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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24.08.25 18:50
채플 ‘오스틴’ – 엘스워스 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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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391 채플 ‘오스틴’ – 엘스워스 켈리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 캠퍼스를 천천히 걷다 보면 블랜턴 뮤지엄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1963년에 설립된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 있는 주요 미술관으로, 현대미술과 유럽, 라틴, 고전미술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컬렉션과 전시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리고 2006년에 현재의 건물로 이전하면서 그 중요성과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블랜튼 미술관에 입장할 때에 엘스워스 켈리의 스테인드글라스 건물 입장 시 필요한 티켓도 함께 준다. 캠퍼스를 따라 걷다보면 엘스워스 켈리의 하얀 건물 ‘Austin’이 보인다. Ellsworth Kelly, Austin, 2015 (밖) (사진출처:Medium)
2015년 엘스워스가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의 일이었다. 그는 약 2713피트 높이의 건물에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인이 더해진 엘스워스의 ‘오스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채플을 지어 블랜턴 뮤지엄에 그것을 선물했다. 빛을 머금는 대로 스테인드글라스가 색을 고이 비추는 이 프로젝트가 성사되기까지는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완성된 채플의 모습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사각형의 유리창을 통과하는 9가지 색상은 흰 건물의 공간적 차분함과 어우러져 과거 엘스워스의 작품들이 지녔던 색처럼 맑고 선명하게 비쳐진다. 그리고 채플 안으로 들어서면 붉은 목재로 조각된 토템과 블랙 앤 화이트의 패널 14개가 있어 엘스워스의 커리어를 전반적으로 둘러 볼 수 있다.
Ellsworth Kelly, Austin, 2015 (안) (사진출처:Texas Monthly)
한 가지 오스틴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캠퍼스와 어울리는 이 채플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채플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도 일반적인 종교 사원과는 다른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장소’라고 불리는 로스코 채플이 있다. 그곳도 입구에서부터 아름다운 나무들과 고요한 물이 방문객의 마음을 붙잡는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면 자연 채광에 거대한 마크 로스코의 그림들이 우리를 마치 고요한 예배당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휴스턴의 로스코 채플 (사진출처:chron.com)
종교와 상관없는 채플이라는 점에서 엘서워스의 채플은 로스코의 채플과 닮아 있다. 엘스워스는 ‘무신론자’이자 ‘초월적인 무정부주의자’였다. 그래서 그는 ‘Austin’ 건립을 추진할 때 가톨릭대학교의 헌납 제안을 거절했었다. 엘스워스는 오스틴의 빛이 특정 종교 혹은 어떤 한 개인에게 속하는 것을 거부했다. 엘스워스를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32년간을 지켜 본 그의 파트너였던 잭 셰어는 “누군가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곳은 ‘채플’이라고 불리게 될 거예요.”라고 ‘뉴욕타임스’와 ‘T 매거진’과의 대화에서 말한 바 있다.
‘오스틴’은 원래 1980년대 산타 바바라에 살던 한 개인의 커미션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엘스워스는 ‘영구적이고, 널리 대중으로부터 접근성이 좋고, 잘 보존되는,’ 이 구체적인 세 가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커미션을 위한 최종 결정을 변경했다. 그의 바람을 정확히 이해한 치나티 파운데이션을 통해 이 프로젝트에 소요된 23만 불의 펀드 레이징을 추진했던 블랜턴 뮤지엄의 디렉터 사이먼 위차를 만나 협업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위해 엘스워스와 꼬박 3년을 작업했어요. 건축가들을 만나서 모든 것들을 세분화시키고 그의 크고 작은 의도가 세세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진행했죠.” 사이먼은 세속적인 채플이 제공하는 사적인 경험을 강조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스틴’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사적인 시간을 보장받게 된다. 이 채플을 이루는 재료, 빛이 공간에 닿는 방식, 그리고 고요한 사색의 틀 안에서 그저 공간의 빛만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거기서 우리는 고요를 느끼게 된다. “오스틴은 즐거운 도시예요. 친근하고, 창조적인 도시죠. 엘스워스는 그저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고 그들이 평안을 찾을 수 있는 장소로 제공되기를 바랐어요.” 엘스워스의 바람대로라면 세속의 발걸음을 고요히 받아들이는 ‘오스틴’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 같다.
2023년 5월 31일, 뉴욕 시장 에릭 아담스는 엘스워스 켈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5월 31일을 엘스워스 켈리 데이로 지정했다. 이것은 평생을 뉴욕에서 지낸 20세기 최고의 추상화가인 그를 기리기 위해 모마, 메트로폴리탄, 휘트니 뮤지엄이 함께 노력한 결과였다. 그의 100번째 생일을 맞이해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는데, MoMA에서는 2개의 전시를 선보였다. ‘A Centennial Celebration’ (2월3일-6월11일)과 ‘Ellsworth Kelly’s Sketchbooks(2월3일-6월21일)’였다. 여기에서 ‘Spectrum IV’(1967)와 ‘Chatham VI’(1971) 등 모마의 영구 소장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Ellsworth Kelly, Spectrum IV, 1967 (사진출처:WikiArt)
Ellsworth Kelly, Chatham VI: Red Blue,1971 (사진출처:MoMA)
특히 전시 ‘켈리의 스케치북’에서는 지난 60여 년 간의 켈리의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스케치북 25권을 포함한 기증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Ellsworth Kelly, Tablet, 1948-73 (사진출처:New York Times Web Archive)
“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어떤 것을 보고 그런다음 내가 그것을 보는 방법을 어떻게 바꾸는가이다.” - 엘스워스 켈리 –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Kculture #Kart #엘스워스켈리 #MoMA #Austin #오스틴 #현상적예술 #유로저널 #최지혜예술칼럼 #텍사스 #블랜턴뮤지엄 #로스코채플 #오스틴채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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