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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특별 기고

포스트 김정일 시대 북한 권력체계의 변화 전망


정성장(鄭成長)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남북한관계연구실장
한국정치학회 북한통일연구분과위원장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지난 8월 김정일 총비서가 뇌혈관 이상 증세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후 우리 사회에서는 김정일의 와병으로 북한에서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북한의 돌발적 붕괴에 대비해 대북 정책을 통일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성급한 주장들도 나왔다. 그런데 이 같은 주장들은 북한 체제에서 김정일의 절대권력이 어떠한 권력체계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결여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김정일 이후 북한에 국방위원회 또는 군부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들도 김정일의 선군정치가 당과 군대에 대해 각기 어떠한 지위와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것이었다. 결국 현재의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한의 군부통치 경험과 국가중심적 시각을 넘어서서 북한 스스로 자신의 체제에 대해, 특히 수령과 당, 국가기구, 군대에 대해 어떠한 지위와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북한은 당의 영도를 헌법보다 우위에 두고 있으며, 당에 대해 ‘혁명의 참모부’이며 ‘향도적 역량’이라는 특별한 지위와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만약 국방위원회가 최고권력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이와 같은 지위와 역할이 주어져야겠지만, 현재까지 그 같은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북한체제를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은 북한이 국가 또는 국가기구에 대해 “당과 대중을 연결하는 가장 포괄적인 인전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북한에서 국가의 최고직책은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이 아니라 ‘인전대’인 국가기구의 최고직책을 의미한다. 그러나 남한의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남한중심적 편견을 가지고 당?국가인 북한에서 ‘국가의 최고직책’인 ‘국방위원장’직을 마치 남한! 의 대통령직과 같은 직책으로 이해하고, 당의 최고직책인 총비서직을 그보다 덜 중요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의 총재직 정도로 오해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통일부에서 2008년에 발간한 북한 권력기구도에서도 북한에서 ‘혁명의 최고참모부’로 간주되는 당 중앙위원회보다 ‘인전대’인 국방위원회가 더 상위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에서 당 중앙위원회와는 구별되는 권력기관으로 간주되는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당 중앙위원회의 산하기관으로 그려져 있는 등 우리 사회의 대북 인식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북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현실성 있는 대북 및 통일정책 수립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게 그려진 북한 권력기구도들의 수정은 매우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조선로동당의 국가기구와 군대, 근로단체 등에 대한 영향력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이 모든 중요한 권력기관에 ‘최고지도기관’인 당위원회를 구성해놓고 ‘당위원회의 집체적 지도’를 통해 이들 기관들을 통제하고 있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 당위원회가 존속되는 한 행정경제기관이나 군대가 당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은 당의 최고 엘리트들이 주요 권력기관의 요직을 겸직함으로써 이들 기관에 대한 당의 영도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최태복 당 정치국 후보위원은 국방위원회와 내각 등 국가기구를 선거하는 최고인민회의의 의장직을 맡음으로써 당의 국가기구에 대한 지배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리고 김영남을 비롯하여 주요 정치국 ? ㎰便欲?후보위원들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주요 요직을 장악함으로써 이 조직이 당의 의도에 따라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고 입법활동을 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과 전문부서의 부장들 또는 제1부부장들이 북한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이들이 김정일의 정책결정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으며, 북한의 군대와 국가기구, 근로단체들을 지도하고 통제할 수 있는 조직체계와 방대한 인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국방위원회를 비롯하여 북한의 어느 조직도 당중앙위원회 비서국과 전문부서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서도 당이 권력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현재 어느 엘리트도 당,군,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차기 지도가 되더라도 현재의 김정일과 같은 절대 권력을 향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최고지도자의 개인,절대권력을 정당화해 온 주체사상과 탈스탈린화의의 경험 부재로 인해 단번에 현재의 중국과 같은 집단지도체제로 바뀌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포스트 김정일 체제는 일반적으로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한 사회주의체제에서 권력의 핵심을 이루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이 북한에서도 지금보다는 더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현재보다 이완된 수령 중심의 당,국가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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