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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성노예 제도 피해자 기림사업 이야기 (4)
'위안부' 문제에 관한 몇 가지 오해


0. 일본인들

'위안부' 문제는 나라 잃은 시기에 소녀들과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그 역사는 오로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수십만 소녀와 여성들이 그 수난을 겪었다.
그것은 단순한 성폭력 수준을 넘어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심지어는 저항하는 순간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하기까지 하는 체제였다.

이를 일본 정부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일본인 포토저널리스트 이토 다카시의 북한 거주 피해자 할머니와의 인터뷰나 중국에서 조사한 800명 일본 전범들의 고백을 통해서도 그 무자비한 속성이 전해진다.
그렇지만 일본 정부와 일본 극우파들의 역사 부정과 국내 신친일파 학자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 중 일부는 할머니와 연대하려는 사람들에게 좀더 정확한 정보를 갖출 것을 요구하게 된다.


1. '위안부' 이야기는 이제 그만? 

놀라운 일은 가끔 70년이나 지난 일인데 어떻게 할 것이냐는 패배주의적인 시선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할머니들의 문제는 많이 이야기되어졌지만 정작 중요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원점이나 마찬가지이다. 

군국주의 일본에서 일본정부가 가는 곳마다 '위안소'를 차렸지만 일본 정부는 오늘날도 유체이탈화법을 계속 쓴다. 재일동포 박수남 감독의 다큐영화 <침묵>에서는 일본인 지식인, 전 일본군 군의관 등이 일왕의 이름으로 저지른 침략 전쟁에서 할머니들이 당한 일이 일왕의 책임이라 주장하고, 이용수 할머니는 일왕이 국회에서 공식 사죄를 빌어야 할 일이라고 한다. 

다른 한편,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일본 정부의 책임에 대해 분명하게 주장을 하거나 군대 최고통수권자였던 일왕의 책임 문제에 있어서는 종종 뒷짐을 지는 경우들이 있다.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이라면 이미 1993년에 일본 문서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일본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는 일을 회피하며 일본군의 책임에만 천착하는 노선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가 없는 것 같은 문제로서 그 문제의 해결은 가해자를 바로 적시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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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쟁이면 흔히 있는 일? 

'위안소' 체제는 과연 전쟁이면 흔히 있는 일인가? 공적 책임을 지지 않는 일본 정부에 대해 '위안소' 체제가 정부와 군이 관여한 조직적인 전쟁범죄였다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상대화하는 표현 중에 '전쟁 때는 다 그래' 하는 표현이 있다.
 물론 전쟁이면 여성과 어린이들처럼 비교적 약한 자들이 위험에 더 심하게 내몰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13년의 긴 기간동안 행해진 강간의 장소 '위안소' 문제는 단순히 전쟁이면 흔히 있는 일로 상대화하는 순간 우리는 할머니들의 정의회복과는 다른 방향으로 한 발자국을 뒷걸음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 보아야 할 것이다.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그런 폭력과 학대를 하여서는 아니 되는 것이고 설혹 아무 것도 모르고 끌려간 소녀든 돈을 벌기 위한 창녀든 사람에게 그렇게 하여서는 안 되는 행위를 사람에게 가했다는 것은 수많은 증언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위안부' 문제는 여성 인권 문제이기 때문에 바로 인권 문제이기도 하지만, 성폭력 뿐 아니라 일반적인 학대와 생명경시가 깃든 반인권 반인륜 폭력 체제였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3. 요시다 세이지와 우에무라 다카시

 독일 주재 일본 공관에서 '위안부' 문제를 허구라고 주장할 때 내놓는 카드가 요시다 사건이다. 일본측에서는 '위안부' 문제는 요시다가 아사히 신문에 쓴 '위안부' 강제동원 관련 기사가 한국인들이 '위안부' 문제를 내세우게 된 근거였다고 하며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근거로 요시다 기사가 아사히에 의해서 취소된 사건을 든다. 그러나 아사히는 요시다 관련 기사를 취소하였다고 하여 본질적인 부분이 왜곡된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한다. 또, 한국인들은 요시다 세이지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된 것이 아니다. 

