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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4.03.17 21:12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12 : 프랑스 와인 자습서 – 와인 마시기와 와인 시음하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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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12 : 프랑스 와인 자습서 – 와인 마시기와 와인 시음하기(2) 자! 와인의 빛깔과 향을 마음껏 즐겼다면 이제는 드디어 맛을 볼 차례다. 와인을 한 모금 입에 넣어보자. 처음에 혀에 닿는 무게감과 촉감을 기억하자. 그리고 와인을 바로 삼키지
말고 혀와 입안 전체에서 고루 느낄 수 있게 음식을 씹듯이 오물오물하며 돌려주자. 그다음 고개를 약간 아래로 내리고 휘파람을 불 듯 입술을 동그랗게 말고는 공기를 살짝 들이마셔 보자. “후루룩”하는 소리가 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와인을 삼킨 후 바로 입을 열어 말을 하지 말고 잠시 음미해보자.
출처 : frgilbertgaillard.com
꼭 이렇게 마셔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오랫동안 와인 전문가들이 와인의 맛과 향을 가장 잘 느끼기 위해서 사용한 수많은 방법 중에서 -현재까지는- 가장 훌륭하다고 알려진 것이 이 방법이다. 그들의 업적을 존중해보자.
그럼 왜 저렇게 시음을
하는가? 우선 모든 와인은 우리의 혀에 닿을 때 그 무게감에 차이가 있다. 꿀을 한 스푼 넣은 물과 아무 것도 넣지 않은 물을 마셔보면 꿀을 넣은 물이 좀 더
묵직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우유도 일반 우유, 저지방 우유, 무지방 우유를 차례대로 마셔보면 갈수록 가벼운 느낌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와인도 이와 같은데, 와인에 이런 무게감을 주는 요소는 프랑스어로 ‘옹튀오지테(Onctuosité)’라는 것으로 알코올, 글리세롤, 그리고 잔류 당분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끈끈한 점도가 높을수록, 그리고 당도가 높을수록 묵직한,
이른바 풀바디(Full-Body)의 와인이 된다. 내가 마시는 와인은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지니고 있는지 한 번 느껴보자.
다음으로 와인을 입 전체로
맛을 보는 이유는 우리의 혀가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등 각각의 맛을 느끼는 부위가 다르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와인도 종류에 따라서는 앞에서 언급한 맛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데, 바로 삼킬 경우 혀에서 그 와인이 지니고 있는 맛을 충분히 감지하지 못하고 일부만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단맛을 느끼는 부위는 혀의 가장 앞쪽인데, 우아한 달콤함이 일품인 알자스의 스위트 와인을 소주 마시듯 입안 깊숙이 탁 털어 넣어
꿀꺽 마신다고 생각해보자. 그 와인값의 절반의 가치도 못 느꼈을지도 모른다.
물론 로버트 마골스키(Robert F. Margolskee) 교수와 같은 학자는 혀의 오돌토돌한 부분인 미뢰(맛봉오리)에서 모든 맛을 동시에 느낀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미뢰가 있는 곳이라면 혀와 입천장, 심지어 목젖 주변 등 어느 부위에서나 모든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과학자가 아닌 우리로서는 어느 쪽이 옳은지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후자가 옳다고 하더라도 100개의 미뢰에서 느끼는 것보다는 혀 전체의 5천여 개 이상의 미뢰가 느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니 입안 전체를 사용하는 방법은 유효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프랑스어로 ‘헤트로-올팍씨옹(Rétro-Olfaction)’ 이라고 부르는 방법으로, 와인을 입에 머금은 채로 “후루룩”하는 소리를 공기를 들이마시고 다시 코로 내뱉는
과정이 있다. 이렇게 하면 공기 중의 산소가 와인과 만나 와인의 알코올 성분을 활성화해서 더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향을 깨워준다. 결국, 이 과정은 입에서 이루어지지만, 다시 한 번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 미각의 90%가량을 후각이 결정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눈을 감고 코를 막은 상태에서 양파를 먹게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과로 착각한다지 않는가? 후각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평소에 술을 잘 안 마시거나 맥주와 같이 낮은 도수의 주류를 즐겨 마시는 사람의 경우에는 이 ‘Rétro-Olfaction’ 과정이 알코올의 싸한 느낌을 강조해서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공기를 너무 살살 들이마셔서 입속의 와인이 밖으로 나오거나, 오히려 너무 세게 들여 마셔서 사레가 들려 콜록거리는 민망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필수 과정은 아니니 각자의 취향에
맞게 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입속의 와인을
삼키고 입을 굳게 다문 채로 잠시 기다려보자.
