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지막 주말에
~고전무용 체험기
~
활짝 핀 노란 개나리가 담너머로 나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으며 자목련이 우아한 자태로
유혹하는 3월의 마지막 주말을 나는 참으로 뜻깊게 보내게 되었다.
평소에 컴퓨터를 마주하고 글을
쓴다던가, 책을 읽거나 음악 듣는 것을 취미로 하고 있는 나는 주로 앉아서 하는 일이 많다. 그러다보니 운동부족에서
오는
여러가지 증상들이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는 현실이다.
갑자기 격한 운동은 않될
것 같고, 고전무용을 배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난 3월8일 보트롭에서 거행된 영남인의 밤 행사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던
"아리랑 무용단"이 생각났다.
즉시 서정숙 단장에게 전화를 하여 고전무용을 배우고
싶다고 하자 29일 토요일에 에쎈 문화회관에서 연습이 있으니 그때
참석하는 걸로
하자는 약속을 하고 같은 지역에
거주한다는 정인숙 단원을 소개해 주시어 Essen 에 있는 한인 문화회관까지 동승하게
되었다.
한달에 한번 마지막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단원들이 모여 연습을 한다는데 토요일 연습장소인
문화회관에서는 조용한 춤 연습을 하고, 일요일에는
Duisburg
Meidrich Park Haus 에서 연습을 한다. 한인 문화회관에서는 주위의 요청으로 조용하게
연습할 수 있는 춤이 이뤄지고 두이스부룩 에서는 장고나
북,
등 소리를 내도 되는 연습을 하는 곳이란다.
29일, 토요일 오전
10시, 문화회관 지하에 있는 연습실로 Soest(Sauerland 근처), Mainz, Bocholt, Hueckes wagen,
Duisburg, Dortmund, Oberhausen
등, 원근각지에서 거주하는
분들이 속속 도착하여 주름잡힌 긴 치마에 버선코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발레리나 슈~우"
를 신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정인숙
단원이 "발레리나 슈~우" 가 한
켤래 더 있다면서 나에게 건내주어 초보자답게 뒷줄에 서서 연습에
임했다.
고전음악이 울려 퍼지자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운동이 필요하듯, 고전무용의 기본동작들을 역어 만든
" 기본춤 "으로 몸을 풀기 시작하여 13시까지
쉬임없이 살풀이,
부채춤(큰 부채), 칼춤,
입춤(교방무), 굿거리,
부채산조(작은부채 사용), 연화무(연꽃을 들고 추는 춤), 신 시나위(기공방식) 등,
동작이
크지않은 무용을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보기엔
단순한 동작같아도 막상 따라해보니 발
동작과 손 놀림이 쉽질 않았다. 어깨를 반듯하게 하고 허리를 쭉 펴고
팔을 편 채로 바른쪽 무릎을
구부렸다가 펴고
왼 발로 다시
한 걸음 나가서 구부렸다가 펴고, 뒤로 두 발짝 나가면서 왼팔을앞으로 또는 바른팔을
앞으로
하는 동작에서 몸을 바르게 만드는
동작임을 느꼈다.
부채를 잡고 폈다 모으는
동작 하나도 쉽질않으며, 칼춤에서의 손놀림은 오랜 연습에서 우러나오는 동작이지 어느날 갑자기 이뤄진것이 아님을 알았다.
혼자서 하는 무용이 아니고 단체로
해야하는 무용은 서로 호흡이 맞아야 하고 박자를 잘 맞추어야하므로 어느 한사람이 잘한다고 해서 그 무용이
성공한것은
아니다. 조화롭고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통일감을 이뤄내야 하므로 함께 연습을 해야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일것이다.
큰언니격인 70세
김혜숙 씨가 (Soest 거주) 하나! 둘! 셋! 넷! 박자를 소리내며 단원들의 잘못된 동작을 지도해주면서 연습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단원들
서로가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며 고쳐나가는 모습에서
그들의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12시 30분경 한 단원이 연습을 중단하고는 부엌으로 가더니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올려 놓고
식탁을 준비한다. 그리고 13시가 되자 연습을 중단하고 점심
식사를
하기위해 식탁으로 모여앉았다. 현재 "아리당
무용단" 단원은 16명이며 오늘 모인분은 10명, 각자 준비해온 김밥 만두 야채전 김치와 나물 김구이
등으로 점심을
나누며 잠시 휴식시간을 갖은 뒤
곧바로 연습실로
들어갔다. 음악에 맞추어 많은 종류의 무용을 여럿이 하되 한사람이 하는것처럼
일사분란
하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서양무용과 달리 한국의
고전무용은 손놀림과 발을
움직이는 멋이 사뭇 정적이면서 동적이된다.
