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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2 13:58
옛날의 나는(III)
조회 수 3024 추천 수 0 댓글 0
옛날의 나는 알기만 했지 되지는 못했습니다. 되지 못했기 때문에 알기만 알았지 그렇게 살지를 못했습니다. 삶에 금과옥조 같은 수많은 좋은 말들을 어릴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신앙을 통하여, 수양을 통하여, 책을 통하여 … 수없이 보고 듣고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살지를 못했습니다. 그저 그렇게 사는 시늉을 한데 불과했습니다. 남보다 많이 알려고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렵하며 책을 구해 읽고 전문가를 찾아 다니며 강의를 들어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리고 남보다 많이 아는 것으로 돋보이고 많이 아는 것으로 행세하려 했습니다. 경전에 있는 성현의 말씀도 아는데 불과했습니다. 아니 알려고 하는 정도에 불과하였습니다. 아무리 알려고 해도 어렵기만 하고 제대로 알 수가 없었습니다. 믿고 따르는 분이 한 말의 뜻도 제대로 몰랐고 안다 하더라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지 마라는 말을 제대로 지킨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이와 같이 성현의 말씀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대로 따르지도 못한 것은 결과적으로 성현을 거역하는 것이고 생명의 말씀을 헛소리가 되게 하였습니다. 성현을 헛소리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그러한 줄을 몰랐습니다. 왜 그렇게 살지 못하는 지도 몰랐습니다. 어떻게 하면 말씀대로 살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결국 ‘인간은 그렇게 살 수 없으니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면 된다’고 편의적으로 생각하고 합리화하였습니다. 그렇게 사는 존재가 되면 되는데 그렇게 되는 방법이 없어 될 수가 없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옛날의 나는 마음이 가난하지 못하여 들꽃처럼 ‘그냥’ 살지 못하였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어린이 같지 못했습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말의 뜻도 원리도 알지를 못했습니다. 옛날의 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뜻을 알지 못했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도, 일체가 끊어진 것도,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도, 생사일여(生死一如)도 깨치지 못했습니다. 깨침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깨달음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알려고 수많은 책을 수없이 읽고 깨쳤다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찾아 다녔지만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경지가 되어야 알 수 있다는 것을 되어보지 못하여 알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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