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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대중음악계의 거성 김해송

                                                         독일 한인 동포 홍 종 철

 

   일제시대 때 우리 대중음악계의 작곡자라면 박시춘, 손목인, 이재호 등이 거론된다. 김해송도 장세정이 불러 일본에서 까지 대인기를 차지했던 ‘연락선은 떠난다’의 작곡자로서 명성이 대단했다. 또 불멸의 가수 이난영의 남편으로서, 김시스터스의 아버지로서 인구에 회자되었다.

   그러나 그가 음악에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여 작곡뿐만 아니라 가수, 작사, 편곡, 연주, 지휘 등에도 능했고 1930년대애 벌써 미국의 재즈, 스윙을 도입, 자기 음악에 활용하여 그 때 벌써‘재즈의 귀재’로 명성을 떨쳤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많은 작품들이 월북작가의 곡으로 낙인찍혀 지금까지 금지곡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단지 작사가, 작곡가 또는 가수가 월북했다는 이유로 값진 문화유산이 수십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하였으니 참으로 원통하고도 억울한 일이다. 작사가 조명암이 월북했다지만 그가 만든 ‘서귀포 칠십리’의 ‘바닷물이 철썩 철썩 파도치는 사귀포’로 시작되는 가사가 이 이데올로기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더구나 김해송은 월북작가가 아니라 납북작가였다. 6·25 때 북한의 불시남침으로 3일만에 서울이 공산침략자들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혼란 속에서 그는 자기 가족(부인 이난영과 자식들)을 남으로 피난시켰는데 자기만 인민군에게 체포되어 북으로 끌려가던 도중 총살당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미군부대에서 연주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밀고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들이 드디어 해금(解禁)되어 다시 햇빛을 보게 되었다. 이 해금곡들은 이제 인터넷의 유튜브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김해송의 노래들을 접하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그의 작품에는 전통적인 트로트풍의 유행가뿐만 아니라, 새로운 장르인 재즈, 스윙을 섭렵하여 많은 노래를 그런 풍으로 작곡하였고 또 미국음악의 멜로디를 도입하여 간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음악에서는 예컨대 오수재너(Oh! Susanna), 드리고(Drigo) 세레나데 등 서구음악의 멜로디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가사에서도 게리 쿠퍼(Gary Cooper),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 등 당시 미국 영화계를 주름잡던 스타들이 등장하고, 굿모오닝, 오케이, 파라다이스 등 영어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인  1930년대에 말이다.

   또 직접 부른 많은 노래 속에는 서민들의 사랑과 애환청춘을 구가하는 생의 환희, 자유분방한 문화예술인들의 생활 등 당시의 시대상이 유머러스하게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이것은 당시 우리 한국인들이 비록 일본의 지배하에 있었지만 그래도 서양문화도 접하고 문화생활을 했다는 방증이 된다.

  

    “일본제국주의의 압박과 질곡의 암흑기에 우리 민족은 서구문화는커녕 굶주림에 시달리고 그래서 애국지사들은 해외로 망명을 하고 민중은 간도로 이민을 떠나고 화전민이 되었다”고 우리는 그 동안 배워왔다그러나 김해송의 음악을 통하여 당시 긍정적인 면도 많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당시의 한국인들의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알려주는 그의 노래 중에서 가사 몇 개를 아래와 같이 옮긴다. 정말 기가 막히게 좋다. 기가 막히게 재미있다.

 

<개고기주사>

 

다 떨어진 중절모자, 빵꾸난 단꼬바지, 꽁초를 먹드래도 내 멋이야.

댁더러 밥 달랬소, 아 댁더러 옷 달랬소, 쓰디쓴 막걸리나마 권하여 보았건디.

이래 뵈도 종로에서는 개고기주사 나 몰라, 개고기주사를, 뭐야 이거.

 

아 여름에 동복입고, 겨울에 하복입고, 옆으로 걸어가도 내 멋이야.

댁더러 밥 달랬소. 댁더러 옷 달랬소. 쓰디쓴 막걸리나마 권하여 보았건디.

이래 뵈도 종로에서는 개고기주사 나 몰라, 개고기주사를, 뭐야 이거

 

아 안경을 발에 쓰고, 아 냉수에 초쳐 먹고, 아 해 뜨면 우산 써도 아 내 멋이야.

아 댁더러 밥 달랬소. 아 댁더러 옷 달랬소. 쓰디쓴 막걸리나마 권하여 보았건디.

이래 뵈도 종로에서는 개고기주사 나 몰라, 개고기주사를, 뭐야 이거.

