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과 야만인의
차이 (2)
우리가 살면서 가장 걱정스럽게 생각되는
사람들이 아마도 터키 사람들 일 것이다. 터키 여자들은 바지를 입고,
그 위에 또 치마를 입고, 더운 여름 일 때도 머리에 수건으로 싸고 감는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저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걱정이 될 때가
많다. 풍습이라고 하지만 저런 모습은 너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터키사람들이 한국인들 흉을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깜작 놀랐다. 우리와 가까이 지내는 한독가정(독일인 남편, 한국인 부인)인 그 부부는 여행을 대단히 좋아해서 세계 여러
나라로 쉴새 없이 여행을 떠난다. 그 부부가 얼마 전 터키 여행을 다녀와서 우리에게 들려준
얘기다.
터키에서 개인 가이드를 받았는데, 가이드
생활 27년이나 됐다고 스스로를 자랑하면서 터키인 베테랑 가이드가 쏟아낸 이야기다. 그 가이드는 지금 안내를 받고 있는 여자 손님이 한국인 인줄도 모르고,
열심히 한국사람들 흉을 늘어놓았던 것이다. 끝까지 듣기 위해서 한국사람이라고 밝히질 않고
참을성 있게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독일인 남편이 내 부인도 한국여자라고 하니까 터키인 가이드는 얼굴이 빨게 지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미안해
했다는 내용이다.
다음은 터키인 가이드가 쏟아 냈던 내용이다.
한국 관광객이 매일 6~7대의 대형버스로 그 도시에 들어오는데 식당에서 떠들고,
음료수도 사서 마시지 않고, 물 병 들고 식당까지 들어와서 돌아가면서 병 들고
마시고, 식당은 소란스러워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고, 돈 좀
있다고 거드름만 피우면서 사람 깔보고, 차양이 큰 모자에 목도리에 상의까지 입고 식사를 하고, 도대체 조용하고 점잖은 데라곤 한군데도 찾아 볼 수가 없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거기에다가 마늘 냄새가 얼마나 많이 나는지 옆에 가기가 두렵고,
지겹다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정말 달갑지 않는 손님들이 한국사람들이라는 얘기를
숨도 쉬지 않고 늘어놓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터키 식당에선 혹 자리가 비어 있어도, 예약손님이 있다면서 거절하고 있는 것이 터키 현재의 분위기라고 터키인 가이드가 설명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하나님 맙소사. 어찌 이럴
수가….
그럼 우린 이 마늘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한번
고민을 해 볼 때다. 마늘은 건강에 좋고, 마늘을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음식 맛이 좋아진다. 그래서 우린 시도 때도 없이 마늘 속에서 산다. 음식마다 마늘을 계산 없이, 정신 없이, 사정 없이 몽땅 넣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 주위에는 마늘냄새가
진동한다. 한국에서야 너도 먹고, 나도 먹으니까 그게
향기가 되든가 아니면 전혀 못 느끼게 되는데, 유럽에선 마늘을 조금만 먹어도 마늘냄새가 가는 곳마다
확실하게 천지를 진동한다.
독일인들도 간혹 마늘을 먹긴 먹는다. 그러나 이들은
전 가족이 먹는 요리에 마늘 한 조각 정도만 넣는다. 그래서 냄새가 경미하다. 혹 마늘을 먹은 독일인들과 자리를 같이 한다 해도 마늘 냄새가 희미해서 참을
만하다.
그렇다. 교양의 기본은 나와 남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냄새를 풍기면 그들이 다치고, 우리에게서
냄새 난다고 그들이 우릴 함부로 무시하고 괄세 하면 우리가 다친다.
며칠 전 일이다. 프랑크프르트 어느 한국식당에서 맛 있는 ‘산마늘 김치’가 나와서 난(www.segye.de 인터넷 전화 02-739-5166 황만섭) 겁 없이 그걸 많이 먹었고 집에 와서
집사람으로부터 냄새 난다고 심한 괄시를 받았다. 결국은 침실에서 쫓겨나 응접실 카우치에서 웅크리고
서러운 하룻밤을 보냈어야 했다. ‘산마늘 김치’ 그거 참으로 조심해야 할 물건이다. 산마늘 김치의 위력은 거의 핵폭탄과 같은 수준이었다.
