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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2013.06.26 19:51

구도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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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의 길목에서


구도(求道)에는 성별도 나이도 없으며 무시선(無時禪) 무처선(無處禪)이라고 하지만, 어디 말처럼 그렇게 쉬운가!


문명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시시각각으로 새로운 정보에 시달린다. 더욱이 나의 생활은 날마다 시간마다 환자들과 함께 고뇌하며 개개인의 어려운 사정들을 들어야하고, 그 고통들을 함께 나누다보면 하루의 시간들이 짧아 꿈자리까지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모처럼 시간을 내어 5월 17일부터 20일까지 베를린에 있는 성도스님을 찾아 부처님오신 날의 기념행사와 주말 참선 용맹정진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막상 혼자서 결정하고 아내에게 전화로 알렸더니 펄쩍 놀란다.


 “모처럼 핑스턴 휴일이고 당신의 생일이니 며칠을 함께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집에도 안 오고 어디를 간다는 말이냐?” 고, 뿐만 아니라 “당신 나이에 어찌하려고 그러냐?”고 말린다. 나로서도 많은 생각을 해 보았지만, 환자들에게 얽매인 나의 생활로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으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도 알 수 없는 일, 더 늦기 전에 나는 꼭 체험해보고 싶었다.

“내가 누구 인지?”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어찌하여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이생에서 얽힌 호연이나 악연들은 어찌된 인연인지?”

“또한 나는 언제, 어디로 가게 되는지?”


작년 겨울 노모님의 숙환을 간호하려 부부간에 한국에 계시는 어머님을 찾아갔다. 시간을 내어 모처럼 내 고향에를 찾아가 몇 십 년 만에 죽마고우를 만났다.

시골의 한 마을에서 낳아서 함께 자랐고, 6.25에 불타버린 학교를 책도 없이 공책한권 연필 한 자루를 책보에 싸서 어깨에 메고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동무들, 여름이면 개천에서 함께 자맥질하며 멱 감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손가락 곱으며 주섬주섬 세어보니 벌써 저 세상으로 가버린 친구들이 2/3가 넘었다.


나는 자신을 돌아보며 어리둥절해졌다.

오늘은 살아 있지만 내일 당장 어떤 일이 닥칠지!

그런데 아무런 준비가 없다.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이렇게 날짜만을 보내다가 갑자기 그날을 맞게 된다면 너무도 황당하고 막연하지 않겠는가.

누구의 말처럼 좋은 일을 많이 해서 선녀가 마중을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

고된(?) 수행을 마치고 나는 자르브뤽켄 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작은 움직임에도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다.


특히 하체의 근육통과 무릎이 많이 아프다. 평생을 태권도로 단련된 내가, 나이가 들었다고 유럽 사람들에게 질 수 없다는 오기(?)로 견디면서 108배를 비롯해서 큰절을 몇 백번이나 했는지 셀 수 없다. 슬개(무릎조개 뼈)에는 손만 닿아도 아프다.

평소에도 나는,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한 시간, 저녁 취침 전에 한 시간은 어김없이 좌선을 한다. 또한 가끔 108배를 해 본 나로서는 이번 용맹정진이 힘에 겹다고 생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3일을 좌선으로 계속앉아 있거나, 큰 절을 한다거나 행선을 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신적인 각오도 필요하지만 육체적인 고충도 만만치 않았다.


약 50명쯤의 수행원들 속에서 새벽 4시에 기상 목탁소리에 일어나야 하고, 새벽 예불을 시작해서 저녁 22시 취침시간까지는 거의 두 손을 합장하고 행선을 하거나, 무릎을 꿇고 앉거나 아니면 가부좌나 반가부좌로 앉아서 하루를 보낸다. 

앉아 있는 시간에는 부처님의 말씀을 전해주시는 성도스님의 설법을 듣거나 참선을 한다.


수행 일정, 3일 동안은 일체 말을 할 수 없으니, 꼭 의사를 표시해야 할 경우라면 손짓 눈짓으로 의사를 전달한다. 하루 세끼 식사도 발우(절에서 쓰는 식기) 공양으로 엄격하여, 그도 또한 참선으로, 하나의 의식이었다. 음식은 한 톨도 남겨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절대 적량만을 떠서 자기의 식기에 담아야하며 식사가 끝나고 나면, 앉은 자리에서 자기의 식사도구는 자기가 다 닦아야 한다. 나는 식사 때면 배가 고프지 않을 만큼만 떠왔다. 참선 시에 졸림을 피하기 위하여 끼니때마다 조심 했다.


