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
우리는 태어나서 많은 만남을 가집니다.
우선 자신을 만나고 가족을 만나고 그리고 또 나의 가족을 이룰 상대를 만나게 됩니다.
그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우리 주변에서 우연을 가장한 많은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나의 삶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만남도 있습니다.
그것은 좋은 만남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그것을 어떻게 승화를 시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도 부부관계에 대해서 언급을 해보려 합니다.
틀림없이 아군이라고 생각하고 가족까지 이루었을 터인데
보통은 적수로 변해버리는 탓에 콩깍지 타령도 하게 되지요.
명상을 통해서 이 모든 만남은 바로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식의 모난 면도 예쁘게 봐 주실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눈을 감아 버릴 수도 있지만 부부라는 관계는 다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라고 합니다.
나에게 없는 기운이 상대방에게 있을 때 우리는 서로 끌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내성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을 만나면 끌릴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모자라는 부분을
상대방을 통해 찾으려 하고 만족하려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람에게서 찾는 것은 한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타인에게 눈을 돌리며 다른 이를 찾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의 많은 불완전한 면을 완벽하게 채워줄
완벽한 이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부는 꼭 이래야 되고 저래야 되고 해서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서로 맞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고
또 우리 사회가 너무 개인적인 것에까지 참견을 하는 경향이 있어서
남까지 끌고 들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그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같이 살아가면서 부부 서로간에 하는 잔소리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어떤 불완전한 면을 지적해서
고쳐주려 하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로 게으른 사람에게는 끊임없이 채찍질을 해서 고치려 하는 것이지요.
당하는 이는 괴롭습니다.
이것을 지적 받기 위해서 가족을 이루었다기 보다는
사랑하고 싶고 편안하고 싶고 만족하고 싶어서
가족을 이루었을 가능성이 훨씬 높으니까요.
허나 사실은 감사해야 할 대상입니다.
나의 모난 점을 지적해주는 감사한 사람인 것이지요.
그리고 지적을 하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대충 얼버무리고 칭찬을 하면서 좋은 소리 듣는 것이 더 쉽지요.
요즘은 부부의 정형이 바뀌고 있습니다.
하나의 정형이 있어서 꼭 이래야만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다른 유형의 부부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화가 앞서 가는 곳에서는 말이죠.
최근에는 인연이 있으면 가족을 꼭 이루어야 한다는 편견보다는
좋은 친구로서 서로 도움을 주면서 같이 가는 경향도 많습니다.
요즘의 젊은이들에게서 부모의 세대보다
영성 면에서는 오히려 더 뛰어남을 봅니다.
그리고 가족을 이루어 본인이 선택한 가족에 대해서
인내와 사랑을 가지고 끝없는 책임을 지려는 사람에게서
우리는 우직한 신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이 옳다는 답은 없습니다.
혼자 가는 길이 아닌 같이 가는 길을 선택한 분들은
그에 걸맞은 어려움과 또한 즐거움이 있겠지요.
단지 혼자 가는 사람은 스스로의 격을 올려놓으면 되지만
같이 가는 사람은 하나가 되지 않으면 모두의 격이 떨어질 수가 있지요.
같이 상승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길이랍니다.
Grinee, Lee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현재 호주 시드니 거주
grinee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