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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우리 정부의 정책포털 칼럼&피플에 이도이 (주)도이파리스 대표가 기고한 글을 인용해 게재합니다.
<유로저널 편집부>

  
얼마 전 영국 대사관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영국 럭셔리 브랜드와 한국 업마켓 리테일러와의 만남의 장인 ‘영국 패션브랜드 무역 사절단 환영 만찬’ 에 초대하니, 참석을 원한다면 회신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국내 유명 디스트리뷰터나 에이전트가 아닌데도 초대를 받게 돼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행사에는 영국 브랜드 관계자들 뿐만아니라 영국패션협회와 패션산업의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마침 높은 세금과 복잡한 법률관계로 뒤얽혀 있는 프랑스 사무실을 하루라도 빨리 영국 법인으로 전환시키려 고민을 해오던 터라, 이 자리가 적절한 팁이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재빨리 회신 메일을 보냈다.

디너 파티장에 들어섰을 때, 역시 이런 나의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 영국 외교통상진흥부와 영국 패션협회 협회장 등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있었다. 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나는 내 작은 브랜드 ‘도이 파리스’를 세계적으로 도약시키고 싶다는 비전에서부터 사업에 대한 소개, 영국 법인 설립 희망 등 다양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그 과정에서 소중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영국은 자국민과 타국민과의 차별 없이 패션 법인 설립을 권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영국은 설립인의 국적에 상관없이 법인 설립은 변호사나 회계사의 도움으로 간단하게 설립할 수 있으며, 영국 정부가 나서서 변호사나 회계사들을 직접 소개시켜주기도 한다. 또한 ‘싱크 런던(Think London)’ 이라는 런던시 산하 기관을 통해 런던에 법인을 설립한 모든 회사들은 런던시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또 한국의 코트라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IT는 영국 법인 해외 지사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이 날의 만남이 인연이 돼 며칠 후 영국 대사관의 외교 통상부 사무관과 ‘싱크 런던(Think London)’ 한국사무소 사무관이 내 사무실에 직접 방문해 영국 법인 설립에 관한 좀더 상세한 정보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혼자서 해결하기에는 광범위하고 복잡해서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일이었는데, 이렇게 가뿐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니 속이 다 후련했다. 또 아직은 비록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렇듯 든든한 도움과 지원 덕분에 조만간 국제적인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적인 느낌이 들어 우리 회사 식구들의 사기도 한층 고무됐다.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특히, 영국의 모든 법적 절차는 무조건 까다롭고 더디기만 한 프랑스와는 사뭇 다르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인 소견이긴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 이 두 나라의 국민 성향이나 사고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 같다. 실제로 영국은 관습법인 불문법 체제를 선택하고 있고, 프랑스는 성문법 체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런 문화가 잘 반영되어서인지 영국에서는 법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이와 관련해 런던 유학 시절의 특별한 기억이 하나 있다. 대학을 마칠 때 즈음 비자가 만료돼, 나는 세계적인 패션하우스에 취직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도 전에 영국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당시 용기를 내 이민국에 편지를 썼다. ‘To whom may concern this, ’로 시작했던 그 편지의 요지는 ‘내가 7년여 동안 런던에서 어렵사리 공부를 했는데 그 특기를 살려 이 나라에서 직업을 구하고 싶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체류기간을 더 연장해달라’는 것이었다.

사람이 존중받는 나라에서 내가 터득한 것 중 하나는 어떤 운영체제든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어차피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 대 사람으로 이해를 구했을 때 원칙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비자를 일 년이나 더 연장해달라는 실로 엄청난(?) 요청을 하면서 별 다른 문서 없이 여권에 편지 한 장 달랑 동봉해 보내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왠지 잘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비자를 1년 3개월이나 연장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인간미 넘치는 영국보다 더 마음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 바로 한국이다. 사실 10여 년의 외국생활에 익숙해있던 내가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일하게 된 이유는 생산비 절감 외에는 딱히 이렇다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3년 여가 지난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얼마 전 새삼 감동했던 영국 정부의 지원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한국 정부의 지원과 수혜에 나의 브랜드 ‘도이 파리스’는 오늘도 무럭무럭 커가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서울시나 무역협회 등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마케팅, 세무회계, 법률, 소싱 등 다양한 비지니스 지원에서부터 교육, 세미나까지 정부가 제공해주는 모든 활용 가능한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편이다. 이것만 잘 이용해도 시대의 흐름을 읽고 참여할 수 있는 정보의 소스로서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고자 하는 우리 브랜드는 해외 상표등록 및 의장등록이 아주 중요한데, 지역이 광범위한 만큼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 또한 무역협회와 지식경제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 또한 서울시와 지식경제부는 해외전시 지원산업의 보물창고다. 이것만 잘 이용해도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적게는 몇백만 원에서 크게는 천만 원 단위로 수혜를 받을 수 있으며, 다양한 해외 시장 조사단이나 새로운 전시회 발굴 사업에 참여하면서 기업에 맞는 전시회를 찾을 수도 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한국패션의 세계화를 위해 해외 4대 컬렉션에서 패션쇼를 하는 브랜드에 한해 일정 금액을 보조해주고 있는데, 런던에서 꾸준히 컬렉션 패션쇼를 하는 우리 브랜드에게는 이런 지원이 무척이나 큰 도움이 된다. 이렇듯 선진국을 능가하는 한국의 다양하고도 적극적인 지원은 앞으로 패션계에서 세계 인재를 배출하는 데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왠지 친절하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었던 영국 사무관들과 영국 정부에 조금은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한국정부의 지원은 내게 좀더 남다르다. 한국에 대한 나의 사랑도 그만큼 남다르기 때문이다. 감사해요, 대한민국!

※ 이도이는?

이도이(35)는 한국 패션계의 주목받는 신예 디자이너로 2006년 파리에서 런칭한 (주)도이파리스의 대표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 패션의 글로벌화를 목적으로 지난 2월 미국 뉴욕패션위크 기간 중 현지에 ‘패션문화쇼룸’까지 마련해 집중 지원키로 한 6명(팀)의 디자이너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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