 됐습니다. 제가 행사 3일 동안 한국 부스 안에서 음식을 판매합니다. 그런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 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애들 데리고 오세요. 알았어 알겠다니까, (참다 못한 마누라가 내 허벅지를 꼬집었다. 그 바람에 엉뚱한 말이 튀어 나왔다.) 형님 죄송합니다. 지금 행사 현장에 가는 중입니다. 운전 하면서 말씀드리지요.“ „그럼 그렇치 마당 발인 자네가 그런 행사에 팔짱만 끼고 구경 할리 만무하지. 운전 중에 핸드폰 사용은 금지인데 도착하여 연락 주게...“ „아닙니다. 경찰한테 걸려도 괜찮습니다. 형님이 한국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먼 바깥 출입을 한다고 전화까지 주셨는데 그깐 벌금 몇 푼이 대숩니까, 개념치 마시고 말씀하세요.“
사실이다. 매사에 비판적이고 보수적인데다 현실과 동 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분이 한국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전화를 준 것이 나한테는 획기적인 일이다. 고향선배 형님 박원삼은 60년대에 서독 취업 광부로 독일 땅을 밟은 학사광부다. 광부로 서독에 오기 전에는 광주 ㅇㅇ고등학교에서 조선 근대사와 고조선과 삼국시대를 강의한 역사 선생이었다. 광부로 서독 땅을 밟은 그가 근무한 곳은 한국 광부들이 아오지 탄광이라 이름 붙인 악명 높은 수직 탄층인 아헨탄광이었다. 그 곳에서 3년 근무를 마치고 간호사 출신 서향임씨를 따라 카셀 지방에 자리를 잡고 반평생을 보낸 분이다. 슬하에 아들 둘 딸 하나를 둔 유복한 가정의 가장이다. 큰 아들은 변호사이며 카셀 작은 시 지방의원이고 둘째는 세무사 이며 딸은 소아과 의사라 했다. 불의를 보면은 못 참는 다혈질의 성격이며 매사에 비판적이라 교민들과 별로 소통이 없고 집안에 칩거 독서와 골프로 여생을 보내고 있는 분이다. 518광주민주화혁명시 전남대학에 다니던 동생을 잃은 뒤 반골적인 성향으로 성품이 변해 전두환이 살아 있는 한 절대 한국을 가지 않겠다고 각심 할 만큼 고국에 한이 맺힌 사람이다. 그 때문에 교민과는 별로 친교가 없고 어쩌다 향우 모임에 얼굴을 잠깐 보일 뿐이다. 수 년전 향우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고향 선배로 나와는 격의 없이 소통하는 관계였다. 최근에는 518광주민주화 혁명을 북한의 특수부대가 주동이 되어 일으킨 폭동으로 호도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공연하게 올라 있는 것을 그냥 좌시하는 현정부를 통열하게 비판하는 전화가 왔다, 이후 한 동안 뜸하다 최근에 눈에 가시로 생각하던 전두환 대통령 일로 다시 전화를 받았다. 대한민국 작은 땅덩어리의 한 곳에서는 수백 명의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살인마 원흉이라고 저주를 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각하라 부르고 심지어 상명하복을 교육시키는 육군사관학교 교정 사열대에서 거수경례의 예우를 받는 모순 된 대한민국을 내 조국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흥분한 전화를 끝으로 한동안 조용하더니만 오늘은 밝은 목소리로 프랑크푸르트 한국 유물전시회에 관심을 가지고 전화를 주신 것이다.> „이 사람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구만. 조심하게 독일 땅에 살면서 독일 법을 지켜야지...“ „형님! 걱정 붙들어 매 놓으세요. 오늘 행사는 다양합니다. 전통 혼례 시범도 있고 젊은 애들이 좋아는 비 보이와 요즈음 세계적으로 선풍을 불러 오는 K-Pop공연이 있고 전통 다례시연과 전통무용등 볼거리도 많고 각종 한국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식당가와 음료코너등 먹거리가 준비되어 외국인들한테 한국 전통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 입니다. 얘들 데리고 오세요. 비빔밥에 떡 볶기, 잡채와 불고기 튀김 등 푸짐한 한국 음식이 준비 되어 있습니다. 오늘 제가 대접할 테니 꼭 찾아 주시길 바랍니다. 원하신다면은 총영사관에서 나온 직원을 소개하여 드리지요. 형님께서 원하시는 정보를 제공토록 협조를 부탁하겠습니다“ „그려 자네 말을 듣고 한시름 놓았네 애들 손님이 더 무섭다고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단체로 한국관을 찾아 관람을 부탁해서 내 깐에는 무척 고심 했네. 자네 말을 듣고 이제 안심 할 수 있겠군. 그럼 있다가 보세“ „형님 걱정하지 마시고 도착하면은 한국 부스 두번째 칸을 찾아 오세요. 아니면 전화를 주시면 제가 마중을 가겠습니다..“ „그려 아무튼 고맙네.“
전두환이 살아 있는 한 고국 방문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등 조국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 보던 분이 프랑크푸르트 무제움우퍼페스트 한국 행사에 손주와 그 친구들을 데리고 찾아 온다는 반가운 전화는 일 순간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이제 굳게 닫힌 마음의 문 빗장을 풀고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 온 것에 감동을 먹은 것이다. 그러나 코리아파빌리온 부스에 몰려 든 수 많은 관중들 치닥거리를 하는 동안 깜박 잊었다. 즉석에서 각종 야채를 볶아 잡채를 만들고 매운 돼지 불고기, 그리고 소고기를 굽고 닭고기 볶음밥을 볶아 수요에 공급을 따르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할 경황이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게 줄을 서 있는 관중들의 주문을 해결하고 잠시 갈증을 풀기 위해 물을 따르고 있는데 한 무리의 젊은 남녀가 몰려 왔다. 그 뒤에 밝고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박원삼 형님의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발전 된 대한민국을 많이 살펴 보세요. 어느 애가 형님의 손주인지.. 암튼 고맙다. 할아버지가 이곳을 찾도록 동기를 부여한 공로로 내가 한턱 쏜다...> „이 젊은 이들 음식 값은 이미 계산되었으니 원하는 음식 둠뿍 담아 주어라.“ 앞에서 배식하는 딸에게 큰 소리로 알렸다. 많은 사람이 코리아 파빌리온부스 앞에 몰려 있자 지나가는 관중이 다시 몰려 왔다. 전시효과가 있었다. 주문이 몰려 왔다. 두 개의 손을 지닌 것이 아쉽다. 누군가 대박 났네! 즐거운 비명이 들려 왔다. 그래 대박이다. 대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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