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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0 12:02

덕수궁에서 한국근대미술전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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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근대가 궁금하면 미술 작품에게 물어
<한국근대미술걸작전: 근대를 묻다>

봉건적 신분에 따른 자아의 발견, 기차의 등장이 가져온 생활의 변화, 원근법과 명암법을 이용한 사생풍경화의 등장 등 미술작품을 통해 격변기 한국 근대의 모습을 거장들의 손길에서 조명해 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심동섭)이 2008년 12월 23일부터 2009년 3월 22일까지
봉 덕수궁 석조전 동관과 서관에서 개최하고 있는 <한국근대미술걸작전:근대를 묻다>가 바로 그것.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천경자, 오지호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두근거리는 한국 근대 미술사 속 내로라하는 거장 105명의 232작품이 내걸리는 대규모 전시다. 이중 100여 점은 일반에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한국근대미술걸작전: 근대를 묻다>는 20세기 전반 격변했던 한국 역사의 흔적을 한국 근대 미술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만나보고, 당대의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선구적 요소가 한국 미술의 역사 속에서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 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중섭의 <흰소>와 일본으로 떠난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은지화>, 소박한 삶을 그린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와 <아기 업은 소녀>, 천경자의 <굴비 든 남자>, 오지호의 <남향집>, 이쾌대의 <군상> 등 한국 근대걸작들을 대거 만날 수 있다.
또한 김기창 화백의 일기형식의 화첩, 금강산 여행경로와 동반자까지 세밀하게 기록된 이쾌대의 화첩 등이 최초로 전시되며, 자유연애가 시작되던 시절 이쾌대가 부인에게 바친 연서도 공개되어 미술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특히 당시의 작품이 미술사적 가치에 비해 재료나 보존상태가 열악함을 지적, 회화, 조각품의 보존 수복과정을 특별전 형식으로 소개하여 근대미술작품의 과학적 보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
전시는 근대화와 식민시대를 살아야 했던 지식인과 신여성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근대인’, 자유연애를 비롯한 의식과 환경 변화에 따른 일상의 삶을 살펴볼 수 있게 꾸민 ‘근대의 일상’, 당시 도시와 농촌 모습을 담은 ‘근대의 풍경’, 근대인들의 이상과 꿈을 엿볼 수 있는 ‘근대인의 꿈’, 그리고 근대 미술작품의 보존과 수복 과정을 담은 ‘근대의 복원’ 등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 박영란 학예연구사는 “시련과 고난의 시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삶을 일구어왔던 근대인의 사랑과 열정, 현실적 여건 때문에 이루지 못한 근대인들의 꿈을 한국근대미술걸작들을 통해 되돌아봄으로써 격동의 역사 속에 묻혀버린 근대인들의 삶과 꿈이 어린 미술작품 속에 풍요로운 오늘을 이루는 원동력이 숨어 있음을 찾아보는 전시”라고 전시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주체적인 자아의 발견
제1부 ‘근대인’에서는 20세기 전반 근대화와 식민의 경험이 중첩된 시대를 산 근대인으로 신지식의 혜택을 받은 지식인과 신여성, 구국애족의 희망으로 부상한 아이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근대의 주체는 근대사회의 태동과 더불어 나타난 자아 혹은 봉건적 신분 관계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개인이다. 근대적 특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주체적인 자아의 발견’은 지식과 계몽, 교육을 통해 이루어졌다. 교육은 직업을 세습이 아닌 의지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과 유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신지식의 혜택을 받은 지식인은 뭇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는데, 이들의 모습은 교복과 사각모, 책이라는 소재를 통해 암시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역사에 유례없이 남성과 동등하게 신식 교육을 받은 여성으로 그려진 신여성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후에는 교육의 정도와는 무관하게 구두나 단발머리, 여우목도리, 모피코트 등의 외형으로 가름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한편 기존의 가부장제 사회 속 장유유서라는 질서 아래서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하던 아이들도 희망적인 존재로 부상한다. 대부분 반신상의 자화상과 초상화로 나타난 이들의 이미지는 집단으로서보다는 주체적이고 개별적인 의식을 반영하는 것이었으며, 나아가 유교적 질서에서 금기시되어오던 육체에 대한 자유로운 표현으로 이어진다.
미술에서는 학문으로서 미술을 익히는 미술 유학생들이 증가하고, 미술이 문명개화의 한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시각적인 것의 위상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기도 한다. 당시 화가들의 자화상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그린다는 행위가 ‘화가’ 이전에 ‘지식인’의 차원이었으나 점차 화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것으로 변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쾌대의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 구본웅의 <친구의 초상>, 임군홍의 <여인좌상>과 <모델>, 이인성의 <빨간 옷을 입은 소녀> 를 통해 당시 변화 속에 있었던 근대인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이쾌대가 남긴 여러 편의 자화상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은 서구적인 양식과 전통적인 요소를 결합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지와 자긍심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근경에 그려진 자신의 모습 뒤로 원경의 경치는 원근법이 주는 회화의 깊이감과 공간감을 드러낸다. 동시에 광주리 혹은 항아리를 이고 가는 여인을 배경에 그림으로써 향토적인 요소를 담아내고 있다.
중절모를 쓰고 푸른 두루마기를 입은 이쾌대 자신이 팔레트를 들고 화면의 중앙에 서 있는 모습으로 화가로서의 확고한 자의식을 드러내며, 지식인으로서 대중을 선도해 나가고자 하는 선구자적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인물의 뚜렷한 이목구비와 진중한 표정은 이를 더욱 부각시키는 것처럼 여겨진다.

