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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나는 진리인 참세상의 존재로 살지 못하였습니다. 옛날의 나는 어느 문중(門中)의 한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두툼한 문중의 족보를 고이 모셔놓고 조상 대대로 구전(口傳)되어온 문중 시조(始祖)와 문중의 내력(來歷)을 귀담아 듣고 간직하고 있다가 후손이 철이 들면 근엄한 자세로 엄숙하게 전하였습니다. 문중 행사에도 참석하고 예를 갖추어 시조 묘에 참배하였습니다. 직계 가문의 어른을 공경하고 기렸습니다. 형제 자매의 우애를 돈독히 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옛날의 나는 나와 가족을 위해 살았습니다. 가정을 이루어 처와 자식의 안위(安危)를 염려하며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자애롭게 자식을 길렀습니다. 가족을 남 못지않게 먹여 살리고 가정을 일구는 일에 온 힘을 기울이고 며느리와 사위를 보고 손주 손녀에게 사랑을 쏟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이 내가 태어나서 해야 할 소임을 다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옛날의 나는 욕심과 집착에 끝이 없었습니다. 끊임없이 더 가지고 이루려 하였습니다. 남보다 부(富)와 명예와 권세를 더 가져서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누리고 호의호식(好衣好食)하기 위해 말 잘 듣고 공부 잘하고 돈 많이 벌어서 크고 좋은 집에서 좋은 차를 타기 휘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그리고 남보다 더 좋은 자리에서 일하고 남보다 더 빨리, 더 높이 출세하기 위해 노심초사(勞心焦思)하였습니다. 옛날의 나는 내가 믿는 종교만이 옳다고 생각하여 다른 종교를 배척하고 같은 종교라도 종파가 다르면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경전의 뜻을 잘 모르면서 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경전 대로 살지도 못한 거짓 신앙인이었습니다. 옛날의 나는 나만을 위해 살았습니다. 누구를 위한다는 것도 나를 위해서였고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도 나를 위해서였습니다. 선행을 하는 것도 나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어느 한 순간도 세상의 존재로서 세상을 위해 산 적이 없습니다. 옛날의 나는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만 가진 작은 마음에 갇혀서 자기중심적으로 살았습니다. 우선순위를 늘 나와 나의 가족에 두었습니다. 하늘의 별, 숲 속의 나무, 다람쥐, 들판의 풀 한 포기조차도 세상 뜻에 따라 제 몫을 그냥 다하고 사는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면서 세상의 존재로서의 몫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오히려 세상을 거역하고 살았습니다. 세상을 위해 해야 할 일도 싫으면 하지 않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도 하고 싶으면 했습니다.욕심 채우려고 세상(환경)을 부수고 세상(만물만상)을 도둑질하고 짓밟고 죽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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