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이 머물다 간 거리

영국사람들의 소소한 생활 에피소드 이야기

제 1 화 :  온정이 머물다 간 거리

 

이 글은 내가 살고 있는 영국, 영국사람들의 스토리이다.  그동안 내가 영국의 여러 인쇄물 매체 즉, 신문 잡지 홍보물 등을 읽어보면서  그 중에서 “역시 한국이나 영국이나 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곳이구나” 하며 감탄과 감동을  주는 글들을 오랫동안 스크랩하여 왔었다. 이 글들을 그냥 두기보다는 우리의 정서에 맞게 번안하고 한국정서에 맞게 수정을 하여 영국이나 유럽에 사는 우리들이 같이 읽으며 즐길 수 있도록 약 10회에 걸쳐 유로저널에 올리기로 하였다. 다같이 읽으시면서 영국이나 유럽사람들의 소소한 생활 이야기에, 조그만 감동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mily부인은 Kingston상가에서 열린 연말 세일에서 Dark Blue바지와 브라우스를 구입한 후 버스정류장에 가기 위해 바쁜 걸음을 걷고 있을 때, 버스 정류장 가는 길 포장도로에 앉아있는 노숙자 남자에게 잠시 눈길을 주었다. 그의 덥수룩한 수염은 헝클어지고 먼지속에 엉겨 붙어있었다.  세탁하지 않은 바지, 후드티, 너덜너덜한 운동화.  그 남자의 유일한 비교적 새것이라고는 그의 군청색 야구 모자 뿐이였다.

Emily부인은 그 노숙자가 덥고있는 군대용 담요를 보고는, 불현듯 이 나라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다 군대복무중에 목숨을 잃은 자기 손자 David를 떠올리고는 코가 시러워지고  눈시울이 금방 뜨거워졌다. 사랑하는 손자는 떠나고 세상에 저런 사람만 남았다는 것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저런 사람에게는 동정심은 사치일 뿐이야.  그의 깡통에 파운드 동전을 던지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것은 단지 그의 게으른 습관에 부채질만 할 뿐이라는 생각에, 눈길을 거두고 길을 건너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였다.

 

“아이쿠머니 ~~!! ”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 Emily는 도로에 세워둔 공사장 표식 삼각대을 인식하지 못했고, 삼각대 다리에 걸려 한순간에 넘어져  다가오는 차 앞에 무릎을 꿇고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충격을 받은 Emily는 정신을 잃은 채 바닥에 엎드려서 멍한 순간이 잠깐 흐르며, 오던 차들이 멈춰서기 시작할 때였다. 

 "괜찮으세요, 부인?” 넘어진 자신의 몸을 뒤에서 일으켜 바로 세우며 부축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흩어진 정신을 모으며,  그녀는 겨우 몸을 일으켜 옆에서 걱정하는 사람을 들여다보았다. 방금 지나가면서 보았던 그 노숙자 남자의 얼굴. 

“ 예, 음,,, 괜찮은 듯~~~~” . Emily씨는 가다듬은 정신으로 겨우 대답을 할 수 있었다.  그 노숙자 남자는 Emily부인의 쇼핑백에서 떨어진 물건을 집어서 황급히 Bag에 넣어주며, 정신나기를 한동안 옆에 서서 기다리다가 겨우 일어서는 Emily에게 다시 물었다. " 부인, 크게 다치지 않은게 확실한가요? ”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체중이 좀 나가는 몸인데 무겁지 않았나요?." 그녀는 이제 여유가 생겨 농담스러운 질문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무겁기는요,  문제없지요, 부인.  저는 군인이었기 때문에 훨씬 더 무거운 것을 들곤 했답니다."  

Emily부인의 눈에, 노숙자 신세이면서도 그가 말하는 그의 눈에는 순박함이 보였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이제 보니 그가 훨씬 젊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그는 20대 청년에 불과한 듯,  Iran에서 전사한 David와 아마 비슷한 나이였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내가 좀 안정도 할 겸 좀 앉았다 가야될 듯 하니,,,,,"   그녀는 " 이봐요, 우리 어디 가서 커피라도 한잔 같이 해요? 요 옆 모퉁이를 돌면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카페가 있어요.” Emily는 왜 그녀가 그 노숙자 젊은이를 초대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것이 옳은 일인듯 하였다.

"젊은이, 이름이 뭐에요?" 카페로 같이 가며 그녀가 물었다.

“저는 Jack 입니다." 그가 가방을 들고 카페로 걸어가며 말했다. "Jack Bradley."

"나는 Emily 라고 해요."

 

카페에서 그들은 창가 쪽 2인용 테이블을 골랐다.

Emily는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그녀가 데리고 온 동행자의 몰골에 대한 찌푸린 시선을 무시했다.

"저쪽에 화장실이 있는 것 같네요." 그녀는 그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녀가 의미하는 바를 감지한 Jack은 화장실로 가서 좀 깨끗해진 손과 얼굴로 잠시 후에 돌아왔다.

Emily은 앞에 놓인 탁자 위에 손을 모으고 Jack의 맑고 푸른 눈을 들여다보았다.

"네가 군인이라고 했잖아, Jack ." 그녀가 말을 시작했다. "군대에서 무얼했는지 듣고 싶은데, 이야기 좀 해줄 수 있어요?."

