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
||||||||||||||||||||||||||||||||||||||||||||||||||||||||||||||||||||||||||||||||||||||||||||||||||||||||||||||||||||||||||||||||||||||||||||||||||||||||||||||||||||||||||
|
||||||||||||||||||||||||||||||||||||||||||||||||||||||||||||||||||||||||||||||||||||||||||||||||||||||||||||||||||||||||||||||||||||||||||||||||||||||||||||||||||||||||||
|
유럽전체
2014.03.18 20:29
한국인의 밥상 (2)
조회 수 6674 추천 수 0 댓글 0
한국인의 밥상 (2) 고향에서 남녀공학의 초등학교 다닐 때 매 달 한번은 교실 대청소가 있었다. 비누칠한 짚을 돌돌 말아 교실 나무바닥의 떼를 벗긴 다음 날 치자 물로 입혀야 했다. 부글부글 끓듯이 이는 떼 물 자국 냄새는 참으로 지독했다. 광목바지 무릎 팍 부분은 다 마를 때까지 냄새가 솔솔 올라와 역겨웠다. 복도 창문을 호호 불며 닦다 보면 맞은편의 내 짝과 우연히 뽀뽀하게 된다. 수줍어하며 옆으로 슬쩍 비키는 내 짝 모습이 너무 예뻐 장난을 건다. `하나하나씩 닦아가야지 건너 띄면 헷갈려`짐짓 화낸다. `니가 진고이 그으만 (네가 진짜 그러면) 니가 먼저 뽀뽀했다고 소문 내뿐데이` 은근 히 놀리면 이내 눈을 흘겼다. 내 자리는 담임 선생 책상과 붙어있어 잔 심부름을 많이 했다. 겨울 철 교실 한가운데 있는 톱밥난로 뚜껑 위에는 3 교시 전부터 반 아이들의 도시락을 쌓아 두기, 점심 식사시간에는 큰 양은 주전자를 들고 반 아이들의 도시락 뚜껑에다 물 따르기는 내 몫이었다. 당번을 도와줬다. 자주하다 보니 그것도 벼슬이라고 반 아이들을 슬슬 내편으로 꾀였다. 있는 집 아이들은 책가방 귀퉁이에 숨겨둔 누룽지로 날 인정했다. 딱딱히 굳은 누룽지는 설탕을 조금 뿌리고 달달 볶으면 맛있는 영양간식이다. 숭늉은 밥을 익힌 뒤 차갑게 식혔다는 의미로 숙냉 (熟冷)에서 나온 말이다. 성격이 조급하고 일의 순서를 모르는 사람을 보고 우물가에서 숭늉 찾을 사람이라 한다. 숭늉은 인내와 끈기 있는 우리의 민족성과 이어진다. 잔칫날이나 큰일 있을 때에는 중간 누나는 어린 동생을 엎고 마루에서 빨래를 밟으며 동요 곡을 부르면서 새근새근 잠을 재웠다. 큰 누나는 엄마 일 손을 거들어줬다. 동네 아줌마들은 머리에 흰 수건 쓰고 나왔다. 나는 부뚜막주위에 장작을 쌓기 바빴다. 관솔 가지는 재미 삼아 따로 숨겨뒀다. 장작을 패며 천천히 부르는 형님의 유행가를 배우려고 얼른 돌아와 슬쩍슬쩍 노래가사를 엿들었다. 내가 가장 어려 디딜방아 일이나 절구 찧기도 마다할 수가 없었다. 그 다음 일 삼아 바쁜 놈이 집안 누렁이였다. 힘들고 짜증나면 놈을 힘껏 걷어찼다. 그러한 시절에 먹던 음식을 어찌 잊힐 리야. 이 프로를 보면 숙연해지는 장면이 너무도 많다. 토박이 사투리로 만드는 밥상에 둘러앉아 식사 도중 주인댁은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로부터 이어 받은 음식솜씨보다 못하다고 식구들에게 미안해하고 가슴 허전해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해진다. 식구들은 바람벽 위에 걸린 색 바랜 흑백사진들을 둘러보며 돌아가신 어른들 생각에 또 울먹거리다 음식을 못 삼킨다. 나는 돌아가신 집안 어른들께 기일마다 음식으로 예를 올리는 효(孝)의 방식에 어떤 종교의 굴레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 여긴다. 돌아가신 어른들을 귀신으로 지운다는 것은 자기 부정이다. 자기를 낳은 게 죄가 되더냐? 우리가 여행을 할 때면 도시의 작은 골목길을 좋아하듯이 그 골목길들은 그 도시의 속살이다. 어느 건축가는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다`고 멋진 말을 했다. 한국인의 밥상 제작팀들은 전국각지에서 점차 사라지는 먹자골목도 알려야 한다. 밥집음식 또한 주인장의 고향음식 일 수 도 있다. 음식 맛의 변화추이도 알아 봐야 한다. 골목길 주변의 정취는 지역 문화 자산이기도 하다. 서울의 피 맛 길을 살려야 한다. 전통 민속 술 제조 방법 과일 주 잘 담그는 집도 찾아야 한다. 음식(飮食) 완성을 위함이다. 나이 들면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날들에 대한 애상으로 옛 음식을 즐겨 찾는다. 추억으로 가는 가장 쉬운 방편이 음식이다. 추억은 고향으로 간다. 음식이란 그 식 재료의 기운을 먹는 셈이다. 