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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23.05.03 14:22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예술가가 되었다” - 니키 드 생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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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349 –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예술가가 되었다” - 니키 드 생팔 1
1. “그것은 나의 운명이었다” 통통한 몸매에 알록달록한 서커스단 광대 옷 같은 원피스를 입고 마치 ‘야호!’라고 외치며 껑충껑충 뛰고 있는 그녀의 이름은 ‘나나’다.
Niki de Saint Phalle, Black standing Nana,1995 (사진출처:Artnet)
‘Black standing Nana’(1995)는 소더비에서 약 6억 5천에서 9억 2천 정도의 가격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1930-2002)의 대표적 조각 작품인 ‘나나’ 시리즈 중 하나다. 니키는 1965년 당시 임신중이었던 자신의 친구 클라리스 리버스에게서 영감을 얻어 그때부터 색들이 다양하고 뚱뚱한 ‘나나’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그녀의 조각 작품을 처음 본 것은 2010년 샌디에이고에 있는 한 대학교 캠퍼스에서였다.
니키 드 생팔, Sun God, 1983
이것은 니키의 미국에서의 첫 야외 조각 작품이다. 457.2cm 높은 콘트리트 위에 426.72cm 의 화려한 색깔의 이 거대한 새 조각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도대체 누가 이런 애들 장난감같은 것을 만들었나 싶었다. 이후 그녀의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2013년 주요한 현대미술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 글라스고우(Glasgow)의 ’Glasgow Gallery of Modern Art’ 에서였다. 샌디에이고에서 보았던 비슷한 조각들을 보면서 전시장 코너를 돌 때 한 장의 사진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니키가 총을 들고 한 작품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기괴한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니키 드 생팔
꼭대기에 십자가가 있는 무슨 교회처럼 보이는 조각에 하얀색 회반죽이 이상한 모양으로 덕지덕지 발려져 있었다. 그리고는 여러가지 색깔들이 마치 스프레이를 뿌린 것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니키 드 생팔, Altar of a dead cat (Autel du chat mort), 1962
이것은 그녀의 슈팅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인 ‘Altar of a dead cat (Autel du chat mort)’(1962)다. 그녀가 첫 번째 남편과 두 아이들을 떠난 후 2년 뒤에 만든 작품이다. 자세히 보니, 바닥에 받침대까지 해서 그녀가 만든 제단에는 사슴의 머리도 있고, 꽃과 가정집 고양이, 그리고 전통적인 카톨릭 가정에 있을 법한 물건들이 놓여져 있었다. 그녀는 그림이 피를 그리게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캔버스에 대고 총을 쏘는 퍼포먼스를 했다. 거리의 일반 사람들부터 미국의 유명한 팝 아트 예술가 재스퍼 존스까지 초대해 말그대로 라이브 쇼를 했던 것이다. 슈팅을 통해 그녀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던 통제와 권위와 권력에 반항했고 그렇게해서 재탄생된 작품들은 그 전의 작품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녀의 이 해괴한 작품을 보면서 나는 독일의 소설가이자 시인이었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떠올랐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힘겹게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니키는 마치 새롭게 태어나기를 원하면서 힘겹게 알을 깨고 나와 신 아프락사스를 향해 날아가는 새 같았다. 1963년 니키는 이제 이런 카타르시스적인 슈팅 작품을 그만 두었다. 그리고는 즐겁고 칼라풀한 긍정적인 아이콘인 ‘나나’ 시리즈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또한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귀엘 공원에서 영감을 받아 기념비적인 조각 공원도 제작했다.
Niki de Saint Phalle의 The Tarot Garden (사진출처:The Tarot Garden Official Website)
이탈리아 남부 카파비오에 20년이라는 공사기간을 거쳐 마침내1998년에 ‘타로 공원’이 완성되었다. 거기에는 타로카드에 등장하는 메이저카드의 22개 캐릭터를 모자이크 기법을 사용해 제작한 공공조각으로 채워져 있다. 이것은 ‘나나’ 시리즈보다 더 화려하고 마치 환상적인 상상의 세계나 꿈의 세계같다. 이때 그녀는 이제 웃으며 신을 향해 하늘을 훨훨 날고 있었는 듯 하다.
“나는 정원을 장식하기 위해 거대한 유령을 창조하는 꿈을 꾼다. 오늘날 우리는 동과 돌로 조각을 한다. 이는 슬프고 지루하다. 나는 색깔과 건축학적인 질서 속에 색채와 다양함을 첨가할 것을 제안한다.” - 니키 드 생팔 -
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너무 다른 이런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그녀는 도대체 어떤 세계를 뚫고 나오고 싶었던 걸까?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예술가가 되었다. 난 아무 결정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것은 나의 운명이었다”라고 말했다.
2. “비밀은 없다”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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