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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육신과 영혼이 가자는 대로 가세요


"늘, 육신과 영혼이 가자는 대로 가세요. 일단 그런 느낌이 생기면 그 느낌에 머무는 겁니다. 그러면 누구도 우리 삶을 방해하지 못합니다",신화종교학의 거장 조셉 캠벨(Joseph Campbell,1904-1987)의 말이다. 


조셉캠벨 copy.jpg


이 말을 전적으로 따른 사람이 바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대형전시회의 주인공 마크 로스코(1903~1970)다.

"약 45억 원의 예산, 보험평가액만 2조 5천억 원 규모에 달하는 대형 전시회가 한국에 온다", 광고의 문구대로 굉장한 규모의 전시다.


마크로스코 copy.jpg


오는 3월23일부터 열리는 이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마크 로스코' 전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이2014년 세월호 참사이후, 엄청난 공감대를 형성했던 <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보여지듯, 지쳐있는 한국민들을 위로하고 치유한다는 목적으로 꺼내든 회심의 카드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는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 패션디자이너 손정완, 코바나컨텐츠 부사장 김범수 전 SBS 아나운서 등도 로스코의 그림과 정신세계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하며, 유명인들의 유명세도 함께 동원한다. 


하지만, 정작 전시회의 주인공인 마크 로스코는 "관람자와 내 작품 사이에는 아무것도 놓여서는 안 된다. 작품에 어떠한 설명을 달아서도 안 된다. 그것이야 말로 관객의 정신을 마비시킬 뿐이다" 라고 하면서 절대적 "침묵"을 요구했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내가 그 작품을 그릴 때 느꼈던 종교적인 경험과 동일한 체험"을 하기를 바랬다. 실제로 그의 그림을 본 많은 관객들은 정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를 체험한 듯 자신도 모르게 숭고해지고 경건해지며 심지어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세상을 이루는 단순한 형태와 색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마침내 스스로 숨을 쉴 수 있게 만든 미국 추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마크 로스코, 그는 '추상표현주의'의  '액션페인팅' 의 잭슨 폴락과 함께 '색면추상(color-field)'이라는 흐름을 이끈 대표적 인물이다. 


말그대로 그는 미국 미술사의 아주 중요한 화가다. 그러나 어떤 화려한 수식어나 개념으로는 그를 설명하고 이해할 수 없다. 그는 스스로도 "나는 추상주의에 속하는 화가가 아니다. 나는 색채나 형태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비극, 아이러니, 관능성, 운명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고 하면서 자신이 어떤 틀에 한정되기를 거부했었다.  


젊은 시절부터 드라마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로스코는 신화와 심리 분석에 관련된 책들을 탐독하며, 렘브란트의 그림, 모짜르트의 음악, 니체의 철학 등 다양한 예술에 심취했었다. "화가의 작업은  명확성을 향해, 즉 화가와 개념 사이, 개념과 관람자 사이의 모든 장애물의 제거를 위해 발전할 것이다" 라고 말하며 '기억, 역사, 기하학'을 '장애물'로서 인식하고 '있는 그대로의' 개념을 전달하고자 노력하였다.  


1940년대 로스코는 더욱 적극적으로그리스, 로마 신화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면으로 분할된 영역 속에서 반복되는 형태와 심하게 분절된 인간 형상을 특징으로 하는 '무제' 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서 상징성을 띠고, '근원' , '물속 드라마' 처럼 신체적 변형 등을 표현하며 더욱 추상화에 접근한다. 


1947년 모든 구상적 이미지는 다 사라지고 "다층 형상"이라 불리는 색면의 비객관적 구도인 '작품 9번' 을 완성한다. 그리고 마침내 다양한 방향과 모양의 캔버스 위에 창조된 형태, 절제된 색조 범위, 극도로 복잡한 색면 등 로스코 양식의 틀을 형성한다. 


정신분석학자 칼융의 '자기 발견의 과정' 과 같은 일련의 탐색 과정을 통해, 로스코는 자신의 그림 앞에서 사람들이 내면 깊은 곳, 즉 자신의 무의식을 경험하고 만나는 기를 바랬다. 삶과 죽음, 비극과 아름다움을 색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시각 언어로 표현한 로스코는 캠벨이 말하는 '주저하지 않고 모험을 떠난 자신의 신화 속 영웅' 인 것이다.


캠벨은 우리 모두에게 자기 내부에 있는 영웅을 발견하고 끄집어 내는 영웅으로서의 삶을 살라고 강조하면서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고 했다.영웅은 시련과 좌절을 겪지만 자기 안의 진리를 발견하고 임무를 완수해 집단에 이익을 줄 수 있는 힘을 얻어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즉, 우리 자신을 구하면 세상도 구원된다고 믿으며 자기 삶을 자기보다 큰 것에 바친다고 조셉 캠벨은 <신화의 힘(2007)>에서 말했다.  


영웅의 길을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물은 오로지 우리의 내면, 심연에 존재하고 있는 두려움과 욕망이라 말한다. "아니, 내가 그걸 어떻게 할 수 있어?"라는 생각, 이 두려움을 극복해야 비로소 업적을 성취할 수 있다. 영혼의 성장에 따른 고통은 자기 한계의 지평을 넘고 드넓은 자각의 영역으로 건너가는 고통이다. 모두가 살면서도 고통을 당한다. 신화는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그 고통을 직면하고, 이겨내고, 다른 것으로 변용시킬 수 있는가를 영웅을 통해 가르쳐 준다.


영웅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극복의 기술을 완성해야 하며, 가슴 뛰지만 두려운 모험의 열쇠를 가진 사람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 삶의 모험, 즉 영웅의 모험, 살아 있음의 모험을 진심으로 반길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니체는 삶의 이유를 가진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고 했다. 


신화와 철학 등 다양한 학문에 심취했던 로스코는 자신의 삶에서 영웅이 되어, 칼융의 집단 무의식을 우리에게도 일깨우고 싶었던 것이다. 영웅은 스스로 운명의 때가 되면 일어난다는 캠벨의 말처럼, 로스코는 우리 속의 우리의 영웅이 깨어나길 바랬다. 


캠벨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을 버려야 희열이 온다" 고 했다. 즉, 나의 삶의 주인공은 '나' 이며, 진정한 나의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나의 '내면의 소리' 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로스코도 가슴의 목소리를 듣고 인정하고 따르라고 말한다. 특히, 자신이 죽기전에 그린 어두운 색채들의 작품 속에서, 처연한 죽음의 심연, 차가운 블랙의 두려움을 통해, 내면의 부름을 거부할 경우, 일종의 말라붙음, 즉 삶의 감각이 상실되는 현상에서 느껴지는 감정들마저 보여주었다. 내면의 목소리를 천복(天福. 산스크리트어로 Anand, 영어로 Bliss)이라고 말하는 캠벨은 "천복을 따르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설령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문은 열릴 것이다" 고 했다.


캠벨이 <신화의 힘>을 통해서, 로스코가 그의 작품들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 노크를 하고 있다. 

"세상이 뭐라고 하든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그 일을 붙잡고 살아라, 행복하겠다 싶으면 그 길로 나아가라, 이 신념을 고수한다면 무엇인가가 일어날 것이다, 설령 돈, 직업을 얻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삶을 얻기는 할 것이며, 매우 흥미로운 삶이 될 것이다" 라고.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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