화(和)는 쌀이 입으로 들어가는 표현이라 화(和)자가 들어간 낱말은 항상 편하다. 이 프로의 제작팀은 한식의 새로움을 발견하여 한식한류에도 동참해야 한다. 찾아 나서기만 한다면 어느 인기 연속극의 방송 늘려 잡기 격이 된다.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가 뉴욕이다. 뉴욕 한복판에 한끼 식사가 1 천불 하는 일식 집이 있다. 그것도 한달 전 예약해야 한다. 그 음식점 손님 대부분이 백인들이다. 일식은 고급이다. – 나라 이미지와 연결된다. 한식요리 연구가들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좀 나아졌지만 이 프로의 부족한 점은 음식 맛만큼 해설이 넉넉하지 않다. 바닷가에 가서는 비늘이 있는 생선은 어(魚)라 하고 비늘이 없는 생선은 `치`라는 상식적 얘기도 있어야 한다. 문어 고등어 등등 예외가 있긴 하다. 바다 쪽 항구는 포(浦) 민물 쪽 항구는 진(津) 또는 `터`이다. 산 동네에 가서는 산(山) 봉(峰) 타 지역과 다른 토질이나 바람얘기도 있어야 한다. 이 프로는 웃을 대목은 별로 없는데 최근 방송 분에서는 통통배를 오르는 어느 어부의 작업복 상의에 서울 어느 사설학원 이름이 보여 모처럼 크게 웃었다. 옷을 입을 때 자식생각이 절로 나면서 오늘은 더 열심을 해야겠다는 마음 가짐도 있었으리라. 베이징올림픽시작은 젓가락 사용으로부터라는 기치로 중국에서는 중식문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다. 일본은 1984년부터 8울4일을 젓가락 절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라고 장사꾼들이 떠든다. 발렌타인 데이니 하는 것도 배알이 없는 짓이다. 그 날을 젓가락 날로 정해야 한다. 요즈음 한국의 신세대 엄마들은 자녀들의 서툰 젓가락질이 안쓰러워 잔 이빨 달린 집게 형 젓가락을 준다. 편리성이 문제가 아니다. 손은 작은 뇌이기에 자극을 줄수록 지능개발에 도움이 된다. 2000년 초에 호주에서는 젓가락 사용법을 담은 책들이 인기였다. 젓가락질하는 것을 상류층의 상징으로 여겼다. 찌르고 자르는 서양식사 방식보다 수저 들고 먹는 게 자연스럽다. 이북사람들은 만두를 좋아한다. 탈북자들도 많이 들어와 사는 터라 정월초하루의 떡국은 만둣국으로 해도 좋을듯하다. 오래 전 미국간 내 친구는 동네세탁소를 운영한다. 이따금씩 안부전화가 오간다. `너 참 미국 잘 갔다. 내가 부럽다, 나도 미국가면 큰 세탁소 할거야, 미국을 주름잡는 사나이 짜잔`. 출근하는 사람들의 세탁물을 챙기기 위해 그는 일찍 일터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새벽 밥 먹고 일하기가 쉽지 않아 떡을 먹으며 일한다고 한다. 밥상 차리는데 시간도 걸리고 음식 냄새가 나서 시장 끼가 나면 수시로 떡을 먹는 게 좋단다. 소화도 잘되고 근기가 있어 점심시간까지 배가 고프지 않고 보관 지참하기도 좋다며 모든 떡을 다 좋아한다. 그는 미국 행 이민 전까지는 떡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뒤 늦게 떡 힘을 알고 선조들의 지혜로 먹고 산다며 피시 웃는다. 소식을 하면 몸이 일을 안 하기에 머리가 맑아진다. 배 나온 선비는 없다. 인체의 몸 온기는 대부분 음식소화에서 얻는다. 온기의 20%는 간, 20%는 근육으로 가고 50%는 주위의 차가움에 방사된다. 우리 몸 온도는 신체기관의 활동을 보장해주는 효소작용이 37- 37.5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끼니를 거르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먹어야 한다. 소 돼지는 고기 값이나 하는데 사람들 양심은 그 보다 더 못한 경우가 많다. 세상사람들 다 속여도 자신을 속이지는 못한다. 귀한 음식에 대한 배반적 언행은 큰 죄악이다. 이 프로의 깊음은 `우리는 한국인이다`라는 재 인식의 바탕 위에 나라사랑이 절로 우러나게 한다는 것이다. 음식문화의 발달로 풍류를 아는 한국인이다. 식 재료의 부분별로 요리과정이 다른 것은 오래도록 쌓인 선조들의 지혜이다. 우리 땅이 이토록 살갑게 느껴지는 것은 음식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밥상은 음식을 넘어 약이 된 밥상이다. 건강지킴이 밥상이다. 자연의 모든 정기를 모은 밥상이다. 한국인의 밥상이 세계인의 밥상으로 이끌 수도 있겠다. 이토록 찬란한 문화를 이어가는 한국이 내 조국인 것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2014. 3 – 17. 독일에서 손 병원님 기고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