자유연애 사상의 확산
이어지는 ‘근대의 일상’에서는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근대적 환경, 식민이나 전쟁 같은 시대적 고난, 자의식 발견과 함께 확산된 자유연애 등 의식변화에 따라 달라진 근대인의 삶을 살필 수 있다. 근대화에 대한 개개인의 경험은 일상적인 생활 곳곳에서 발견된다. 램프, 기차, 자전거, 유리창, 전기 등과 같은 과학의 발달이 가져다 준 근대적 요소들은 신문이나 잡지 등이 가져온 사회적 인식의 확산과 더불어 근대국가와 시민사회를 형성하는 장치가 된다.
특히 19세기 말 기차의 등장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과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은 변화를 몰고 온다. 기차는 근대적 시간 개념을 일상화하는데 기여하고 도시의 성장을 가속화시키며 인구와 인간관계,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근대화는 직업의 분화도 가져와 1907년 18종에 해당하던 직종이 1930년에 이르면 총 400여 종에 달하게 된다.


근대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새로운 직업세계에 빨리 적응하면서 기존의 신분질서에도 변화가 일어나는데, 시험제도는 인간관계에 있어 온정적인 관계를 약화시키고 냉정하고 합리적인 관계를 강화시키게 된다. 이와 같은 근대인들의 생활모습이 어린 작품에는 이종우의 <인형이 있는 정물>, 구본웅의 <비파와 포도>, 박래현의 <노점>, 이중섭의 <부부>, 박수근의 <아기 업은 소녀> 등이 있다.
이러한 작품들 속에는 근대인들의 일과 휴식뿐만 아니라 희로애락이 새겨져 있다. 자의식의 발견과 함께 확산된 자유연애 사상, 유교적 질서 속에 강조되었던 집단적 가족의식이 점차 사랑과 애정을 기반으로 하는 내밀한 부부, 혹은 가족관계로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식민이나 전쟁과 같은 시대적인 고난도 발견할 수 있다.

이중섭의 <부부>라는 작품은 부인에 대한 애절한 사랑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잘 표현되어 있다. 작품에서 비상하는 두 마리의 새는 서로 포옹하며 입맞춤을 하고 있는데 새의 탄력적인 형상은 무희의 원무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이중섭은 광복 이후 극심한 가난으로 인해 아내와 자식들을 일본으로 보내고 항상 그리워하며 살다가 비극적인 생을 마감했다. 사랑으로 충만한 만남, 즐거운 입맞춤, 모든 고민과 번뇌에서 벗어난 듯한 기쁨 등은 새의 형상으로 재현되었으며, 날개로 상대를 감싸려는 모습이 경쾌하고 동적인 자세로 표현되었다. 원색의 색체대비를 통해 만남의 환희를 고양시키고 있는 이 작품은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가족과의 만남을 염원하고 기다렸던 작가의 고독한 삶과 고통을 엿볼 수 있다.

