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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4.02.25 02:09
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9 : 와인잔에 철학을 담아내는 작가, 유용상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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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9 : 와인잔에 철학을 담아내는 작가, 유용상 전 “유용상처럼
일관성 있고 성공적으로 와인과 예술을 접목시켜 작품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는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 – Christine Dressler, Wiesbadener
Tagblatt
독일의 신문 비스바데너 탁블랏에서
2012년 유용상 작가의 전시에 대해 쓴 기사의 첫 문장이다.
이미 국내외 수많은 전시를 통해서 현대인의 강렬한 욕망과 흔들리는 불안한 내면을 와인과
와인잔을 통해 표현했던 유용상 작가의 파리 전시 <Philosophy in the Wine
Glass>가 지난 1월 27일에서 2월 7일까지 안은희 원장이 운영하는 <89 galerie>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유용상 작가를 포함해서 4명의 한국과 프랑스 작가 작품이 함께 전시되었는데, 참새가 방앗간에 가장 관심을 두는 것처럼 필자는 직접적으로 와인을 소재로 삼은 유용상 작가의 작품에 가장 관심을 가지게 됐다.
주로 <Good
Evening> 시리즈와 <The Chosen
person> 시리즈로 구성된 유용상 작가의 이번 전시는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마치 고해상도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듯 정밀하게 묘사된 표현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와인잔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나타내어 사진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인간 내면의 깊은 감정을 강렬하게 던져주고 있다.
여러 작품 중 필자가 가장 관심 있게 본 두 작품이 있다. 그 첫 번째는 <Good
Evening> 시리즈 중 하나로, 와인이 담긴 잔을 위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레드와인이 1/3 정도 담긴 와인잔을 옆에서
바라본 모습일 것이다. 폴 세잔(Paul Cézanne)이 이야기한 것처럼 각각의 사물은 각자 자신이 가진 본질적인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형태가 있을 것인데, 와인잔은
옆에서, 또는 약간 위에서 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Good Evening 116.7 X 91.0 cm Oil on canvas 2011
하지만 이 그림처럼 완전히 위에서 바라보면 이것이 와인잔인지, 달항아리인지(실제로 작가는 이 모습에 달항아리를 떠올리고 작업을 구상했다고 한다.) 한 번에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익숙하고 굉장히
일상적인 와인잔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상당히 어색하고, 뭔가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새로운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비단
사물만이 아닐 것이다.
두 번째 작품은 <The
Chosen person> 시리즈의 하나로 거꾸로 놓인 수많은 와인잔 중 단 하나만 바로 세워져 와인이
채워져 있는 모습이다.
The Chosen person(선택받은 사람) 162.2 X 97.0cm Oil on canvas 2011
나는 이번 전시회 때 갤러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둘이서, 또는 여럿이서, 한국어로, 프랑스어로, 그리고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에서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고, 바다의 섬 마냥 혼자 떨어져서 이 작품만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을 우연히 보게 됐다. 그림 속의 와인잔과 그 와인잔을 바라보고 있는 그가 묘하게 겹쳐졌었다. 군중과 똑같이 섞여 안정감을 얻고 싶은 마음, 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드러내고 싶은 욕망, 그와 동시에 다가오는 불안함과 고독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명확히 나타내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는 <LES
EDITIONS DE VINS RARES>의 생산자가 직접 자신의 와인을 가지고 와서 시음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사람들은 다들 한 손에 와인을 들고 그림에 대해, 와인에 대해, 그리고 예술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림 덕에 와인은 더 맛있게 느껴졌고, 와인 덕에
그림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보통의 행사에도 와인이 빠질 수
없는 프랑스 땅에서 와인에 관한 전시가 열리는데 어찌 와인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날 이 둘은 서로가 서로를 더욱 빛나게 해 주었다.
그리고 <LES EDITIONS DE VINS RARES>의 생산자들 역시 작가의
작품에 감명을 받아서 자신들의 ‘예술적인’ 와인에 유용상 작가의 작품을 레이블로 사용하고 싶어하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역시 예술가는 예술가를 알아보는 듯하다.
유용상 작가와 파리 16구에 위치한 한식당 ‘우정’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와인에 조예가 깊기로 유명한 조성환 사장이 함께 자리해서 자신이 수집한 다양한 종류의
와인잔과 디캔터를 꺼내와서 유용상 작가가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조성환 사장이
두툼한 방명록을 내놨다. ‘우정’에는 각계각층의 유명인사가 워낙 많이 오고, 넓은 인맥을 자랑하다 보니 분야별 방명록이 있었다. 유용상 작가에게는 역시 예술가 방명록을 건넸는데, 그중에는 이우환 화백, 김창렬 화백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사인과 편지들도 있었다. 단순히 우리나라의 맛집에 연예인이 다녀가고 남기는 “정말 맛있어요. 이 집은 ‘대박’”과 같은 사인이 아니라, 오랜 시절 함께 해 온
관계의 흔적들이 보였다. 유용상 작가는 대가들의 흔적들을 보고는
“제가 낄 자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하며 겸손히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조성환 사장의 “곧 이렇게 되실 거예요.”라는 덕담에 결국 글을 남기게 됐다.
재능을 가지고 꾸준히
한 길을 걸어갈 때, 그리고 이처럼 겸손을 잃지 않을 때 어느
순간, 존경하던 대가들과 같은 반열에 올라있을 작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프랑스 유로저널 박 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0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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