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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3 13:08
옛날의 나는(VI)
조회 수 2971 추천 수 0 댓글 0
옛날의 나에게는 진정한 자유가 없었습니다. 과거지사(過去之事)가 나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아련한 사연이나 살면서 겪었던 우여곡절(迂餘曲折)의 사연과 함께 그러한 사연에 스며있는 희로애락(喜怒哀樂)과 삶의 여정에서 만난 인연들, 사연이 있었던 배경(장소)이 나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고향 떠난 지 수십 년이 지났어도 우연히 고향친구라도 만나면 한동안 잊고 있었던 사연사연이 고스란히 떠오르고 그 시절 인연과 함께 고향 산천과 마을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습니다. 그 이후의 살아온 삶도 고스란히 마음에 새겨져 있어 조건만 되면 되살아났습니다. 초등학교 친구를 만나면 초등학교 건물, 문방구점, 학교 운동장에서 뛰놀던 장면이 떠오르고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면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던 단짝 친구도 떠올라 안부를 물어봅니다. 대학시절 데이트 했던 장소에라도 가면 그이(녀)가 그리워졌습니다. 지금은 다 극복이 되었지만 나를 속이고 어렵게 만든 그와의 사연을 생각하면 그 때의 분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우주선을 타고 북극성에 가 살더라도 지구에서 살아온 사연들이 이렇게 조건만 되면 되살아났을 겁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꿈, 그리고 희망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막연한 기대에 부풀기도 하고 불안해 하기도 하였습니다. 늘 더 가지려 하고 더 이루려고 계획 세우고 꿈꾸고 있었습니다. 내가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데서 형성된 관념과 관습에서 한 번도 놓여본 적이 없습니다. 가끔 외국에라도 나가보면 한국에서 나서 살아온 관념과 관습으로 외국의 풍물과 사람 사는 모습을 내가 살아온 한국과 비교하는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살면서 경험한 범주를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삶에서 경험한 것에 매여 있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에서 한 순간도 벗어나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녔습니다. 사람은 자유의지를 가졌다고도 하지만 자유의지는 번뇌(煩惱)에 불과하였습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 하지만 그 생각도 삶에서 경험한 것을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상상이라는 것도 모두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을 넘어설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은 무한하고 영원합니다. 그 안에 수많은 것들이 있고 그 안에서 수많은 현상이 일어납니다. 사람의 마음이 좁고 좁아서, 한평생 사는 삶이 찰나이어서 사람이 아는 것은 먼지 한 알만큼도 안됩니다. 옛날의 나는 그렇게 미미한 것들에 얽매여서 살았습니다. 세상의 근본을 모르고 세상의 원리를 모르고 살았습니다. 세상의 존재로 자유롭게 살지를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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