Jack 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Emily는  괜히 물어봤나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할 때, 그가 말을 시작했다. 

"예  주로 전쟁터로 나가서 복무해었는데, 할 만했어요,  재밌는 시간도 있었고 좋은 친구들도 사귀고. 어느 날 우리 부대는 적군의 함정에 빠졌고 반란군의 공격을 받았답니다.”

또 다른 침묵이 흘렀고, 그가 다시 말을 시작했을 때 그의 목소리는 속삭이는 듯 낮춰져 있었다. 

"나는 내 목숨을 걸고 탈출했지만 내 동료 중 일부는 전사를 했어요." 올려다보니 그의 눈가가 촉촉했다.

Emily는 그의 손 위에 손을 얹으며,  "너무 속상하면 더 이상 말하지 마세요."라고 말해주었다. 

"아니요,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좋데네요. 어쨋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고, 이렇게 몇마디라도 하면 좀 편해지는 듯 하니까요,  그 생각땜에 내 생활에 큰 지장을 받게되기 시작해서 결국 군대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답니다."

"아, 그게 Post-stress라는 거로구나"

"예  그럴거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저를 본 의사들은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 저는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테이블을 내려다 보았다

"그래서 심한 불면증도 와서 생활도 좀 힘들었고요,, "

Jack 이 두 번째 베이컨 롤을 먹는 동안 그녀는자기 손자 David의 죽음에 대해 말했고, 그녀의 상실에 대한 그의 동정심은 아주 진하였다.  "David와 할머니가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겠어요,  많이 그립겠네요."

Emily는 손가락 사이로 티스푼의 손잡이를 돌리며 허공을 응시했다.

Jack 은 그녀를 재촉하지 않고 그녀가 대답할 준비가 될 때까지 침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는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Jack 은 다른 가족은 어때요?" Emily가 물었다.

"우리 엄마와 아빠는 둘 다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나는 Care Home에서 자랐어요. 그게 저를 군대에 끌리게 한 것 같아요. 군대가 내 가족의 일부가 된 것 같았어요."

그들은 베이컨 롤과 차를 즐기면서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일어설까?"  Emily가 Jack에게 말했다.

이제 가게도 문 닫을 때가 된 듯, 종업원이 빈 테이블에 의자를 올려놓고 있었다. 

"오늘 음식 사줘서  고맙습니다, Emily부인" 어둑해지기 시작하는 거리로 나서며 Jack 이 말했다.

" 천만에, 그리고, 이거  나중에 식사비로 쓰세요."

그녀는 그의 손에 20파운드 지폐를 쥐어주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건넜다.

“잘 있었어요, Jack ?"  Emily는 며칠 후 Jack 이 항상 앉아있는 곳을 가서  그의 앞에 멈춰 섰다.

"예 또 보네요, Emily부인 잘 지내셨습니까?"

그는 그녀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고 그녀는 그가 오늘은 수염을 깎아 훨씬 젊어 보여 좀 놀라왔다.

"잠깐 할 이야기도 있으니, 우리 카페에 같이 가요." 5분 후 그들은 같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버터 향기가 나는 빵과 함께 뜨거운 수프 한 그릇을 주문했다.

Emily는 지난번 만남 이후로 Jack 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오늘 그를 만나기 위해 다시 찾아 온 것이다.

“ 내 친구의 남편중에 Joe라는 분이 있는데  그분에게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줬답니다, 사실 Joe씨는 건축 사업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 일해 줄 직원을 찾고 있었답니다.”

"이야기했더니, Joe씨가 한번 당신을 만나서 무슨 기술이 있는지? 어떤 일을 할 수있는지? 의논하고 싶다고 하네요.” 

이 말을 듣고 Jack 은 탁자 건너편 Emily를 바라보며 그의 표정은 의아할 수 없었다.

"그게 정말인가요? 거리의 노숙자를 고용할 거라고요? . 특히 정신 장애도 좀 있는 사람인데도?"

Emily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군대에서 당신에게 일어난 일을 Joe씨에게 말했고, 그는 당신이 당신의 삶을 되찾을 기회를 주고 싶어 한답니다."

Emily는 그녀가 Joe에게 얼마나 많은 설득을 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마침 Joe씨 옆집에 사는 Harrison가족이 하숙을 하고 있는데 그 중 한 명은 지난주에 런던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빈방이 하나 생겼답니다."라고 그녀는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집세를 낼 수 있겠어요? 전 돈이 없어요."

Emily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첫달 집세는 제가 지불해 줄려고 해요.”

Jack 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자 그녀는 손을 들었다.

"첫달만 빌려주는 거에요. 다시 일어설 때 갚으면 되요" 그녀가 말 했다.

Jack 은 두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 정말 믿을 수 없네요,  당신이 나를 위해 이렇게 까지 해주시다니.”

그들은 카페에서 나올 때 Jack 은 부동자세를 취하며 카페앞에서 Emily씨를 기다려 주었다. 

"자, Jack  이제 또 봐요, 난 집으로 가는 버스를 놓치기 전에 빨리 가야지." 

Jack이 멋진 거수경례로 잘 가시라는 인사를 하자 Emily 씨는 나오는 웃음을 손으로 막으며 버스 정류장로 향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