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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4.03.25 19:42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13: 와인 콩쿠르, 어떤 와인이 금메달을 받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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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13> 와인 콩쿠르, 어떤 와인이 금메달을 받는가?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80% 이상은 대형 슈퍼마켓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마트에서 와인을 사는 소비자들이 와인을 고를 때 참고하는 기준 중 하나가 콩쿠르의
메달 수상 여부다. 즉, 많은 사람들이 어떤 콩쿠르에서 금, 은, 동메달을 수상했다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 와인을 좀 더 신뢰한다는 것이다. 과연 메달 수상 여부는 그렇게 신뢰할만한 것인가? 그리고 그런 메달은 누가, 어떻게 선정하는 것인가?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 열린 프랑스 3대 와인 콩쿠르 중 하나인 ‘Concours des
Vignerons Indépendants’을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누가 와인을 심사하는가? 출품된 와인을 평가하는
테이블에는 한 명의 책임자와 3, 4명의 심사자가 자리한다. 책임자는 와인 전문가인 오놀로그(Oenologue)로 본 콩쿠르의 진행방식을 숙지하고 다른 심사자들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나머지 심사자는 와인 애호가와 관련 종사자가 섞여 있다. 필자가 자리한 테이블에 함께한 평가자는 다들 면모가 좋았다. 한 명은 파리에 있는 와인 바 운영자, 다른 한
명은 부르타뉴의 와인 가게 주인,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이탈리아
여성으로 아버지가 이탈리아에서 작은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었다.
신청자는 심사자가 되기 위해 등록을 하고 1회당 2시간씩, 총 3회에 걸쳐서 교육을 받는다. 교육은 와인교육 전문기관인 ‘‘Ecole du Vin de France’’에서 진행된다. 1회차에서는 본 콩쿠르의 진행 및
메달 수여 방식과 와인 시음 기초 교육을, 2회차에서는 와인 시음에
관련된 용어와 콩쿠르에서 사용할 시음 평가지 사용법, 그리고 각각의
와인을 비교하는 방법을, 3회차에서는 와인을 산지별, 성격별로 구분하여 시음한 후 평가하는 방법을 배운다. 아주 간단한 과정이다. 한국에서라면 빠르면 하루, 아주 넉넉하게 해도 3주면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이 과정이 1년 가까이 진행된다. 결국, 2014년 3월에 있을 콩쿠르를 위해서 2012년 12월부터 교육에 들어가는 것이다. 과연 프랑스다. 어쩌면 이렇게 느릴 수가 있는가? 모든 것이 느린 이 땅에 사는 교민들에게 존경과 격려를 보낸다.
이렇게 교육을 마친 신청자는
심사자로 등록한다. 콩쿠르는 금, 토에 걸쳐서 총 5회로 나눠서 진행되는데, 심사자는 자신이 참석이 가능한 시간대에 1회 또는 5회 모두를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심사를 희망하는 산지, 그리고 심사를 할 수 없는
종류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서 자신이 시음하기 꺼리는 산지가 있다면, 해당 지역은 표시하지 않으면 된다. 아무래도 자신이 싫어하거나 잘 모르는 산지의 와인을 심사하게 되면 효과적이지도 않고, 결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소테른(Sauternes) 지방과 같이 굉장히 달콤한 스타일의 와인이나 꼬냑(Cognac)이나 아르마냑(Armagnac) 지방처럼 알코올 도수가 40도에 이르는 강한 와인을 잘 못 마시는 경우에는 심사할 수 없는 목록에 표시하면 된다. 심사는 심각하지만 즐겁게 해야 하지, 억지로 해서는 서로에게 좋을
것이 없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등록을 마치면 확인서가 한 통 날아오는데, 이를 가지고 심사장으로 가면 된다. 상당히 길고 복잡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체계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와인을 어떻게 심사하는가? 각 회차별 테이블에는 Vignerons Indépendants 회원 생산자들의 와인이 에티켓이 가려진 채로 20여 병 정도 준비된다. 준비된 와인은 모두 같은 산지의, 같은 스타일의 와인이다. 필자의 경우 첫날에는 렁그독-루씨옹(Languedoc-Roussillon) 지역의 레드 와인을, 둘째 날에는 발레 뒤 론(Vallée
du Rhone) 지역의 로제 와인을 심사했었다. 마치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 선수와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 중 누가 더 잘하는지 평가하기 힘든 것처럼, 보르도(Bordeaux)의 레드 와인과 루아르(Loire) 지역의 화이트
와인 등 서로 상이한 스타일과 지역의 와인을 비교하는 것은 힘들기에 같은 지역에서 같은 스타일로 만든 와인만을 놓고 평가를 한다. 논리적이다.