또 한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면 우선 잠자리였다. 수행자들을 두 그릅으로 나누어, 여자들은 법당에서 남자들은 수행관에서, 스스로 가지고 온 침낭을 펴고 취침을 하는데, 하필이면 내 옆에서 두 분이, 어찌나 코를 골아대든지 잠을 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겠는가? 자리를 바꾸는 번거로움을 참으며, 이게 부처님의 시험이구나. 어떻게 견디어 내는지를 시험하시기 위하여 두 분의 친절(?)한 이웃을 내게 보내주셨다고 생각하며 참아 내기로 했다. 내가 너무 편하게 살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며 살았던 내게 깨달음을 주시는 방편이라고 생각하며 두 손으로 귀를 막아도 보고, 수식관법(호흡과 숫자를 헤면서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선법)으로 어쩌다가 얼핏 잠 들었다가도 큰소리(?)는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몇 번이나 잠을 깨서 귀한 시간을 설쳤다. 그러나 이겨 내는 것 자체가 수행이라고 생각하며 3일을 보냈다.


수행자들 대부분이 젊은이들이었고,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이웃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한국 여자들도 두 분이 있었고, 한국인 2세들 두 분도 참석했다. 나이는 내가 제일 많았다.

그분들은 정성과 성의도 대단하였으며, 염불을 하는데 불경도 암기하고 있었으며, 가부좌나 무릎을 꿇고 앉는데도 불편해하지 않았으며 단정한 모습이 동양사람 못지않았다.

유럽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 온 나는, 유럽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앉는 것을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를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의 용감한 인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불단에 높이 앉아 묵언으로 설법을 하시고 계신다는 석가모니 불상 앞에, 우리는 지그시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른다. 등은 곧바로 세우되 몸에서 긴장을 풀고, 삼단전을 직선으로 하고 혀끝을 윗잇몸에 살짝 붙이고, 시선은 약 1미터 전방에 일점을 주시한다.

하단전으로 호흡을 하며, 들숨과 날숨이 이루어지고 있는 찰라 찰라에 몸의 변화를 살피며 “이 뭣꼬?” 라는 화두와 함께 참 나를 찾아 긴 여행을 했다.


가부좌로 앉아 있는 다리가 저리더니 참을 수 없이 아파온다. 육신의 아픔은 정신적 갈등과 대립으로 참선보다 고통이 더 깊이 육신으로 파고든다.

그러나 꼼짝도 하지 않고 죽은 듯이 앉아 있는 나에게 아픔도 서서히 죽어갔다. 멍멍하여 감각이 없어진다. 잠깐 육신으로 정신이 들 때면 발가락을 움직이려 해도 전혀 감각이 없다. 이미 내 다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정신은 너무도 맑고 편안했다. 이 세상을 떠난, 내 몸이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은 기분, 세상의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이 오직 그대로 머무르고 싶었다. 오욕칠정도 어디에서인가 함께 죽어버린 것 같았다.


육신과 정신! 


육신 안에 정신이 있다고 한다. 세상에는 밖으로 육신의 욕망을 쫓으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안으로 마음을 붙잡아 절제하고 이타정신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밖으로, 육신이 원하는 대로 쾌락과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정신마저 쫓아간다면, 언제인가는 절망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안으로 정신을 쫓아 육신의 욕망을 절제한다면, 고통에서 환희로, 욕망에서 만족으로, 불행에서 행복으로 삶은 안락해 질 것이다.


기차가 시속 260킬로로 달린다. 나는 다시 생활전선으로 돌아가고 있다. 


부처님의 말씀처럼 이승의 삶이 전부가 아니라면, 오온(五蘊: 色受想行識)의 노예가 되어 육근(眼耳鼻舌身意)의 욕망만을 쫓다가 육도(天道,人道,修羅,畜生 餓鬼,地獄)중생으로 윤회를 거듭하는 모든 고통에서 급히 벗어나고 싶다.


그래서 잠시라도, 내면의 참나를 갈고 닦으며, 깨어있어, 가치 있는 삶으로 후회 없이 그 날을 준비를 해야겠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나의 남은 인생을 먼저 간 사람들에게도 나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


내일도 나를 기다리는 환자들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며, 오욕 칠정을 절제할 줄 아는 참 내 마음과 항상 함께하는 깨어있는 나를 염원해 본다.


차창밖에는 푸릇푸릇한 새싹들이 빗물에 씻기고 있다. 


내 영혼과 육신도 저 빗물에 씻기고 싶다.


서방정토 극락세계 나무아미타불 스위스 자르브뤼켄에서 라 진오 합장



<독자 기고자 >


908-독자 기고 사진.JPG




1977년도에 독일 Saarbuecken에 태권도 사범으로 정착

스위스의 Zurich와 Luzern 중간 거리인 Baar라는 조그만 마을에서 동산 한의원을 운영중

현재 가족은 독일의 Saarbuecken에 거주


스위스에서 라 진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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