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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4.04.08 02:18
<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14> 봄이 오는 빛깔, 로제 와인 - 김성중 소믈리에의 십시일반 3월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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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프랑스 와인 기행 14> 봄이 오는 빛깔, 로제 와인 - 김성중 소믈리에의 십시일반 3월 모임
드디어 봄이 왔다. 봄이 오면 좋은 것이 너무나
많지만 와인과 관련해서는 야외로 나들이가서 시원한 로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것도 있다. 십시일반에서 3월의 테마로 로제 와인을 선택한 것도
봄에 잘 어울리는 로제 와인을 준비했으니 소풍 가듯이 편안히 와서 즐기라는 의미로 생각된다. 그럼 소풍을 떠나보자.
출처 : linternaute.com
우선 로제 와인(Vin Rosé)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정말 단순한 것 같지만 정말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다. 수많은 와인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동안 토론을 했지만, 아직 충분한 정의를 못 내렸다고 한다.
깊이 들어가면 그렇다. 하지만
단순하고 일반적인 정의는 매우 쉽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중간 정도인, ‘분홍빛’을 띠는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로제 와인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우선 와인은
현재까지로는 기원전 7000년 전, 지금의 이란, 터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은 이집트 시대인데, 그 당시에는 와인 양조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지금과 같이 진한 레드 와인은 없었고, 화이트 와인이나 로제 와인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결국, 로제 와인은 인류가 와인을 만들어 마시기 시작한 순간부터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김성중 소믈리에는 로제 와인의 탄생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아주 흥미로웠다. 로제 와인이 가장 먼저 생겨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의 프로방스(Provence) 지역에서는 바닷가답게 생선과 해산물을 재료로 한 음식이 풍성했다. 그래서 생선류와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 청포도 품종을 재배했다. 하지만 껍질이 얇아서 프랑스 남부의 강한 햇살과 자갈로 된 바닥의 복사열을 견디지
못하고 말라 죽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껍질이 두꺼워 열에
잘 견디는 검은 포도 품종을 심어서 레드 와인을 만들었지만, 맛이
진한 프로방스의 레드와인은 생선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검은 포도를 사용하되,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양조방식(직접 압착법)으로 만든 획기적인 발명품(?)이 바로 로제 와인이라는 것이다. 검은 포도에 압력을
가해 포도즙을 짜내다 보니 포도 껍질 속의 안토시아닌(Anthocyanin)계의 색소 성분이 조금 추출되어 약간은 붉은빛을 띠지만 성격은
거의 화이트 와인과 같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 보니 생선류의 음식과
잘 어울리는데, 그중에서도 마르세유(Marseille) 지방의 특산요리이자, 세계 3대 수프
중 하나로 유명한 부야베스(Bouillabaisse)와 찰떡궁합을 이루었고, 그 이후로 주로 로제
와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지방의 음식과 치즈, 그리고 와인은 서로 잘
어울린다고 한다. 왜냐하면, 수백 년, 수천 년의 시간 동안
그 지방의 사람들이 먹어봤던 조합 중에서 서로 잘 어울리는 것들만 지금까지 전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의
최고봉을 음식문화라고 이야기하는 것에는 그 속에 그 지방의 기후, 풍토, 사람들의 성향, 그리고 역사적 사건 등
그들의 삶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의 설명과 함께 우리는 ‘Coteaux d`Aix en Provence’ 지역의 ‘Chateau Bas’의 ‘L`Alvernègue’를 맛보았다. 산딸기와
같은 붉은 과일의 향, 혀에 가볍게 닿는 부드러운 질감, 그리고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산뜻한 산도가 잘 어우러진 클래식한 프로방스 지방의
로제 와인이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음식 및 와인 평론매체인 ‘Gault
& Millau’에서는 “화창한 날에 안성맞춤인 와인”이라고 이야기했다. 마셔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프랑스 남쪽 끝 프로방스에서 시작한 로제 와인의 여행은 조금 위인 론 계곡(Valée du Rhône)에 들렀다. 현재 론 지방은 타벨(Tavel)을 필두로 한 좀 더 진하고 묵직한 최정상의 로제 와인을 생산해내는 산지라고 할 수 있다. 모임에 준비된
론 지방의 로제 와인은 ‘Le Clos
des Grillons’의 ‘Mélissa’였다. 이 와인을
만든 Nicolas Renaud라는 사람은 전직 역사 교수 출신으로, 예전에 아버지의 친구가 만든 와인을 마셔본 기억이 그를 와인의 세계로 안내했고, 지금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생산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고 한다. 그 아버지의 친구가 바로 샤토뇌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의 천재 양조가 앙리 보노(Henri
Bonneau)였다고 한다. 역시 만남은 사람의 인생을
뒤바꿔 놓는 힘이 있다.
