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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3 03:36

글뤽아우프회에 고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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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뤽아우프회에 고한다 3

                                                                

 

존경하는 재독한인 글뤽아우프회 회장님 그리고 임원님 여러분!

 

2014. 12. 23일자로 유로저널에 발표된 저에 대한 비판기사 “존경하는 홍종철 선배님께”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하여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왜냐하면 비판(Kritik)이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정당한 능력으로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며, 이 비판을 통하여서만이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持論 : Überzeugung)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그 동안 글뤽아우프회를 비판해 왔던 것도 우리 재독교민사회의 발전을 위한 저의 조그마한 충정이며 또 글뤽아우프회의 창립자로서 글뤽아우프회에 애착과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판에 대한 비판을 받는다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뤽아우프회가 1972년에 창립되었으니 이제 40개성상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저는 우선 이 기회를 빌려 이처럼 긴 세월동안 이 회의 존속과 발전을 위하여 많은 정력과 노력을 기울여주신 많은 회장님들과 임원진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찬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글뤽아우프회는 우리 재독교민사회 뿐만 아니라 고국에 까지도 잘 알려져서 ‘글뤽아우프회’ 하면 파독광산근로자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이 아니었더라면 벌써 오래 전에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명칭입니다.

 

그러나 모든 일은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에는 피 끓는 정열이 있었습니다. 세계를 품안에 안고 싶은 불타는 욕망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일을 시도하였고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는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의지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패기에 넘쳤던 우리들이었는데, 지금 우리가 어느 시점에 와 있습니까? 우리 다 같이 한 번 계산해 봅시다.

 

우리 파독광부들은 파독 당시 간호사 보다 더 큰 핸디캡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만이 독일에 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파독광부 모집공고의 응시자격을 보면 “35세 미만에 중졸 이상인 신체 건강한 한국인 남자로서 병역을 필한 자”로 되어 있습니다. 남자들은 학교교육 마치고 추가로 3년에 달하는 군대생활한 후 비로소 독일에 올 수 있었으니 파독 당시 나이가 거의 30세에 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파독 50주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 나이가 지금 얼마입니까? 80대가 되었습니다. 1970년대에 오신 그대들도 이제 70대에 들어섰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된 것입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인생정리를 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들 중에는 아직도 젊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단체도 새로 만들고 정리를 해야 할 시점에서 거꾸로 일을 자꾸 벌리는 극히 근시안적인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대들에게 아래와 같이 간곡히 충고를 드리고자 합니다. 수용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 한국문화회관의 운영

이미 말씀드린바 있습니다마는 독일에서 건물을 소유하고 이를 유지 관리하려면 재정적 뒷받침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까지는 몰라도 여하튼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획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문화회관은 처음부터 아무런 재원도 없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지금 심각한 운영난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물론 회관의 큰 홀을 대형행사나 또는 잔치행사에 임대하여서 여기서 얻어지는 임대료로 경비충당을 한다는 계획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소음(Lärm)과 주차위반(Falschparker) 때문에 시 건물감독청(Bauaufsichtsbehörde)으로 부터 대형 잔치행사를 위한 공간사용 금지처분이 내리지 않았습니까앞으로 이런 잔치행사를 하려면 건물의 방음장치 공사, 주차장 건설공사를 하라는 것 아닙니까? 게다가 지붕교체까지 해야 하는 큰 의무가 주어져 있습니다. 이 엄청난 경비를 무엇으로 어떻게 충당하겠다는 것입니까? 관청의 말대로 40만 여 유로를 호가하는 큰 건물을 구입할 때에는 사전에 전문변호사를 통하여 법원의 토지대장(Grundbuch)에서부터 해당관청에 건물에 관하여 세밀한 조회를 하는 것이 상식이요 순서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대들은 이런 과정도 거치지 않고 경솔하게 건물매매계약서에 급히 서명을 함으로써 그만 일이 터져버리고 만 것입니다. 독일에서 한 번 관청지시가 떨어지면 꼼짝 못합니다. 한국에서처럼 ‘봐 준다’ 같은 관대(寬大)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건물을 매각처분하라고 조언하는 것입니다.

 

그대들은 문화회관의 존재성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하여 동포언론에 행사광고와 기사를 자주 내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대들의 이 노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성황을 이루어야 할 모임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으니 행사는 초라하기만 합니다. 몇몇 사람이 모여서 좌담회를 한 것도 애써 큰 행사로 과장하여 보도하고 여자들 몇 사람이 모여서 김치 담그기를 한 것도 세미나(Seminar)로 둔갑하여 발표됩니다. 이런 ‘부풀리기’식 보도행태는 건전한 교민사회에 해를 끼칠 뿐입니다.