무엇이 느껴지는가? 뜨거운 여름날 얼음을 잔뜩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보면, 설탕이나 시럽을 넣지 않았기에 분명히 쓴맛이긴 한데 끝 맛에서는 미묘한 단맛이 느껴지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모든 와인이 그렇지는 않지만,
처음 와인을 입에 넣었을 때와 와인을 삼키고
난 다음에 조금 다른 맛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는 바로 입을 열지
않고 끝까지 집중했을 때에 해당한다.
그리고 와인을 삼킨 후
바로 입을 열지 않는 더 큰 이유는 그 여운 때문이다. 와인은 삼키고 난 후에도 입안에
그 향이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잔향이 머무르는 시간은 와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입안에서 오랜 시간 동안 그윽하게 남는 여운은 그 와인의 완성도를 말해주는 척도로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인들은 ‘코달리(Caudalie)’
라고 여운의 길이를 측정하는 시간 단위가 따로
있을 정도로 여운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아름다운 빛깔과 풍성하고 복합적인 향과
맛을 지녔더라도 여운이 짧다면, 기분 좋은 꿈을 꾸다가 갑자기 놀라서 잠에서 깨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그런 여운을 제대로 느끼려면 잠시 침묵하자.
그런데 위의 방법은 모두
와인을 전문적으로 시음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주변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이 방법들을 권하지 않는다. 물론 다들 와인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보통의 자리라면 와인을 입 속에서 우물우물하는 모습이나 “후루룩”거리는 모습이 식욕을 돋우는
요소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여운을 느끼겠다고 옆 사람이 말을 거는데도 눈을 감은 채 대답
없이 10초 정도 입을 다물고 있다면, 앞으로 그 사람 옆에는 아무도 없을지도 모른다.
와인의 빛깔과 향과 맛을
모두 다 봤다면 이제는 그 와인에 대해 생각을 해 볼 시간이다. 먼저 객관적인 기준으로 접근해
보자. 우선 코에서는 아로마라고 불리는 포도 자체에서 오는 과일과 꽃, 풀 등의 신선한 향과 부케라고 불리는 양조 과정과 숙성 과정에서 오는 버터, 바닐라, 견과류, 나무 등의 복합적인 향이 풍성하게 풍겨져 오는지 생각해보자. 아로마가 너무 지배적이거나, 반대로 부케가 너무 지배적이어서는 훌륭한 와인이라고 하기 힘들다.
그리고 입에서는 이 와인이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지니고 있는지, 화이트 와인이라면 산도와 ‘옹튀오지테’의 두 가지 요소가, 레드 와인은 앞의 두 요소에 까끌까끌한 탄닌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운은 얼마나 지속되는지 확인해 보자. 신맛이 너무 도드라져서 공격적이거나, 산도는 약한데 ‘옹튀오지테’가 과해서 너무 기름지거나 달아도 곤란하다. 탄닌이 너무 떫은 것도 좋은
덕목은 아니다. 짧은 여운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와인은 어느 한
부분이 뛰어나다고 해서 훌륭하다고 할 수가 없다. 여러 요소가 전체적으로 뛰어나면서
각기 요소가 서로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특별히 매력적인 한 부분이 필요하다. 메이저리그의 추신수 선수가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타격만 잘해서가
아니다. 타격과 베이스 러닝, 송구를 비롯한 수비력, 그리고 전체적인 야구 센스가 높은 수준에서 고루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출루율이라는 특출난 분야가 있어서 가능했다. 그것은 비단 야구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훌륭한 와인의
빛깔, 향, 맛의 조화에 대한 기준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와인 전문가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부분이다. 당연히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동시에 내 취향은 어떠한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세계적인 와인 칼럼니스트 맷
크레이머(Matt Kramer)는 자신의 책 ‘Making Sense of Wine’에서 와인 애호가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애호가의 정의 가운데 가장 단순하면서도 훌륭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좋은 것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둘은 절대로 같은 의미가 아니다.”
우리가 걸작이라 부르는
미술 작품은 대부분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분명 시대의 걸작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게르니카’보다 무명작가의 풍경화를 거실에 걸어놓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아무리 걸작이라도 자신의 취향과는 안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는다고 걸작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명한 와인이 왜 걸작이라고 칭송받는지를 아는 객관적 지식과 유명한 와인이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이 선호하는 취향을 정확히 알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동시에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와인을 시음한다는 것은 좋은 와인과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준비가 된 것 같다. 그 끝이 없고 아름다운 과정을 시작해 보자. 프랑스 유로저널 박 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0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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