손에 무엇을 들고 춤을 추는가에 따라 춤의 이름이 달라진다. 길고 흰 명주 수건을 손에들면 "살풀이
춤" 이 되고, 붉은 깃털에 붉은 꽃이 그려진 큰 부채를
손에
들면 "부채
춤", 그리고 산수화가 그려진 작은 부채를 들고 추는 춤은 "부채 산조" 라고 한다. 작은 칼 모양에
장식이 아름다운 쇠붙이를 양팔에 끼고 입장
하여 두
사람이 마주보고 서서 칼을 흔들다가 찰칵찰칵거리며
춤을 추는 "검무" 는 칼 이나 작은
소도구를 지니고 추는 궁중춤의 하나로 "의식제례" 시에 추어
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 손잡이가 있는 작은 북은
일명 "소고" "경고" 라고도 하는데, 왼손엔
소고를 바른손엔 소고채(나무
막대)를 들고 소고를치며
발놀림
도 함께
한다.
10시에 시작하여 13시까지 연습을 하고 점심식사를 위해 약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음 17시까지 하루에 7시간을 계속하여 배운것을 연습하며 서로 호흡을
맞추는 그들,
70의 나이가 무색하며 60세는 명함도 못 내밀 판국이다. 20대의 체력을
갖고있는 것만 같은 그들을 바라보며 은근히 나는 시샘이 났다. 16시경에
나를 데리고
온 단원이 일찍 집에 가야할 일이 있다고 하여 문화회관을 먼저 나오고, 다른
단원 한명도 Frankfurut에 가야 한다며 일찍 나왔다. 남은 단원들은
시간이
허락하면 늦게까지 연습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날 마인츠에서 온 한
단원은 오늘밤 이곳 문화회관에서 지내고 내일 연습장소에서 다시
만나게될 것이라고
한다. 마인츠에서 이곳까지 연습하기 위해 달려온 그의 열정은 인생의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을것이다.
다음날 30일, 일요일
오전 09시 30분에 정인숙 단원이 나를 데리러왔다. 이날은 Duisburg Meidrich frei Zentrum 에서 연습이 있는 날이다.
어제 연습이
비교적 조용한 동작이었다면 오늘은 소리가 커서
따로 연습장소로 택한 곳이란다. 우리가 도착하고 보니 길가에 위치한 연습장소라 큰길 옆에 차를
세워두고
북과 장고, 작은 장고 (소고, 경고 라고도 함) 또
북이나 장고를 세워둘 수 있는 받침대(일명 북대)를 연습장소로 옮기는 단원들이 보였다.
어제도 날씨가 화창했고
오늘은 어제보다 햇빛이 엷지만 그래도 맑은날이라 북과
장고를 운반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얼마나
어려
울까? 하고 잠시
생각해봤다. 오늘은 10시까지 모인 인원이
8명, 연습장소인 바닥이 깨끝하질 않아 단원들이 자루걸래로 청소를 하고 불을 켠후에 연습복으로
바꿔 입었다. 4명씩 두 줄로
서서 몸을 푸는 기본무용을 하고
첫번째로 "소고" 가 손에 쥐어졌다. 두번째 "진도북" 은 바른쪽 어깨에 비스듬히 흰 천을 내려
허리에 두르고 북을
매달은 채로 8명이 둥글게 서서 북을 치는
것이었다. 세번째 연습은 둥글게 선 자리에서 북대(북을 올려 놓기 위한 받침대)를 펴놓고
그 위에 북을
올려놓은뒤 북을 치는 "모듬 북" 이 진행됐는데
정말 장관을 이뤘다. 옆에 앉아 구경하는 내 귀에는 천둥번개가 내려치는 둣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편의 연습이 끝날때
마다 즉시 문제점들을 말하면서 서로 노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고전무용에 대한 열정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어이"
"어이" 추임새를 넣어가며 연습에 임하는
그들을 보면서 한없는 존경심이 울어났다. 요즘은 평균 100세 시대라고들 말은 하지만, 나이 70이면 사실
젊은
시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70세 부터 68세 67세 등 60대가 가장 많고, 단원 중 가장 어린나이가 55세라고
하니
내 나이는 여기서 명함을 내밀기도 송구할 뿐이다. 나이는
역시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곳에서 다시금 느꼈다.
