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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전체
2007.12.07 20:58
중동을 알아야 세계 일류국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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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을 알아야 세계 일류국가 될 수 있다 김종용 주 카타르대사,前 주영한국 대사관 총영사 중동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국제 원유가가 매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만큼 중동 산유국들의 경제도 기록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에도 최근 ‘두바이 붐’이 불어 중동 발전의 상징이 되고 있지만 필자가 근무중인 카타르를 비롯해 걸프지역 산유국 모두가 놀라운 발전추세를 보이고 있다. 카타르의 도하의 경우 하루가 다르게 시내 지도가 바뀔 정도로 대형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도로가 만들어져 몇 달 만에 다시 찾은 한국 방문객들도 다시 길 안내를 받아야 할 정도이다. 발전 거듭하는 중동 산유국 카타르에 본부가 있는 세계적인 아랍어 위성방송사인 알자지라 방송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걸프지역 산유국들이 유가 급등으로 벌어들인 돈이 무려 3조달러이고, 이중 해외 투자를 위해 각 국가들이 운용중인 국가펀드(sovereign fund) 규모가 8000억달러에 달한다. 또 국제 전문가들은 향후 중동 각국에서 몇 년 사이에 무려 1조달러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유의 고유가 행진으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현금을 쓸어 담고 있는 중동국가들을 향해 다국적 기업들과 선진국 정부들은 앞 다투어 구애의 몸짓을 하고 있다. 석유자원의 안정적 확보라는 종래의 자원외교의 범주에서 벗어나 오일머니의 환류라는 차원을 넘어 산유국들의 국가개발 과정에 적극 가담하여 여기에서 파생되는 부가가치를 다시 자국에 가져 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 국가들이 오일생산의 중심지인 걸프지역에서 허브경쟁을 벌이면서 최고의 기술과 상품을 갖춘 기업들과만 거래하겠다는 소위 ‘명품국가’ 건설을 공언함에 따라 초일류 기업들의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곳 신문지상에서 보도되는 각국의 정관계, 경제계 거물들의 이 지역 방문 빈도와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지금 중동은 최고급 ‘하이엔드’(high-end) 제품과 최첨단 과학기술이 자웅을 겨루는 치열한 글로벌 경제 전쟁터가 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오는 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오일시대를 넘어선 한·중동간 공동 번영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제5차 한-중동 협력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중동을 순방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를 예방하는 모습. ‘다운스트림’ 산업구축 중동, 중요한 협력 파트너 지금 중동의 건설현장에서 파란색 작업과 헬멧을 쓰고 불볕 더위속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인도 파키스탄 네팔 필리핀 등지에서 온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1970, 80년대에는 바로 우리 근로자들이 그런 환경에서 일하는 처지였다. 중동특수를 통해 우리 경제발전의 틀을 갖추었다고들 하는데 당시에는 우리 기업들이 지금처럼 기술과 자본을 갖추고 ‘우아하게’ 해외사업을 해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작업모를 쓴 채 굵은 땀방울을 흘린 우리 근로자들의 강제저축과 국내송금이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게 어려운 시절이 불과 얼마 전 이었다. 지금이야 중동에 진출해 있는 우리기업들의 수준이 과거와는 상전벽해의 경지에 와 있다. 중동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도 우리 기업들의 활동과 노력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미국, 일본을 비롯해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하여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유럽 기업들에는 아직 뒤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우리기업들은 특유의 성실함과 시공능력을 무기로 시장에서 나름의 이미지와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다소 비약일지 모르나 중동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한국경제의 성공신화는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런지도 모른다. 한국전쟁의 폐허속에서 간신히 벗어나 베트남전 특수를 통해 우리기업들이 최초로 해외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고, 그 경험을 바탕삼아 마침 1970년대 오일달러의 붐을 타고 중동에 진출함으로써 이 때 벌어들인 외화가 우리의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었다. 