테이블 책임자는 심사자에게
순서대로 와인을 따라주며 빈티지, 즉 그 와인이 몇 년도 산인지만 알려준 상태에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진행한다. 시각•후각•미각으로
구분된 15여 가지의 항목을 평가한
후, 총괄적인 점수를 20점 만점으로 부여한다.
총괄점수를 부여하기 전에 심사자는 해당 와인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이렇게 부여된 점수의 평균을 통해서 테이블 별로 금, 은,
동메달이 결정된다.
결국, 해당 테이블의 20병
정도의 와인이 메달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와인은 거의 해당 테이블에 앉은 심사자의 평가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심사자의 숫자가 너무 적어서 그 결과에 객관성을 부여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5천5백여 종이 넘는 와인을 모두 시음하고 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만큼 심사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다.
평가에 대해서 몇 가지 더 이야기해 보면 먼저, 총괄점수는 바로 평가지에 기재하지 않고 따로 종이에 써 놓았다가
중반 이후에 부여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기록 경쟁인 절대평가가 아니라, 등수 경쟁인 상대평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 마신 와인은
비교할 대상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처음 마신 와인이 굉장히 훌륭해서 20점
만점에 18점을 줬는데 그다음 마신
와인들이 대부분 그 수준이거나 더 좋아서 비슷한 점수를 준다면 변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피겨 스케이팅에서도 –
상위 랭커일수록 후반부 그룹에 배치되는 이유도 있지만 - 초반의 그룹은 점수가 박하고, 마지막 그룹은 점수가 후한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시음 후 각각의 와인에 대한 이미지와 장단점을
기록하고 가채점을 했다가 비교 대상이 충분히 생긴 중반 이후에 조정해서 최종적인 점수를 매기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시음을 하면 할수록 후각과 미각이 둔감해져 간다. 주량이 세고,
시음에 대한 훈련을 많이 한 사람은 덜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현상은 누구에게나
나타난다. 특히 초반에 바디감이 묵직하고, 향과 맛이 진하며,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을 마시게 되면, 뒤에 좀 더 부드럽고 섬세한 마실 때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그것은 마치 맛이 진하고 기름진 참치 초밥을 먼저 먹고 광어나 돔과
같은 흰살생선 초밥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 이를
너무 의식하는 것도 좋지는 않지만, 진한
와인을 마신 후에는 물이나 바게트로 입을 잘 행궈줄 필요가 있다.
각자의 최종 점수를 이야기해서 평균을 내는 작업을 하는 중에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필자를 포함한
3명의 남성에게 거의 최고점을 받았는데, 2명의 여성에게는 거의 최하점을 받으면서 메달 수상에 실패한 와인이
있었다.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와인은 콩쿠르에는 어려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메달을
받은 와인은 여러 사람이 두루두루 좋아할 만한 무난한 스타일, 나쁘게 이야기하면, 개성이
뚜렷하지 않은 스타일의 와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와인의 호불호에 대한 변인은 와인 마케팅의 연구 주제로 삼기에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처럼 콩쿠르에서 메달을
받은 와인이라고 해서 모두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성이 뚜렷한 독특한 스타일의 와인은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 정말 훌륭한 와인은
콩쿠르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기 때문에 굳이 나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마트에서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적절한 가격 중에 무난한 와인을 고르고 싶다면 콩쿠르의 메달은 나쁘지 않은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반 소비자를 교육해서 심사자로 선정한 목표가 이를 위한 것일 테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수결이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와인 콩쿠르의
심사위원이라고 하면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프랑스어와 와인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교육 과정이나 콩쿠르에서 한국인은 본 적이 없다. 용기를 갖고 한 번 시도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시음을 마치고 나오면 Vignerons Indépendants 소속 생산자의 와인을 기념품으로 준다.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Pourquoi pas ?
콩쿠르 심사자 신청 - http://www.vigneron-independant.com/concours/index.php 프랑스 유로저널 박 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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