 

문화회관내에 있는 이른바 ‘광산박물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물건과 자료가 얼마나 많이 진열되어 있기에 박물관(Museu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은 정말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방문객들이 구태여 광산에 관한 시설이나 물건을 보고 싶어 한다면 지척 Essen시에 있는 루르 박물관(Ruhr-Museum)에 갈 수도 있고 바로 인근도시  Bochum시에 있는 세계최대의 시설을 자랑하는 광산박물관(Bergbau-Museum)을 보면 되는 것입니다.

 

- 재독교민의 알권리(Recht zu wissen)

우리 재독교민들은 대부분이 파독근로자 출신이기 때문에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와 한국문화회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민들이 독일 각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정보를 입수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지방한인회만을 예로 들더라도 동서로는 베를린(Berlin)에서 악헨(Aachen)까지 남북으로는 뮌헨(München)에서 함부르크(Hamburg)까지, 참으로 방대한 분포입니다. 때문에 멀리 사는 교민들은 우리 교민사회의 정보를 유로저널, 교포신문, 우리신문 등 동포언론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동포언론은 지금까지 예컨대 한국문화회관이 관청으로 받은 지적 및 지시사항에 관하여 전혀 보도를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왔습니다. 그대들 중에 교포신문과 우리신문에서 일하는 기자 들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다행히 WAZ(Westfälische Allgemeine Zeitung) 신문이 이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에 제가 기사를 읽고 우리 교민사회에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고, 유로저널이 제 기사를 게재해 주는 배려를 한 것입니다.

 

- 신문은 사회의 목탁

‘신문은 사회의 목탁’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회를 각성시키고 바른 길로 이끌며

독자들을 바른 방향으로 계도(啓導)하는 힘을 신문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올바른 보도는 신문의 사명(使命)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동포언론도 ‘어느 단체가 무슨 잔치행사를 했다’ 등의 천편일률적인 기사만 낼 것이 아니라 동포사회의 이면(裏面)이나 부정적인 사실도 가차 없이 보도하여 칭찬할 것은 하고 경종을 줄 것은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문기자들은 이 숨겨진 사실을 찾아 불철주야 바쁘게 뛰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기자정신입니다. 그런데 그대들은 이런 기자정신을 망각하고 제 기사의 보도를 오히려 중간에서 계속 차단하는 방해를 하였고 문화회관의 문제점들을 ‘쉬! !’하면서 은폐하는데 급급했습니다. 이로써 그대들은 우리 교민들의 알권리를 박탈하는 행동을 취했습니다. 이것은 우리 교민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 문화회관을 위한 회비와 찬조금

그대들은 “글뤽아우프회가 한국문화회관 건립을 위하여 모금운동을 할 때 전혀 협조도 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회관건물을 매각처분 하라는 등 요구를 할 수 있는가?” 라고 하면서 저의 “정신상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하였습니다.

이 비난에 대하여 저는 다음과 같이 해명하는 바입니다.

 

문화회관 구입에 투입된 20만 유로는 노동부로부터 받은 “파독광부특별회계적립금” 입니다.

독일에서 직장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자국인 외국인을 막론하고 독일 연금보험법이 정하는 연금보험(Rentenversicherung)에 가입하여 정기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인 광산근로자들은 한국과 독일 간에 체결된 “독일광산에 한국광산근로자 임시 고용협정(Programm zur vorübergehenden Beschäftigung der koreanischen Bergarbeiter im deutschen Steinkohlenbergbau)”에 의거, 3년간 독일의 광산기술을 습득한 후 귀국한다는 조건으로 기한부 파독되었기 때문에 독일 연금보험의 혜택권에서 제외됨으로, 이 연금보험료는 독일연금보험청에 납부되지 않고 Essen시에 있는 독일탄광협회(Unternehmensverband des Deutschen Steinkohlenbergbaus)에 “파독광부특별회계적립금(Sonderfonds der Rentenversicherungsbeiträge der koreanischen Bergarbeiter)" 구좌를 별도로 설정, 이 구좌에 납입이 되었습니다. 이 기금으로 파독광부의 내독 및 귀국항공료가 지출 된 것입니다.

탄광협회는 주독한국대사관 노무과와 유기적인 연락을 취하면서 이 구좌를 관리했는바, 제가 바로 대사관 노무과에 근무(1974-1978)할 때 이 업무를 취급했던 장본인입니다.