특히 우리경제의 핵심이랄 수 있는 조선과 철강, 자동차는 중동 붐이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세계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중동은 우리 경제의 성장을 벋쳐 준 든든한 버팀목이었지만 미래에는 보다 다른 차원에서 더더욱 중요한 협력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고유가 행진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중동 각국은 과거와 같이 원유생산과 판매라는 ‘업스트림’(up-stream)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석유화학 및 유관산업, 에너지 집약형 제조업 등의 ‘다운스트림’(down-stream) 산업기반을 구축하고, 고유가로 벌어들인 자본을 바탕으로 금융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슬람 문화 이해없이 장기적 성공 어려워 이러한 발전 추세에 따라 중동지역 국민들의 국가와 문화, 종교에 대한 자긍심도 크게 고취되고 있다. 이제는 이들에게 좋은 물건과 기술만이 아니라 중동 이슬람권의 특성과 생각을 인정하고 필요한 것을 서로 나누는 유대감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러한 것 없이는 중동에서의 장기적인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우리 측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고,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보다 폭넓은 교류와 이해 증진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기업과 정부가 중동에서 선전하고 있기는 하나 우리보다 좋은 기술과 품질을 갖춘 외국 기업들과, 자국 기업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중동국가들의 요구사항에 신속하게 반응함으로써 이들 정부관계자들을 감동(?)시키는 외국 정부들은 너무나 많다. 우리보다 한발 뒤쳐져 있지만 동남아나 터키와 같은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매섭긴 마찬가지다. 현재의 성과에 만족해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동에서의 우리 입지를 보다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중동을 더 잘 알아야 한다. 아랍어를 할 줄 하는 중동 전문가를 더 많이 양성해야 하고, 이슬람 사회 전반과의 교류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동 사람들에게 한국이 중동과 이슬람권에 관심과 이해를 많이 갖고 있는 국민이라는 인식을 심고, 서구 국가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많은 매력과 장점이 있는 나라라는 점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이 병행 될 때만이 중동에서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이익이 공고히 확보될 것이다. 천연자원과 오일머니를 쥐고 있는 중동국가들에 대해 지금 우리는 매우 아쉬운 처지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 2008년 ‘중동 소사이어티’ 출범 그간 우리 내부에서 중동에 대한 국가적 전문성과 국민적 관심을 제고시켜 한다는 필요성은 누차 제기되어 왔으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실천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내년 초 출범 예정인 중동 소사이어티(Middle East Society)는 정부가 주관이 되어 추진하는 중동알기 캠페인이자 중동지역의 정부와 경제계 인사, 다양한 여론 지도층들에게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을 확산시키기 위한 민관합동의 교류협력체이다. 그리고 오는 7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한·중동협력포럼은 중동 소사이어티를 국내 각계와 중동내 유력인사들에게 설명하고 협조를 얻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중동과의 역사적 특수성과 다양한 이해를 맺고 있는 영국, 프랑스 등 서구국가들은 이미 수세대 전에 이러한 기구를 만들고 막대한 재원을 바탕으로 사실상 정부 외교기능의 한축을 담당해 오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 중동지역의 중요성에 비추어 봤을 때 늦은 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늦었다고 자책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구심이 되는 기구를 출범시키고 대중동 교류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1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우리 정부와 민간기업, 그리고 한국의 중동알기 노력을 적극 지지하는 중동 각국 정부의 직접 출연을 통해 중동소사이어티의 사업에 지원될 예정이다. 중동 소사이어티(Middle East Society)가 설립되면 더불어 우리의 중동과의 교류와 협력이 분명히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중동지역의 공관장으로서 지난 여름 우리국민의 아프간 인질 사건은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특히 당시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의 기자가 “한국은 이슬람권에 대해 역사적으로나 지리적 연관성도 없는 나라로서, 6자회담을 비롯해 국제협상의 경험은 풍부하나, 이쪽(이슬람) 지역에 대한 국가적 전문성은 거의 없어 우려된다”라고 언급한 것이 두고두고 마음을 무겁게 한다. 공감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우리나라가 더 이상 들어서는 안 될 말이기에 그렇다. 중동을 모르면 더 이상 중동에서의 성공은 없다. 중동을 모르면 세계 정치경제 무대에서 주역을 담당하는 국가가 결코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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