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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23.02.27 04:46
한국화의 두 거장 – 소정 변관식 1 : 자유로운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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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343 한국화의 두 거장 – 소정 변관식 1 : 자유로운 나그네
4)미점법
미법산수(米法山水)는 북송대(北宋代)의 사대부 화가인 미불(米芾, 1051~1107)이 창시하고 그의 아들 미우인(米友仁, 1086-1165)이 계승한 산수화법으로 그들의 성을 따서 미법산수화, 그리고 거기에서 사용된 점을 미점이라고 한다. 미우인, 云山墨戏图卷 (고궁박물관 소장) 미점(米點)법은 이 두 명의 문인화가가 이룩한 미법산수의 한 기법으로 먹의 중요성이 두드러진 발묵법(潑墨法)이다. 청전 이상범은 “사실 미점법은 나의 창안물이 아니다. 이것은 송대의 미모 부자가 창안한 것이었다. 어느 날 그들의 그림을 보고 그 기법을 사용해 보았는데 그 때 나타나는 놀라운 효과를 보고 이후로 내가 우리나라의 언덕과 같이 느린 경사의 산과 초가집과 초우들에 가장 잘 어울리는 화법으로 미점법을 애용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5) 절대준법 절대(折帶)는 띠를 꺾었다는 뜻이다. 절대준법은 붓을 옆으로 뉘어 그은 뒤 끝에 가서 직각으로 짧게 그어 마무리함으로서 붓자국이 ㄱ자처럼 보이도록 한 필법이다. 즉, 붓에 먹을 조금만 찍어 갈필로 처음에는 똑바로 세워 수평으로 긋다가 그 획을 90도로 전환하여 내려 긋는 준법으로, 원나라 때의 문인화가였던 예찬(倪瓚 1301-1374)이 자주 사용했다. 예찬(倪瓚), 고목석죽도 옆으로 갈라지기 쉬운 편암으로 이뤄진 산을 그릴 때 적합한 이 준법은 조선시대 겸재 정선(鄭敾 1676-1759)이 많이 사용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준법이 붓을 세로로 그으면서 그리지만 이 절대준법은 가로, 즉 옆으로 긋는 준법이어서 독특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대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붓을 긋다가 수직으로 내리 꺾으면서 먹색을 짙게 쓰는 것이 그 특징이다. 청전 이상범은 부벽준과 이 절대준을 혼용해서 또 다른 효과를 창출해내는 청전의 준법을 이룩하면서 붓질 하나하나에 경쾌감을 살려냈다.
6) 섬세하고 고요한 진동 이상범은 해방 이듬해에서 만년에 이르기까지 국전 심사위원과 예술원 종신회원, 홍익대 교수 등 당시의 작가로서는 최고의 명예를 누렸고, 1961년 홍익대에서 정년퇴임했다. 그는 종로구 누하동 182번지 자신의 집에서 주로 그림 작업을 했는데, 그 집은 청연산방(靑硯山房)이라고 불렸다. 이것은 그가 그림을 팔아 돈을 모아서 셋방살이를 면하고 처음 마련한 집이었다. 그는 타계할 때까지 40년 동안 이 집에서 살면서 그림을 그렸다. 이상범, 설경, 1960년대 (사진출처: http://www.mu-um.com) 붓으로 찍은 점들과 짧게 끊어 날카롭게 그은 붓질로 그려진 눈 덮인 산등성이를 돌아 저 언덕 너머 위에 기와 집이 하나 있다. 우리가 올려다 보는 저 아득한 기와 집의 대청마루에 먼저 도착한 그는 거기서 우리를 다시 내려다 보고 있는 듯 하다. 이렇게 부드럽고 섬세하며 날카로운 진동을 전해주는 청전 이상범의 아름다운 자연은 우리들로 하여금 마음 속에 있는 잔잔한 숲 길을 찾아가게 한다.
2. 소정 변관식 (小亭 卞寬植, 1899~1976) 1) 대담한 구도 변관식, ‘외금강 삼선암 추색’, 1959 (사진출처: http://www.mu-um.com) 큰 바위가 화면 앞으로 쑥 튀어 나올 것만 같은 이 작품은 소정 변관식이 1970년대 ‘한국 회화 유럽 순회전’에 출품했던 ‘외금강 삼선암 추색’이다. 이것은 그의 대표적인 그림 중 하나로 손 꼽히는 금강산 그림이다. 소정 변관식은 다른 사람들은 시도하지 않았던 대담한 구도를 많이 시도했다. 보통 풍경화나 산수화를 그릴 때 작가는 하나의 시선으로 풍경을 바라보며 작품을 그린다. 그런데, 소정 변관식은 바위앞에서 이 금강산 풍경을 보고 그리지도 않았고, 아주 멀리서 산을 바라보며 그리지도 않았다. 이 그림에는 가까이서 보는 시선과 멀리서 보는 시선이 화면에 동시에 담겨져 있다. 그림 속 바위의 거치고 투박한 질감을 보면 이 산이 얼마나 깊고 험한 지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험준한 산 중턱쯤에 희한하게도 주막처럼 보이는 집이 있다. 거기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무언가를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또 짐을 지고 작대기를 든 몇몇의 사람들이 거기를 향해 올라가고 있다는 것도 보인다. 소정 변관식은 어째서 험준하기만 한 깊고 깊은 골짜기같은 산 한 가운데에 이런 주막을 그려 넣은 것일까? 잠시 북한의 금강산 여행이 일반인에게 가능했을 때 금강산을 직접 가 본 적이 있다. 옆에 있는 줄이나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잡고 올라서야 하는 바위산은 정말 올라가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작품 속 사람들은 멋진 경치를 보며 탁주를 걸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힘든 것도 다 잊고 오히려 신나서 발걸음을 옮기는 것만 같다. 시원한 막걸리와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부침개 한조각이면 아마 미슐랭 레스토랑의 정갈하고 고급진 그 어떤 메뉴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또 멋진 풍경 감상까지, 아! 정말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듯 하다. 보통 청전 이상범의 서정적이고 섬세한 그림에 비해 소정 변관식의 그림을 남성적인 대범함과 자유로움이 묻어난다고 평가를 한다. 하지만, 그의 그림을 그저 남성적이거나 대담하다고만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이 금강산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소정 변관식은 아마 무엇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떠도는 투박하고 순박한 그리고 정겨운 나그네와 같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2) 냉정과 열정 사이 변관식,돈암동 풍경(설경),1960년대 ‘수묵’은 동아시아 회화의 정수이자, 동양화의 역사 그 자체이다. 이런 ‘먹’은 서양화의 강렬한 색채와는 달리 다양한 뉘앙스와 시각적 울림으로 강렬한 인상을 전해준다. 변관식, 관폭도,1930년대 (사진출처: http://www.rhogallery.com) 소정 변관식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한국 전쟁으로 이어지는 한국근대의 역사적 굴곡 속에서 세상이 뭐라고 하는 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자신만의 감성으로 독자적인 미감을 창조해 우리들에게 짙은 운치를 남겼다.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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