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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
2018.10.10 01:19

"아쉽지만, 내년 12월 10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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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내년 12월 10일을 기다린다"


스웨덴의 한인들, 문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후일담 풍성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선언 후' 수상 기대감 팽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도 들었죠. 결과가 발표된 후 '그래, 아직은 아니고 내년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지난 5일 오전 11시 꽤 많은 아니 어지간한 스웨덴의 한국 교민들은 공영 TV 방송인 SVT에 눈을 고정시켰다. 옆 나라인 노르웨이 오슬로로부터 생중계되는 201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를 본 것이다. 발표자로부터 '문재인'이라는 이름이 불릴까 하는 기대를 안고.

하지만 결국 발표자 입에서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의사 데니스 무퀘게와 이라크의 인권운동가 나디아 무라드의 이름이 불렸다. 문 대통령도, 김 위원장도, 그리고 트럼프의 이름도 불리지 않았다. 그렇게 201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는 한국 교민들에게는 해프닝처럼 지나갔다.

꽤 실망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발표가 있은 날 저녁 스톡홀름 시내의 한국 식당에 삼삼오오 모인 한국 교민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문재인 노벨상 - 노벨평화상-발표1.jpg

연구원으로 스톡홀름 대학교에 근무하는 김모 씨는 "그래도 내심 기대를 많이 했다. 가뜩이나 노벨상 주간 첫 날 일본 사람이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는 뉴스가 있었기 때문에 더 했다. 연구 업적으로 받을 수 있는 노벨상은 아직 요원해도 평화상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지 않나 해서였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스웨덴 동료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던 한 대기업의 주재원은 "동료들과 내기를 했었다. 김정은과 공동 수상할까, 트럼프와 공동 수상할까? 문 대통령이 받을 것을 전제로. 아마 김정은이나 트럼프 때문에 문 대통령도 받지 못한 것 같다"며 살짝 다른 이를 원망하는 말을 했다.
이들이 이렇게 한껏 기대하다가 실망한데는 미국과 영국의 도박사들 탓이 크다.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전날 미국과 영국의 도박업체에서는 일제히 문 대통령의 수상 가능성을 가장 높게 쳤다. 미국의 한 도박업체에서는 문 대통령을 수상 가능성 1위로, 메르켈 독일 총리를 2위로,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을 3위로 꼽았다.

'노벨상 족집게'라고도 불린다는 영국의 한 도박 사이트에서도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 공동 수상을 1위로 꼽았다. 트럼프는 오히려 5위에 머물렀다. 실제 수상자인 무퀘게나 나디아는 아예 유효 순위에서 이름을 찾을 수도 없었다.

그날과 다음 날인 주말 저녁 노벨평화상과 문 대통령의 이야기는 술자리의 안주거리가 됐다. 그리고 전문가 버금가는 수준의 분석들이 이뤄졌다. 

스톡홀름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 씨는 "북한의 반인권적인 상황과 트럼프의 부도덕함 때문에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문 대통령에게까지 상을 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와 정전 선언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만 노벨상을 받는다면 김정은과 트럼프가 판을 엎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그들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시점이 너무 지나간 것도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2018년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마감은 지난 1월 31일이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후보에 추가된 것은 지난 9월로 알려졌다.(후보에 대해 절대 언급하지 않는 관례상 추정이기는 하다.) 그러니 문 대통령에 대한 객관적인 심사의 시간이 절대 부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교민들은 "내년에 받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한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정전 선언이 이뤄진 후 그 결과로 노벨평화상을 받는 것이 누가 봐도 공정하다는 것이다.

이름 밝히기를 저어한 웁살라의 한 한국인 정치사회학자는 "만약 올해 노벨평화상을 문 대통령에게 주었는데, 북미정상회담이 어그러져서 한반도의 비핵화도, 정전 선언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의 수상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아주 불편한 상황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 교민들은 물론 스웨덴 시민들도 내년 문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기대는 높다.

스웨덴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빌덴 빅스트룀 박사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문 대통령을 놓고 김정은 트럼프 때문에 고민한 것은 확실하다"며 "하지만 올해 안에 한반도의 완벽한 비핵화와 종전 선언이 이뤄지고, 한반도의 평화가 현실이 된다면 제 아무리 김정은과 트럼프가 걸린다고 해도 문 대통령에게 내년 노벨평화상은 팔을 벌릴 것이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한국 교민들은 2019년, 한국과 스웨덴의 수교 60주년 12월 10일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에서 만찬을 하는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높다.

 노르딕 유로저널 이석원 기자
eurojournal18@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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