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의 예술칼럼 (24)
모든 답은 나에게 있다
우주의 신비스러운 떨림에 도전하는 예술가전 2/2 안토니 곰리
전호에 이어서 계속…
한편, 고대에는 종교적인 관습과 대상으로 몸을 표현했다.
특히 이집트는 영혼의 영원성을 위해파라오와 같은 왕족과 귀족의 절대 권력을 위해 대상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의 인체조각 인류의 문화 예술사에서도 역시 몸이 가장 중요한 소재와 주제였다. 약 1000년 동안 지속된 서구 기독교 미술에서 몸의 조각은 로마네스크나 고딕의 성당과 같은 건축물의 부속물이었고 기독교 교리를 전파하는 장식조각이 대부분이었다.
15세기 르네상스의 시작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나, 인체의 몸은 좀 더 해부학적이며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이런 노력과 추구는 바로크와 로코코 조각에서 폭 넓게 응용되었다.
특히 18세기 신고전주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신화세계와 현실세계를 결합시켜 인간의 표현을 폭넓게 해석하고자 그리스의 고전적인 몸의 형식과 조각 양식을 또 다시 구축하기도 했다.
이후, 영국의 산업혁명이 기계 미학과 레디메이드를, 세계 대전이 다다 운동을 일으키면서, 오브제 예술이 예술을 주도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20세기 기하형태와 추상미술이 등장하면서 예술은 모든 지적인 자유를 획득했고,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에 따른 정치참여예술을 통해 반항과 희망, 비판과 선전 등 사회활동에도 가담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예술가들은 인체형상을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하면서 기계적 매체를 통해 현실에 직면한 인간의 모습을 탐색하고 왜곡하기 시작했다. 미래주의와 구성주의를 거치면서 사실적인 표현방식은 그대로 지속되었지만 나아가 몸의 재현에 국한되지 않고 내면의 표현을 중요시하여 몸의 형식을 변화시키는 표현주의 방식이 나타났다.
인간 내면의 존재를 드러냈던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의 몸의 표현은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는 예다. 이렇듯 20세기 몸의 표현은 끊임없는 실험을 거쳐 관념적 신체로부터 벗어나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까지 폭 넓게 인식되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광장>, 1948-1949
헨리 무어(Henry Moore 1898∼1986)와 같은 영국 조각가는 유기적인 형식을 고수하면서 인간과자연의 절묘한 조화를 표현하고자 했지만, 1960년대 이후 팝아트 미술의 영향아래, 대중문화가 확산되고 다양하게 전개되면서 몸의 표현방식도 형식과 소재면에서 다양한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또한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생겨난 새로운 경향의 하이퍼리얼리즘 Hyperrealism (극사실주의)을 비롯해 수퍼 리얼리즘 Super Realism, 포토 리얼리즘 Photo Realism, 뉴리얼리즘 New Realism등의 사실주의가 나타나면서 현대인의 일상과 동시대 대중문화를 재현하면서도 진부한 삶과 그 속에서 파생되는 행복, 불행, 불안 등 실존주의를 바탕으로 한 휴머니티를 재현했다.
1960년대 이후 탈구조주의 사회에 이르러 인간의 정체성을 묻는 몸의 표현부터, 1980년대 다양한 특성과 인간의 무의식, 그리고 일상성의 환기에 이르기까지 표현방식이 극대화되었다.
20세기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몸의 표현은 인문학적, 철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인간의 지능과 정서, 인류의 정신적 가치와 이데올로기, 특히 도덕적 윤리적 신념까지 표현해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속에 곰리는 말한다. "나는 당당하게 주체를 강조하던 인체조각의 암묵적 전통을 뒤집고 있다 생각한다. 그러한 미적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까지의 미술에서 추구하던 나와 타인의 관계를 다르게 인식한다."
안토니 곰리 (Antony Gormley ,1950-)
그의 작품은 생물학적 개체로써 혹은 해부학적, 초현실적 관점에서 에너지 넘치는 인간의 몸, 그리고 몸을 통한 인간의 고독감과 두려움을 암시하면서,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에너지에 대해 반응한다. 21세기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담아내며, 궁극적으로는 심연의 바닥에서 들려오는 인간의 내면의 소리, 즉 무의식의 소리를 듣게 한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것은 요청해서 된것이 아니다. '던져진 존재(thrown being) ' 로서의 나인 셈이다. 이것을 깊이 새기면 그러한 존재가 갖는 남과의 관계 또한 말이나 의식을 넘어 신체적이고 보다 본질적인 관계라는 것을 이해 할수 있다. 앞으로 미술은 이러한 소통의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다룰 것이다…서구의 이성과 논리의 발달로 치달은 문명과 그 현대미술은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 정신성과 내적 체험은 새 시대를 맞는 미술의 중요한 내용이 될것이다. 그 단초를 나는 동양의 명상에서 찾고있다."
2013년 1월 24일 서울리안갤러리오픈전시회 때 선보인 서울종로한복판 곰리조각상
서양적인 조각을 위해 동양화 붓을 사용하는 곰리, 자신의 작업에서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녹아내려는 그는 "나에게 동양은 사고의 근본이고 내면이다….최근에는 삶의 일상적 안주에서 벗어나 의식적으로 명상의 경지로 들어가게 하는 설치를 적극적으로 도모하고있다. 그러한 것이 현대미술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의 개인전 '눈먼 빛(Blind Light)' 을 통해 20만명이 넘는 갤러리 역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했던 그의 우주의 신비스러운 떨림에 대한 다음 단계의 도전이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2007년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눈 먼 빛' 전시 설치전경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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