전쟁 때 떠나간 사람들이, 남자들은 돌아왔지만 여자들은 돌아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윤정옥 교수가 조사를 시작했고 이미 일본에서도 그러한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학자와 활동가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그 외 한일의 학자와 문화인들이 조사 연구를 하고 할머니들이 스스로 자신이 '위안소' 체제의 희생자였다는 것을 밝히면서 연대의 폭이 넓혀져 갔다. 

같은 아사히 신문에 '위안부' 관련 글을 썼으나 그 글이 취소되지 않은 우에무라 다카시를 주목해 보자. 다카시 기자는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이 공개되기 몇 일 전에 아사히 신문에 할머니 관련 기사를 썼다. 
기사는 반향을 일으켰지만 그는 원래 채용되기로 한 대학에 채용되지 못했다. 아사히 신문의 기자 직업은 사표를 내었지만 그 사표를 낸 이유가 된 대학 채용은 극우의 항의 행동으로 인해 무산되었다. 

그는 가족과 함께 협박에 시달리게 되고 지금은 진보 성향의 주간지를 내고 있다. 
역사를 부정하는 이들은 요시다의 아사히 신문 글 취소로서 모든 것을 덮으려 하지만 생존자의 증언은 요시다 한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다. 
사실 그간 제주에서는 강제연행이 없었다는 주장이 요시다 글의 취소를 밀어붙이게 했으나, 오늘날은 제주의 강제연행건이 사실로 밝혀졌다.

단지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는 가족 협박을 당하기까지 하였다. 소설가인 요시다가 쓴 제주의 강제연행 사건을 요시다가 어떻게 알고 쓴 것인지 다시 물어보아야겠으나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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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연대와 의무  

'위안부' 문제를 한일간의 문제로 환원시키려는 것은 일본 정부의 기본 전략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욕망일 뿐이고 이 사안 자체는 한일 양국간의 외교문제라든가 한미일 동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 문제를 동맹 문제라거나 친북주의자의 문제로 보는 것 자체가 불온 아니 불결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일본 정부인지 극우파인지 그런 쪽에서는 문제의 가닥을 자꾸 그렇게 잡아나가고 있다.

그러니만큼 문 모씨를 비롯하여 한국 정치인들 제발 가만히 있어 주면 좋겠다. 따끔하게 본질적인 발언을 하지 못할 바에야 가만히 있는 것이 할머니들을 더 욕되게 하지 않는 일리라고 하면 알아들을까? 

그러나 이 문제가 한일 양국간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피해자들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역에 퍼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피해자들을 기리는 기림비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넘어서  전세계로 퍼지면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폭력에 대해 좀더 심각하게 생각하도록 경종을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치 과거사 연구소의 공동창립자이자 유럽인을 향해 '유럽식 안경을 벗고 바라보라' 하는 오트마이어 교수는 "아우슈비츠는 스페셜 주제가 아니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참혹한 문제란 뜻이다. 그와 나란히 필자는 말한다 "'위안부' 문제는 모퉁이의 주제가 아니다" 라고. 서양의 아우슈비츠, 동양의 '위안부' 문제를 나란히 놓고 현대사에 저질러진 야만을 인류사적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아우슈비츠'를 이야기하면서 독일이란 단어를 뺄 수 없는 것처럼 '위안부' 문제를 다루면서 일본이란 단어를 빠뜨릴 순,없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독일인이나 일본인을 한 민족으로 증오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는 기억하고자 하는 자와 덮어 버리고 하는 자 사이의 건널 수 없는 절벽이 있다는 것 뿐, 국경의 문제로 환원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역사 문제는 연대의 차원을 넘어 바로 개개인의 의무 조항이다. 11월 17일 위령주일에 라인란트팔츠 빙엔 페제르 시장은 희생자에 대한 기억을 세대로 전하는 것은 바로 살아있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란 점을 상기시켰다.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게 기억하는 일은 우리들의 의무다. 


< 다음 호에 계속 >
글  : 풍경세계문화협회 이은희 대표
위의 특별기고 내용은 본 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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