자연으로부터 자유와 생명을 발견하고 자신의 정서 투사
제3부 ‘근대의 풍경’에서는 종래의 전통적인 산수로서의 자연에서 탈피하여 근대적 공간으로 묘사된 자연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 시기에는 전통적으로 관념산수화에 담아왔던 사의 대신 과학적 관찰을 통한 사생 풍경화가 등장하게 된다. 자연이 공간으로 체험되는 대신 풍경으로 감상되었으며, 대부분의 풍경화는 유교적, 도교적 이념과 가치가 짙은 도원경이나 이상향이 아닌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원근법과 명암법을 이용하여 그려진다.

당시 미술 유학생들은 자연을 특정 공간의 구분 없이 균질화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러한 자연을 화가가 주관적 시점에서 표현하는 것이 풍경화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자연에 대한 주관적 감상이 주목을 받으면서 자연의 감상은 근대적인 문명행위로 인식되고 ‘산책’이라는 근대적 지식인의 자연감상행위가 새롭게 등장하는 것도 이 시기다. 자연을 물질적 매개로 보고 그로부터 이탈하여 전통적 계급사회에서 자유로운 개인으로 독립한 근대적 자아는 자연으로부터 자유와 생명을 발견하고 자신의 정서를 투사한다.

이렇게 근대적 공간의 경험은 근대인들의 인식변화에 기여한다. 화가들은 점차 일상적인 공간인 근대적 도시와 농촌이라는 삶의 터전뿐 아니라 여행이라는 근대적 공간이동을 통해 명승지의 풍경이나 이국풍경을 낳게 된다. 근대의 풍경이 담긴 작품으로 도상봉의 <성균관 풍경>, 이상범의 <초동>, 오지호의 <남향집>, 임용련의 <에르블레의 풍경>, 유영국의 <도시>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근대인의 풍경 속에 문명의 수혜를 받은 풍요로운 측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30년대 중반 식민지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실업자 수가 증가하는 등 문명의 이면과 식민지 그늘도 공존했다.

1954년에 그려진 박성환의 <한강대교>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끊어진 한강 인도교가 완전히 복구되기 전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어 어렵게 다리를 건너는 전후의 장면을 그린 것이다. 박성환은 후일 한강대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사는 생활의 현장이자, 중간에 끊어진 다리의 형체에서 전쟁의 참상과 우리 시대의 한 비극적 단면을 볼 수 있었다.”고 회고하였다.
이렇듯 참담한 현실을 소재로 선택하였음에도 작가는 거의 추상화에 가까운 표현으로 이를 재현하였다. 짧게 끊어지는 선들로 형상을 그리고, 중첩된 어두운 색조의 붓질을 사용하여 혼란하고 암울한 일상의 분위기를 그려내고 있으며, 선, 면, 색채라는 회화의 기본 요소를 통해 당시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작가의 기량을 엿보게 하는 작품이다.

유토피아를 향한 몽환적 꿈을 꾸다
다음은 ‘근대인의 꿈’이다. ‘근대인의 꿈’은 격변기의 근대 시공간 속에서 사실상 교육을 통한 자아실현과 구국애족이라는 근대인의 희망이 실현되기 어려웠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당시 작가들에게 근대는 변화와 시련을 동반했다. 일제가 가져온 정치적 경제적 압박은 식민지의 근대인들에게 재능과 열정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열망을 안고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가 하면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 대신 건강과 풍요의 기원을 담은 작품을 통해 유토피아를 향한 몽환적 꿈을 꾸게 된다. 그것은 사회적 삶에 있어서나 작가적 삶에 있어서 근대화의 양면성, 식민이나 전쟁과 같이 시대가 가져다 준 궁핍과 불안을 극복하고 초월하고자 한 열망과 의지에서 말미암았던 것이다.
서구적 근대에 대한 불안과 고통을 이기기 위한 이러한 시도는 전통성의 회복을 요구하기에 이르러 작품에 동양적 특징이 베어 나오기도 한다. 피식민 상황에서 유토피아를 향한 몽환적인 꿈이나 전통성의 회복을 담은 작품으로 이달주의 <귀로>, 김환기의 <영원의 노래>, 박항섭의 <포도원의 하루>, 천경자의 <목화밭에서> 등을 들 수 있다.

