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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4.03.11 03:18
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11 : 프랑스 와인 자습서 – 와인 마시기와 와인 시음하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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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11 : 프랑스 와인 자습서 – 와인 마시기와
와인 시음하기(1) 이번 주에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와인을 본격적으로 탐구해 보기 전에 몸을 푸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이번 시간에는 와인을 시음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자! 모두 한 손에는 와인 잔을
들어보자. 와인 강의는 주입식이 아니라 산교육이어야 하니까 말이다.
와인을 시음하는 것은 단순히 와인을 마시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보통의 경우 우리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편안하게 와인을 ‘마신다’. 하지만 가끔은 와인이 가진 여러 요소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 와인 자체에
집중해서 ‘시음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와인은 일반적으로 편안하고 즐겁게 마시는 술이지 심각하게 분석하는 술이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격식을 차리고 마시고, 모두가 소믈리에처럼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에서 와인은 길거리의 걸인도 마시는 술이다.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서도 좀 더 편안하게 마실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양성이라는, 와인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매력을 생각했을 때 그냥 ‘홀짝’ 마시기만 하는 것은 좀 아까운 것이 사실이다. 와인은 ‘음미’할 가치가 있는 음료이다.
지인들과 식당에서 편안하게 식사하며 와인을 마실 때, 입으로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와인을 분석하는 것은 같은 테이블, 그리고 주변 테이블의 사람들에게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각자 다양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와인을 그냥 ‘원샷’을 한다면, 어쩌면 그것은 와인과 그 와인의 생산자에게 예의가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와인 애호가로서, 많은 사람들이 와인의 진가를 음미하지 못하고 마신다는 것이 무척 안타깝기 마련이다. 이 글이 와인을 음미하고 즐김으로서,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와인은 흔히 ‘눈으로 마시고, 코로 마시고, 입으로 마시는 술’이라고 한다. 즉, 시음은 시각적 단계, 후각적 단계, 그리고 미각적 단계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먼저 눈으로 와인을 즐겨보자.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
또는 로제 와인의 빛깔을 한 번 보자. 최대한 자연광에 가까운 조건에서 흰 종이와 같은 배경에 대어서 보는 것이 좋다.
보통 레드 와인의 경우 진한 자줏빛이었던 어린 와인이 숙성을 거치면서 점점 연해져서
나중에는 벽돌색에 가까워진다고 이야기한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에는 반대로 연한 녹색과 노란색에서
진한 황금색으로 점점 진해진다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실제로 와인의 색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와인의 나이 외에도 알코올이나 당도의 수준, 포도 품종, 산지의 기후, 수확연도의 날씨, 수확량, 양조 방법 등 수없이 많아서 단순히 이야기할 수는 없다. 와인의 세계는 깊고도 오묘하다.
출처 : Quitou.com
필자가 생각하기에 와인을 눈으로 마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와인의 아름다운
빛깔을 즐기는 것이다. 햇빛이 비치는 날 실외에서 와인을 마실 때면 필자는 오랜 시간 와인잔을
햇빛에 비쳐 본다. 각각의 와인마다 색상이 모두 다르지만, 동시에 모두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각각 다른 빛깔의 아름다움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차이를 만들어
내는 그 복잡다단한 요소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기 마련이다. 와인의 세계에 한 발 더 깊이
발을 내딛는 것이다. 덧붙여서, 필자가 파리의 여름 저녁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저녁 7, 8시에도 날이 환해서 편안하게 그 빛깔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낮에 마시는 훌륭한(?)
방법도 있지만…
눈이 충분히 즐거웠다면, 이번에는 코를 기쁘게 해 보자.
와인잔에 와인을 1/3 정도 따른 후 코를 깊이 넣고 향을 맡아보자. 너무 점잔 피우지 말고 코를 깊이 넣어보자. 더 깊이 넣어야 향을 잘 맡을 수 있다. 프랑스인이 우리나라 사람보다 와인 시음에 선천적으로 유리한 부분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출처 : vinpur.com
와인에서 무슨 향이 나는가? 보통의 경우 굉장히 두루뭉술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꽃 향, 과일 향, 나무 향 등을 느낄 수 있다.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 시음 전문가들은 꽃 중에서 흰 꽃 계열, 그중에서도 아카시아, 또는 과일 중에서도 붉은 과일 계열, 그중에서도 산딸기, 이런 식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향을 표현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재능이라기보다는 훈련과 노력의 산물이다. 후각의 경우 아주 예민한 사람이 5~10%, 정말 둔감한 사람이 5~10%이고 나머지 80~90%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평범한 후각을 지닌 우리도 좋은 길잡이를 따라 집중해서 향을 맡아보고, 경험을 쌓다 보면 좀 더 풍성한 향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와인을 만들 때 그 속에 실제로 산딸기나 아카시아 꽃을 넣는 것이 아니므로
정확히 그 향이 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와인을 마시고 서로가 각자의 느낌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약속이 필요하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가까운 향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와인에서는 풀 향, 장미 향, 버섯 향, 자몽 향, 버터 향 등 200가지가 넘는 수많은 향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와인이 매력적인 것이다.
코를 즐겁게 하는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스월링(Swirling) 즉, 와인잔을 빙글빙글 돌려 잔
안에서 와인이 소용돌이를 치게 한 다음 향을 맡아보자. 와인을 잔에 가득 따르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스월링을 위해서이다.
하지만 레스토랑에서 하우스 와인을 마실 때는
최대한 많이 따라주는 웨이터가 최고다.
스월링을 해 보면 아마도 좀 전에 그냥 향을 맡을 때와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와인의 향 중에는 좀 더 가벼운 향이 있고, 좀 더 무거운 향이 있다. 가벼운 향은 쉽게 드러나기에 그냥 맡을 수 있지만, 무거운 향은 잔을 돌려서 와인의
알코올 요소가 산소와 접촉하여 발산될 때에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스월링을 하면 깊히 잠들어 있던, 처음에 느끼지 못한 새로운 향을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게 와인잔을
돌리면, 처음에 느낄 수 있었던 향 중 섬세한 상당 부분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특히 상당히 가벼운 스타일의 와인이나 충분히 숙성이 진행된 와인의 경우 스월링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첫 번째 향과 두 번째 향 중에서 첫 번째 향이 더 좋으면
그대로 마시고, 두 번째 향이 더 좋으면 와인을 열어두고 좀 천천히 마시거나, 디켄팅을 해서 마시는 편이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와인을 잔에 따르고 나서 향을 맡아보기도 전에 스월링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쉬지 않고 잔을 돌리는 습관이 들어버린 사람도 쉽게 볼 수 있다. 스월링이 언제나 와인의 향을 더 좋게 만든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편견 없이 스월링 전에 향을 먼저 맡아보자. 뜻밖에 첫 향이 더 좋은 경우가 꽤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향을 굳이 포기하지 말자. (다음 화에 계속) 프랑스 유로저널 박 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0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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