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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성노예 제도 피해자 기림사업 이야기 (5)
'위안부' 문제에 관한 몇 가지 오해


5. 기억해야 할 이름들

어떤 유튜브 영상을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 제대로 알아야 된다 하면서 일본인들의 기여함을 강조한다. 그런데 그 영상의 주인공은 정작 일본군 성노예 문제 관련하여 성과를 남긴 일본 저널리스트, 학자, 활동가의 실명을 하나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기여한 일본인들의 시선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반일이 아니라 반아베'라고 하는 주장의 표절이라 할 만한 '반한이 아니라 반문'이라는 식의 결론에 도달한다.  

사실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밝히기 위해 기여한 일본인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우에무라 다카시 기자와 요시미 요시야키 교수는 이미 한국 미디어 곳곳에서 많이 소개되었고 본 연재물에서도 언급되었으므로 생략하자.

이 글에서는 남성으로서 일본의 미래에 대한 신념으로 과거를 직면하는 이토 다카시, 운동을 위해 학문을 한다는 나카하라 미치코 교수를 소개한다. 그리고 일본계 미국인들을 소개하기로 한다.  


이토 다카시

일본인 포토저널리스트. 1981년부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피해 실태를 쥐재하다가 약 7만 명 조선인이 피폭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일본 사회에서 알지 못했던 사실이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인해 피해 본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강제노동 피해자와 성노예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피해자들의 분노와 슬픔을 만났다. 특히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 취재는 일본인이자 남자였던 이토 다카시에게는 무척 힘든 취재였다. 그의 책 "기억하겠습니다"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토 다카시는 90여 명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을 취재하고 아시아태평양 각국에서 일본이 저지른 침략전쟁 당시 피해자들을 8백여 명 취재하였다. "일본의 중대한 국가 범죄를 분명하게 규명하는 것이 일본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 한다.



나카하라 미치코

일본 와세다대 명예교수. 2000년에 토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 19주년을 맞아 동북아역사재단에서 개최한 토크콘서트에 초대되었다. 녹화된 토크콘서트는 동북아역사재단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나카하라 교수는 "동남아시아" 전공이었지만 일본군 성노예 체제 문제를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한다. 

한국의 윤정옥 교수와 일본의 마쯔이 야요리 씨와 함께 2000년 도쿄 법정을 준비해서 천황에 대한 유죄판결을 내리게 하였다. 당시 주최측은 재정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천황을 심판한다는 소식에 거액 후원이 선뜻 들어오기도 했다고 전한다.

1998년에 게이 맥두글 보고서가 나왔지만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해 일본 사회에서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재판"을 하기로 한 것이었다. 

재판 제안에 대해 일본 페미니스트들은 "사람이 남을 심판할 수 있을까" 하면서 한걸음 물러섰지만 마쯔이 씨와 나카하라 교수는 '일본이 아시아 여성에게 잔혹하게 한 일이 때문에 재판하자'고 주장하면서 VAWW-NET Japan 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VAWW=violence against women in war). 나카하라 교수의 발언 중 인상 깊은 것은 그는 학술 업적을 쌓기 위해 학문을 한 것이 아니라 운동을 위해 학문을 하였다는 것이다. 나카하라 교수는 1996년 쿠마라스와미 보고서와 1998년 맥두걸 보고서 두 문서로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관해 일본 여성들을 계몽하였다고 한다. 

일본 여성들이 한국 여성을 비롯 세계 여성들을 만나며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해결하는 운동에서 바탕을 다졌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심각성과 그 국제성에 대해 각성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는 한일간의 문제만은 아닐까 하는 의혹, 혹은 그걸 왜 독일까지 들고오느냐 하는 의혹이 번지곤 한다. 

그러나 일본군 성노예 문제는 바로 나카하라 미치코 교수가 언급하는 바, 바로 1997년에 일본에서 개최된 '전쟁과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국제회의를 통해 여성에 대한 폭력이 전세계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데 이러한 국제사회적 주요한 인식을 생성하는 데 시발점이 된 것이 바로 일본군 성노예 문제였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는 현대여성사의 역사적 사실로 보아서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운동의 차원에서 시작점이었던 것이다.

마이클 혼다 의원과 미키 데자키 감독

그리고 2007년. 미국과 네덜란드와 유럽연합 등에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한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그 내용은 다양한 자료를 검토하여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권고사항을 담고 있다. 

오늘날 한국인 가짜 지식인들이 학자의 탈을 쓰고 궤변을 마구 하고 일부 일본 정치가와 극우파들이 억지를 마구 부려도 이렇게 정리된 결의안들은 비록 법적 강제성이 없다 하더라도 억지 주장에 대해서는 정리를 해 주는 정도의 역할은 한다. 

특히 <결의안 121호>라고 하는 미국의회의 결의안을 발의한 사람이 바로 일본계 의원 마이클 혼다이다. 가주한미포럼 김현정 대표는 자기 인생을 바꾸어 놓은 일본인 남성을 둘 꼽는데, 그 중 하나가 아베 총리이며 다른 하나는 마이클 혼다라고 한다. 물론 아베 총리에 관한 부분은 반어적인 표현이다. 가만히 있으면 아베의 주장이 진짜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에 맞선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발언하였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지난 몇 달 사이 핫한 감독이 되었다. 원래 미국에서 자라는 일본학생들 교육을 위해 만들었다는 다큐영화 <주전장>은 올해 가을 미국 대학을 순회 상영하였다. 
각 대학에서 상영회를 추진하는 교수들이 프로젝트 중단 요구와 협박을 받기까지 하였지만 성공적으로 상영회를 마쳤다. 

이어서 일본에서 열리는 신유리 영화제 폐막작품으로 정해진 <주전장>이 일본 우파들의 반대로 인해 취소되었다가 다시 취소가 취소되어 11월 4일에 폐막작 상영을 하였다는 소식이 BBC를 타고 퍼져 나갔다. 
10월 나고야에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금지되었던 <표현의 부자유전 그 이후>가 트리엔날레 폐막 전에 다시 열리게 된 소식에 이어 당당하고 강해지고 있는 일본 사회운동의 희망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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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인의 자리

그 사이 우리는 인권운동가로 거듭난 할머니들과 이 분들을 지지하고 동반한 선구적인 활동가들을 통해 분노와 슬픔에 가득한 시대를 접하게 되었고 또 분노와 슬픔을 넘어 작품을 빚어낸 예술가와 역사를 기술한 학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토 다카시는 일본저널리스트로 해야 할 일은 과거 일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의 목소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라고 다짐한다. 
나카하라 교수는 '식민지'란 말을 모르는 일본 젊은이들에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관해 가르칠 것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한국인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사실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이미 위에 언급한 일본인들과 함께 활동한 한국인들의 궤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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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면 한국인이 하여야 할 일 또한 일본인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나카하라 교수에게는 돌아오지 않은 친구들을 찾아 역사를 추적한 윤정옥 교수,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연구하고 국제화 시켜 온 정진성 교수 등이 있었고 이토 다카시에게는 동행하고 번역한 안해룡 감독이 있고, 미키 데자키 감독과 마이클 혼다 의원 주변에도 한국인 중국인 그 외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 
트랜스네셔널한 시대에 독일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 일구어진 성과를 잘 성찰하며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옳았으며 무엇이 나빴고 무엇이 잘못되었던 일인지 잘 돌아보면 거기 또한 답이 있을 것이다.
참조 서적: <기억하겠습니다> 이토 다카시 글/ 사진, 
안해룡, 이은 옮김


< 다음 호에 계속 >
글  : 풍경세계문화협회 이은희 대표
위의 특별기고 내용은 본 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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