로제 와인의 기원인 프로방스에서 시작해서 로제 와인의 한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론 계곡을 지나 이제는 그 종착점으로 달려가고자 한다. 그곳은 다름 아닌 샹파뉴(Champagne)이다. 와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은 로제 와인의 일반적인 정의, 그리고 그 색깔로 인해서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섞어서(Assemblage) 로제 와인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일반적으로는 그런 섞는 방식으로는 로제 와인을 만들 수 없다.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샹파뉴에서는 가능하다. 샹파뉴는 특별하니까.
샹파뉴는 와인 중에서도 항상 특별한 지위를 누려왔다. 최고의 자리에
언제나 빠지지 않는 것이 샹파뉴였다. 그런 샹파뉴 중에서도 더 특별한 것이 바로 로제 샹파뉴라고 한다. 고급스러운
자리를 더욱 고급스럽게,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욱 로맨틱하게 만들어 주는데 이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존재가 뭐가 있을까?
이번에 소개된 로제 샹파뉴는 ‘Domaine Jeauneaux Robin’의 ‘Brut Rosé’였다. 이 생산자는 샹파뉴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는 포도품종 중에서 피노 뮈니에(Pinot Meunier)를 가장 잘 다루는
장인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이 샹파뉴도 피노 뮈니에를 주로 사용해서
만들었는데, 딸기 계열의 과일 향이 상큼하며, 기포는 힘차면서도 섬세해서 과일류의 디저트와 함께하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줄 것이다. 하지만 입에 닿는 느낌은 다소 묵직하고
구조감이 있어서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로 만든 본식과 함께해도 좋을 것이로 생각한다. 이번 모임에서는 와인 강의 및 시음 외에도 다채로운 순서가 있었다. 우선 당시 시음회가 진행된 Galerie89에 작품을 전시 중이었던 작가 Solano Cardenas - 참고로 그의 아버지는 올림픽 조각공원에도 작품이 전시된 Augustin
Cardenas이다 – 가 직접 참석해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해 주었다. 물론 그도 그날 준비된 로제 와인을 아주 좋아했다.
* 전시 중인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Solano Cardenas 그리고 십시일반에 참석하는 성악가 김선형, 윤대형, 기타리스트 이현주 님이 봄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었다. 이번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와인뿐만
아니라 음악과 미술,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성큼 다가온 봄을 느낄 수 있어서 즐거워했던 것 같다. 아마도 이런 부분이 자신을 ‘와인 큐레이터’로 소개하는 진행자가 추구하는 바가 아닌가 생각한다.
* 봄에 어울리는 아리아를 들려준 성악가 김선형, 기타리스트 이현주 언제 왔었나 싶다가 어느새 지나가 버리는 것이 봄이라고 한다. 시원한 로제
와인 한 병 들고 공원으로 나가보자.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 푸른 잔디밭에 둘러앉아
평온하게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그리고 한 잔의 로제 와인. 이 소소한 것들이 한국에
있는 수많은 사람이 꿈꾸고 부러워하는 장면이자, 프랑스에서의 팍팍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이들이 가진 큰 특권 중 하나일 것이다. 이번 주말
그 특권을 누려보자.
십시일반 관련 문의 프랑스 유로저널 박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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