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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낭떠러지 아래는 이름과는 달리 자연 환경이 좋았다. 아득하게 펼쳐진 기름진 벌판을 높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고 산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이 일년 내내 벌판을 흠뻑 적시고 먹을 거리도 풍족하였다. 어느 날 처음 보는 물체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내려와서 박살이 나면서 속살이 빨갛게 드러났다. 마을 사람들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소중히 여기며 흩어진 조각들을 한데 모았다. 즙이 많은 빨간 속살은 달착지근한 향기를 풍겼고 손가락에 묻은 즙은 꿀처럼 끈적거렸다. 동네 개들이 어느 틈에 냄새를 맡고 달려와 과일즙이 스며들고 있는 땅바닥을 핥고는 사람들이 긁어 모은 과일을 쳐다보고 먹고 싶어 꼬리를 흔들어대었다. 마을회관에는 추장을 비롯하여 신관과 원로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마을사람들도 빠짐없이 모두 모였다. 신관이 즙을 핥아먹은 개들을 살펴본 뒤 과일 한 조각을 던져주었다. 개들은 서로 다투면서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개들이 탈이 없는 것을 확인한 신관이 조심스럽게 한 조각을 입에 넣고는 맛을 음미하였다. 신관이 입을 열었다. “이것은 신이 내린 선물이 틀림없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신을 찬미하였다. 추장과 원로들, 그리고 각 동네 대표들이 과일 한 점씩을 받아 들고 향기를 맡아보고 맛을 보았다. 다들 하나같이 탄성을 질렀다. 누가 주도하지도 않았는데 모두들 신에게 감사 하였다. 그 후 해마다 그 날을 기념하고 신에게 감사의 제를 올렸다. 신관은 과일 속살에 박혀있는 까만 씨앗을 받아서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가 이듬해 봄에 밭에 심고 거름과 물을 듬뿍 주어 정성껏 길렀다. 싹이 트고 길게 넝쿨이 벋어나갔다. 넝쿨마다 노란 꽃이 피더니 과일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렸다. 첫해에는 마을마다 한 개씩 나누어주었는데 다음해에는 한 집에 한 개씩 주고도 남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수확량이 늘어났다. 유난히 햇빛이 좋아 과일 재배가 잘 된 어느 해 크고 잘 익은 것들을 골라서 낭떠러지 윗마을추장에게 친선의 선물로 보내었다. 아랫마을에서 보낸 선물을 받아본 윗마을에서는 야단이 났다. 아랫마을사람들이 악신의 꼬임에 빠져서 윗마을을 저주하는 음모라고 분개하였다. 당장 쳐들어가서 요절을 내자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오래 동안 맺어온 좋은 관계를 감안하여 선물 받은 과일을 저주받은 낭떠러지에 내다 버리고 그 뜻을 아랫마을에 전하기로 하였다. 이 일이 있고부터 윗마을사람들은 아랫마을사람들을 경멸하고 상종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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