이들을 이렇게 역동적이고
정열적이게 만드는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각자 취미생활을 하며 여가선용을 하고있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행위는 무엇이든 힘들지
않으며, 돈이 들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고싶은 것이 있다면 늦었다고 하지 말고 즉시 시작하여 자신의
인생을 즐겁게 보낼수 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건물 안쪽으로 넓게
펼쳐져있는 잔디밭과 그 위로 흐르는 뭉게구름이 한가로운 오후, 나무식탁위로는 싱싱한 채소와 밥과 나물, 떡볶기에
쌈장까지
그야말로 봄나물로 장식한 봄의 한나절 속에서
식사를 하게 되어 즐거웠다. 바람 한점없이 햇살은 따스하고 푸른잔디가 넓게 깔린 들판을 바라보며 나는
행복감에 싸였다.
햇빛 찬란한 이 시간을 붙잡고 잔디위에
누워 흐르는 구름을 보고싶었건만 다시 연습을 해야만
했다.
8명이 둥글게 북대를 세워놓고 그 위에 북을 올려 놓은 뒤 "모듬 북" 연습을 하는 것으로
오후시간을 시작했다. "쿵 다당 탕" "쿵쿵 탕" 하는 소리를 들으며
서로가
호흡을 맞추어 연습에 매진하는 중 서정숙 단장이 여행에서 돌아와 합류했다. 오래된 분이 10년 정도
되었으며 가장 최근에 시작하신 분이 3년 정도
라고 하는데,
북 연습을 하다가 장단이 안 맞으면 악보를 꺼내놓고 박자를 다시 맞추곤
한다. 양손으로 쥔 북채로 높낮이를 맞추고 음의 울림을 맞추면서
화음을
조정한다는것이 쉬운일이 아닐것이다. 손의 힘 조절로 소리를
크게도 내고 작게도 내는 것이 북의 소리이다.
다음순서는 " 장구",
한자로는 "장고" 라고도 하는데 오른손에 채를 들고 치기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왼쪽과 오른쪽의 가죽이 달라 소리가 다르게
울리는데,오른손으로는 얇고 가늘게 만든
대나무채(일명 열채)를 잡고 열판을 두드리며, 왼손으로는 손바닥을
이용하여 궁판을 두드리거나 막대기의 끝에
가죽을 씌운 궁채로 두드리기도
한다. "쿵쿵 쿵더쿵" 대나무채와 손바닥으로 높낮이를 맞추고 음의 울림을 맞추면서 화음을 조정해야한다.
무조건 두들겨
대기만 하면 소음으로 들릴것이며, 음의 높낮이와
손의 힘 조절로 소리를 크게도 내고 작게도 내는것이 묘미다.
오늘도 17시 까지 연습이
계속된다는데 15시경 나를 차에 태우고 온 단원이 일찍 집으로 가야 한다기에 서둘러 나갈 준비를하고 단원들에게 인사를
했다.
"어제와 오늘, 2일동안 여러분과 함께 연습하면서 저는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단원이 되고 싶습니다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사정으로 인하여 함께할 수가 없어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에 여러분 들로 부터 "열정"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
니다. 그리고 맛있는
식사를 함께 나눌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더욱 정진하시길 바라며 아울러 여러분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은 단원들은 계속해서 "이매방 류의 모듬북"을 연습할 것이며 "삼고무" 와 "풍물" 도 연습할
것이다. 그리고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엔 뒤스부룩 (4명)
과
오버하우젠(1명)에서 거주하고 있는 단원 5명이
이곳 Meidrich Park Haus 에서 따로 연습을 한다고 하는데, 이들이 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것
같다.
그들은 젊으며 건강하다.
그리고 춤과 악기가 기쁨을 준다. 건강도 지키고 스트레스도 날려버릴수 있다. 혼자가 아니고 여럿이서 즐거움을
공유하기에 그
기쁨은 곱절이 될것이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단어 "내 나이가 어때서" 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어떤 순간이 즐거우신가요?
신바람나는 우리고유의 장단과
춤으로 삶의 즐거움을 만들어 보시면 어떨런지요.
2014년 3월의 마지막
주말을 "아리랑 무용단" 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저는 무척 행복했습니다.
아리랑 무용단은 1996년
1월, 11명의 간호사들로 시작하여 올해 창립 19년 이라는 연륜을 갖고있다.
2005년 부터는 국립국악원
멤버이며 부부교수인 고진성 이지연 교수를 초청하여 사사를 받고 있다.
6개월에 한번 1주일동안
집중적으로 지도를 받으면서 단원들의 실력은 현저하게 향상되고 있으며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 관심 있으신 분은
서정숙 (아리랑 무용단 단장) 에게 연락하시면 친절하게 안내해
주십니다.
전화: 0231 / 737485
전양래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