1959년 제작된 <귀로>는 이달주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작가는 사실주의적인 시각에 입각해 생활풍경을 묘사하였다. 배경은 매우 단순하게 처리되었으며 화면 가득히 그려진 두 여인과 소년의 모습은 모딜리니아(Amedeo Modigliani)의 인물상처럼 형태가 길게 늘어져 우수에 찬 분위기를 연출한다. 작품 속 인물들의 무표정한 듯한 응시는 감정 표현이 배제된 인물상으로서 외세의 침략과 전쟁으로 점철된 근대기의 억압된 한국인의 면모를 보여주는 반면, 광주리에 가득 물고기를 이고 오는 모습을 통해 절망보다는 풍요를 지향하는 이상화된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천경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드러난 작품 <굴비를 든 남자>는 굴비를 들고 돌아오는 남자가 무지개 빛으로 두둥실 떠오르는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 그려져, 행복을 꿈꾸던 작가의 내면세계를 드러나게 한다. 비가 갠 뒤 땅 위에 뒹구는 우산과 뒤편으로 넘실넘실 춤을 추는 여인의 모습 또한 환상적인 행복을 암시한다.

미술품 보존과 관리에 대한 관심 환기
마지막은 특별전 형식으로 구성된 ‘근대의 복원’에서는 근대미술작품의 보존과 수복을 소개한다. 근대미술작품이 제작되었던 당시는 식민과 전쟁이라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보존적 측면을 고려한 재료를 구하는 것은 고사하고 작업에 필수적인 재료조차 구하기 어려운 시기였다. 미술사적 가치에 비해 근대기 작품들의 재료가 지닌 열악함은 작품의 보존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유태의 작품 <화음>은 피아노가 있는 실내에서 탁자를 앞에 두고 의자에 턱을 괴고 있는 여인을 그린 것으로 실험실을 배경으로 한 <탐구>와 한 쌍을 이루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미술관에 소장되기 전에는 습도가 높은 환경 속에서 보관되어 배접지와 작품지에 얼룩이 형성되고 곰팡이가 발생되어 있었으며, 배접지와 작품지가 노화되어 채색부위에 균열이 생겨 있었다. 특히 인물의 얼굴과 손에 황색반점이 생겨 작품의 미적 가치에 지장을 주어 여러 차례의 처리 과정을 거친 후 처리 전과 동일한 목판식 액자로 포장한 것이다.

테라코타 작품은 점토를 구워 만들어지므로 일정한 크기를 넘어서면 점토층이 두꺼워져서 굽는 과정 중에 갈라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테라코타 조각으로 잘 알려진 권진규의 <마두> 역시 그로 인한 균열이 나타나 향후 작품 훼손의 진행을 방지하기 위해 복원과정을 거쳤다. 작품의 먼지를 털어내고 충전제가 되는 탈크와 부식을 방지하는 파라로이드 용액을 혼합해 미세하게 벌어진 틈과 표면의 박락부위를 메웠으며 메스를 이용하여 테라코타의 표면 질감을 맞추고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맞추었다. 작품 안쪽의 균열부위는 석고를 이용해 접합, 보강하였다.
덕수궁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근대미술작품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복원의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러한 문제점들을 작품을 통해 직접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섹션”임을 언급하며, “이러한 시도들이 근대미술작품의 과학적 보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미술관으로 운영 중인 석조전 서관과 문화재청이 관할하는 석조전 동관을 1930년대 처음 개관했을 때처럼 미술 전시공간으로 꾸며 두 곳에서 동시에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서관은 원래 미술관 용도로 지어진 곳이고, 동관은 그 활용 방향을 놓고 미술계와 문화재 분야의 의견이 맞서 있는 상태다. 두 곳에서 동시에 전시가 이뤄지는 것은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이번 전시 이후 석조전 서관에서 회랑을 따라 동관으로 이동하며 미술작품을 감상할 행운의 기회가 또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안하영 기자 ahy54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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