아주 옛날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인간들은 돌을 갈아 화살촉을 만들어 그걸로 사냥이나 해먹고 살던 석기시대엔 너, 나, 동양,
서양, 할 것 없이 인류 모두가 다
야만인들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또 세월이 흘러가면서 옷도 만들어 입고, 글도 만들어 쓰면서 조금씩 깨우쳐 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문화’라는 단어도 생겨난다. 신기하게도 문화(culture라틴어)는‘밭 갈다.
농사 짓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사냥을
하면서 떠돌아 다니는 야만인 생활을 하다가 그걸 접고 정착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문화가 된 셈이다.
문화는 그렇게 해서 생겨난다.
마늘을 많이 먹으면 건강엔 좋으나 냄새가 많이 나고,
냄새가 많이 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천대를 받는다. 마늘을 적게(전 가족 요리에 한 조각 정도만) 먹으면 냄새가 적게 난다. 건강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환대를 받는다. 우리가
마늘을 통해서 얻어지는 건강 비법을 다른 통로를 통해서 섭취하는 방법은 없을까? ‘마늘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각자 스스로 알아서 결정해야 할 자신들의
몫이다.
다음은 우리 집 마늘 이야기다.
아내는
1970년, 나는 1971년 독일생활을
시작했다. 우린 독일에서 만나서 결혼 했고, 오랜 세월
독일에 살다 보니, 이젠 독일에 사는 것이 훨씬 더 편한 일상이 되었다. 우린 독일에 살아가는 동안에 아무 생각 없이 언제나처럼 마늘을 즐겨 먹었다.
건강에 좋다며 열심히 마늘을 편한 마음으로 아주 자주 아주 많이 먹었다. 혹 누군가가
냄새나니 조심해서 조금씩만 먹어야 한다고 충고하면 난 “마늘은 건강에 좋고, 또 우리 음식문화인데
누구 무서워서 이 좋은 마늘을 못 먹느냐”고 말하는 대단히 용감한 사람이었다. 내가 지금도 쉽게 분간을 못하는 것이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말하는 건지?
용감하니까 무식하다고 말하는 건지?’을 빨리 구분하지
못한다.
애들이 태어나고 자라 유치원에 들어가게 될 무렵부터 아내는 김치를 담글 때에 아예 마늘을
제외시켰다. 귀한 애들이 마늘냄새로 인해 독일 애들로부터 괄시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 집사람의
생각이었다. 40년 가까이 그렇게 습관이 되어서인지는 몰라도 마늘을 넣지 않고 담은 우리 집 김치가
이 세상에서 제일 맛 있다는 것이 나의
확신이다.
사정이 그러다 보니 이제 내가 마늘을 먹는 기회는 한국식당에서 외식할 때에만 가능했다.
어쩌다 의사한테 갈 때에만 2~3일 전부터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피했고, 그 외엔 기회만 있으면 한국식당에서 집사람 몰래
마늘을 먹기를 즐겼다. 그러다가 그 마늘냄새로 주위를 괴롭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은 가능한 한 마늘을 조심한다.
마늘은 먹고 난 직후에는 마늘 냄새로
풍기지만, 2~3일이 지나면, 먹은 마늘이 위에서 소화가
되면서, 견디기 어려운 아주 다른 거북한 냄새로 탈바꿈한다.
마치 오장육부 어디엔가 고장이 난 것처럼 냄새가 고약해진다. 살면서 여러 번 아내는
나에게 “의사한테 한번 가 보는 게 좋겠다”며 걱정을 했고, “당신 틀림없이 속병이 있어서 어딘가
지금 망가지고 있다”는 염려였다. 그게 마늘이 소화되면서 완전히 다르게 변한 악취라는 걸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야 알게 되었다. 믿어지지 않으면 통마늘이나 생마늘 몽땅 먹고 한번 시험해보시기
바란다.
앞의 ‘산 마늘 김치사건’ 이후로 나는 통마늘,
생마늘을 확실하게 끊었다. 그 후론
속병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지독한 냄새가 확실하게 나를 떠났기
때문이다
황만섭 재독한인총연합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