이 특별회계적립금명세서에는 우리가 잘 아는 독일 연금통보(Rentenbescheid)와 같이 개별적으로 한국인 광부의 성명, 생년월일, 독일연금번호(Rentenversicherungsnummer), 내독일자, 근무광산, 연금보험료 입금액, 항공료 공제액, 잔액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명세서에 따라 적립금 잔액이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한국외환은해에 이관되었고

우리는 내독항공료를 제외한 이 적립금 잔액을 외환은행에서 수령했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몫은 한국으로 이관, 노동부에서 관리를 하게 된 것입니다

글뤽아우프회는 벌써 수십 년 전부터 미주로 이주한 사람들의 적립금 잔액을 독일에 있는 우리들에게 달라는 부당한 요구를 하면서 공관과 노동부에 계속 떼를 써왔습니다. “남의 연금을 내가 받겠다” 라는 논리입니다.

그렇게 해서 받아 낸 것이 문화회관 구입에 투입된 20만 유로입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제가 어떻게 글뤽아우프회의 하는 일에 동조하고 찬조를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인색해서가 아니라 찬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저는 당시 광산근로자들에게 복지회가 지급하는 ‘환갑축하금’도 받지 않았습니다. 양심이 허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산업 전사 고국 방문단

글뤽아우프회가 그의 존재성 제고의 일환으로 자꾸 행사(Veranstaltung)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 이른바 ‘산업전사고국방문’이라는 행사가 있습니다. 행사일정을 보면 ‘고국방문단환영만찬’ ‘청와대 방문’ ‘대기업산업시설견학’ ‘경주관광’ 등 다양합니다. 초청자 측에서 관심을 끌기 위하여 이렇게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짠 것입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사람이 젊을 때에는 무슨 일이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 청와대 방문도 물론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요, 평생 기억에 남을 이벤트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들 나이가 얼마입니까몸은 병약해지고 얼굴에 주름도 많이 잡혔으며 배도 불룩이 나오고 발도 제대로 말을 안 들어 절룩거립니다. 고국방문단 단체사진을 보니 회장님 한 분만 건장한 체격에 얼굴이 반반하고 나머지는 전부 볼품없는 노구(老軀)들이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청와대를 방문하고 산업시설 견학을 하고 그럽니다. 참으로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청와대는 관광지가 아닙니다. 젊고 패기에 찬 엘리트들이 나라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는 청와대를 노인네들이 들어가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입니까? 외국의 방문객들이 이 광경을 보면 어떻게 평가하겠습니까? 물론 저도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때 저는 평통자문위원 자격으로서 대통령의 말씀을 듣기 위한 방문이었습니다. 산업시설 견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견학이란 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이 장래 설계를 위한 행위입니다.

경주에서는 ‘경주시장초청 산업전사고국방문단 환영만찬’ 이라는 거창한 프로그램에 따라 방문단이 한 식당에 갔는데 이 자리에 시장은 고사하고 시청에서 직원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는 무례한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귀찮은 존재로 낙인찍고 구걸 온 사람 취급을 한 것입니다. 우리 재독교민들이 이런 무시를 당하고도 가만히 있어야 합니까? 모두들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 세대교체(Generationswechsel)

어느 할머니 간호사가 총영사관에서 개최하는 개천절 리셉션에 초대를 받지 못했다고 불평하는 것을 보고 한탄한 적이 있습니다. 불평이라니요. 이제는 초대를 받아도 오히려 사양을 해야 합니다. 우리 1세들은 제발 사양하고 대신 우리의 2세들을 보내야 합니다. 세대교체(Generationswechsel)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리셉션장에는 지금 한창 사회에서 활동하는 젊은 독일인 인사들도 많이 와 있는데 호호백발 늙은이들이 중간에 끼어있는 것은 정말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노인네들이 우리 한국문화를 소개한다고 한복입고 부채춤 추는 것도 보기에 딱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아들딸인 2세들을 한 번 보십시오. 이들은 독일에서 나서 독일교육을 받고 성장한 사람들이라 사고력(Denkvermögen)이 아주 건전하고 합리적(rational)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재독교민사회에 참여하려 하지도 않거니와 관심도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은 아무 실효성(Effektivität)도 없는 단체를 만들어 저렇게 소란을 피운다”라고 비웃습니다. 우리들은 우리의 아들딸로부터 이렇게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대들은 문화회관을 2세에게 넘긴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마는 문화회관의 생명은 우리세대가 끝남과 동시에 같이 마감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이에 대한 정리작업을 해 주시기 바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산업전사고국방문’이라는 명목으로 노인네들을 데리고 한국에 가서 망신당하는 행사도 제발 삼가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2015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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