------------------------------------------

 

<-던 기생 점고(點考)>

 

하이요 아라아라욥 찌렁へへへ인력거라 나간다

하이요 아라아라욥 찌렁へへへ기생아씨가 나간다

에헴 비켜 안비키면 다처 헤이 꽃갓흔 기생아씨 관상보아라

뾰죽へ 오뚝이기생 재수 없는 병아리기생

소다 먹은 뎀뿌라기생 제멋대루 쏘다진다 햇……

명월관이냐 국일관이냐 천행원별장이냐 음벽정이냐

하이요 아라 아라욥

* * *

하야멀쑥 야사이기생 열다섯짜 다꾸왕기생

동서남북 시가꾸기생 제멋대루 쏘다진다 햇

식도원이냐 조선관이냐 태서관별장이냐 송죽원이냐

하이요 아라 아라욥

* * *

꼬불꼴불 아리랑기생 나라갈뜻 비행기기생

하늘하늘 봄버들기생 제멋대루 쏘다진다 햇……

남산장이냐 백운장이냐 가겟즈(花月)별장이냐 동명관이냐

하이요 아라 아라욥

------------------------------------

 

<청춘삘딩>

 

1.()말라깽이 모던보이 굿모닝

()호박같은 저 아가씨 굿모닝

()굿모닝 굿모닝 굿모닝 굿모닝 다 같이 굿모닝

아침 햇발 서려 있는 들창 밑에서

헬로 헬로 헬로 헬로 여기는 우리들의 청춘삘딩

2.()배불뚝이 월급쟁이 굿모닝

()안짱다리 마네킹 걸 굿모닝

()굿모닝 굿모닝 굿모닝 굿모닝 다 같이 굿모닝

카나리아 조잘대는 새장 밑에서

헬로 헬로 헬로 헬로 여기는 우리들의 유토피아

3.()덥썩부리 대학생님 굿모닝

()사팔뜨기 웨이트레스 굿모닝

()굿모닝 굿모닝 굿모닝 굿모닝 다 같이 굿모닝

라일락이 웃음 짓는 하늘 밑에서

헬로 헬로 헬로 헬로 여기는 우리들의 연애 코스

4.()눈딱부리 신문기자 굿모닝

()뻐드렁니 여 교환수 굿모닝

()굿모닝 굿모닝 굿모닝 굿모닝 다 같이 굿모닝

푸른 바람 노래하는 그네 우에서

헬로 헬로 헬로 헬로 여기는 우리들의 청춘삘딩

----------------------------------

 

<선술집 풍경>

 

1. 모여든다 모여들어

어중이 떠중이 모여들어

홀태바지 두루마기

온갖 잡탕이 모여든다.

얘 산월아 술 한잔 더 부어라

술 한잔 붓되 곱빼기로 붓고

곱창 회깟 너버니 등속 있는 대로

다 구우렷다.

(후렴) 어 술맛 좋다 좋아 좋아

선술집은 우리들의 파라다이스

 

2. 모여든다 모여들어

어중이 떠중이 모여들어

당코바지 방갓쟁이 닥치는 대로 모여든다

얘 일선아 술 한잔 더 내라

술 한잔 내되 찹쌀막걸리로 내고

추탕 선지국 뼈다귀국 기타 있는대로

다 뜨렷다.

(후렴) 어 술맛 좋다 좋아 좋아

선술집은 우리들의 파라다이스

 

3.모여든다 모여들어

어중이 떠중이 모여들어

고야꾸패 조방군이 박박 긁어 모여든다

얘 연화야 술 잔 더 내라

술 한잔 내되 네 분 손님으로 내고

일 다섯 잔 술안주로다

매운탕 좀 끓이렸다.  

(후렴) 어 술맛 좋다 좋아 좋아

선술집은 우리들의 파라다이스

--------------------------------

 

<명랑한 젊은 날> : 김해송 이난영 부부가 부름

 

()제 아무리 세상살이 고되다곤 해도

()오케이

당신과 둘이라면 단 편이라나

()오케이

()웃어라 웃어 우리는 청춘

()빛나라 빛나라

()우리는 청춘

()명랑하다 젊은 날

()오케이

      * (여기서 오수재너 멜로디가 흐름)

()이 세상은 초록이다 능수버들 흔들

()오케이

우리도 초록이다 금성고처럼

()오케이

()웃어라 웃어 우리는 청춘

()빛나라 빛나라

()우리는 청춘

()명랑하다 젊은 날

()오케이

*       *

()가시성을 넘어가자 불바다를 건너

()오케이

구성진 콧노래에 명랑도 하다

()오케이

()웃어라 웃어 우리는 청춘

()빛나라 빛나라

()우리는 청춘

()명랑하다 젊은 날

()오케이

-----------------------------------

 

 

   김해송의 훌륭한 작품을 접하고 나는 깊이 감동했다. 그리고 이 작품이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고  금지곡으로 묶여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데올로기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훌륭한 문화자산을 지금까지 숨겨 놓아야 했단 말인가? 그리고 그는 월북작가도 아니지 않은가? 만시지탄이지만 그래도 이제 이 훌륭한 노래들이 세상에 알려져 후세들이 즐기고 또 문화유산으로도 보존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한국 대중음악의 천재 김해송! 그는 6·25때 납북도중 피살되었다. 그 때 그의 나이 40. 한창 활동할 나이에 그만 요절한 것이다. 전쟁이 아니었던들 그로부터 더 많은 예술작품이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아쉽고 원통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인터넷, 유튜브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접할 수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이 외에도 유튜브(YouTube)에서 -김해송 일제강점기 노래 모음- 을 검색하면 더 많은 재미있는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2015 9 19)


*** 위의 독자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른 부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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