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실크로드에 대한 야심
최근 칼럼에서 중국기업들의 EU진출 현황과 배경을 살펴 보았다. 이번 편에서는 그 연장선으로 중국이 생각하고 있는 실크로드에 대한 야심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보기로 한다.
"One Belt One Road" – 21세기 실크로드
2013년 가을, 중국 시진핑 대통령이 One Belt One Road ("OBOR") 의 개념을 정의하고 2015년 3월에는 실천 계획을 선포했다.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자마자 내세운 포부 중 하나이다. 이 개발 정책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앙 아시아를 통해 유럽과 연결 및 한 개의 경제블록으로 통합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즉, 예전의 실크로드의 육상 및 해양경로를 다시 활성화하려는 셈이다. 그 지역을 보면 60개 이상 국가를 포함하고 있고 지역간 무역, 투자 및 인프라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OBOR는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는Silk Road Economic Belt (중국-중앙 아시아-유럽 연결) 이며 둘째는21st Century Maritime Silk Road로 중국-동남아시아- 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는 21세기 실크로드 이다. 관련되는 주요 인프라 산업으로는 철도, 도로, 통신 및 에너지 등이 예상이 된다.
투자의 자금원천으로는 지역개발은행으로부터 미화 1400억불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이 중 신설 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과 Silk Road Fund의 역할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생각하고 있는 실크로드
세계무대에 등장하는 AIIB
중국 정부는 2013년에 국제개발기구인AIIB 창립하겠다고 선언했다. World Bank (세계은행) 및 IMF에게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및 신흥경제에게도 더 큰 지분과 역할을 당부했으나 미국 및 영국/프랑스 등 G7 국가들의 호응을 받지 못 하자 자체적으로 국제금융 질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 야심적인 선언이다. 처음부터 회원국이 되겠다고 한 국가들은 인도, 러시아 등이었으나 미국은 AIIB가 적절한 지배구조 (corporate governance) 및 투명성을 가져야 된다고 강조했고 우방국인 서방국가들 그리고 일본, 한국, 호주 등에게 가입하지 않을 것을 당부하며 압력을 가했다. 그러나 2달 전에 미국의 가장 전략적 동맹국가인 영국이 가입의사를 표명했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지배구조, 투명성 등 향상을 위해서 주주로서 활약을 하겠다는 것이다. 발표를 들은 독일, 프랑스, 이태리 등도 가입하겠다고 나섰고 한국과 호주도 뒤늦게 가입 신청을 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영국의 경우 재무장관인 George Osborne이 외무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국총리에게 G7 국가 중 먼저 신청함으로써 중국과의 교섭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해 국익을 최대화 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영국이 대영제국일 수 있었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6월말 57개의 국가가 서명식을 갖고 창립 멤버가 되겠다고 했다. 주주 분포는 중국 30%, 인도 8.5%, 러시아 6.7%, 독일 4.6% 그리고 한국은 다섯 번째로 많은 3.8%가 예상된다. 예상 자본은 미화 1000억불이다 (상당히 큰 규모 같지만 중국이 외화 준비금으로 갖고 있는 미화 4조불에 비하면 미비하다). 이렇게 해서 당초 세우기 힘들다고 했던 반신과 달리 중국은 세계은행과 맞먹을 수 있을 만한 규모의 국제기구/국제은행을 설립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입한 서방국가들을 보면 세계가 미국의 독대 무대인Pax Americana의 시대에서 힘의 축이 서서히 동양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AIIB 정관 서명식 (6.29.2015)
<출처: Reuters>
정리하면 미국은 세계은행, 일본은 ADB (아시아 개발은행) 에서 각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주도의 AIIB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국제금융에서도 무대를 갖게 되는 것이다.
AIIB 등극에 따른 쟁점들
그럼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첫째, 중국의 지정학적 및 경제적인 슈퍼파워로서의 등극은 기정사실이다. 몇 년 전 만에도 중국의 경제 성장이 지속 가능할 건지에 대한 의문과 소수 민족으로 인한 사회 붕괴 등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영국 및 대부분의 G7국가들이 미국의 불참 압박에도 불구하고 AIIB에 가입했다는 것이 세계질서의 새로운 서막을 알리고 있다. 둘째는 이 실크로드에 있거나 인접한 국가들이 중국의 이러한 등극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관점 또한 중요하다. 중국은 2003년부터 "평화스러운 성장" (Peaceful Rise) 를 줄곧 강조하며 미국과 이웃 국가들을 안심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남중국해 (South China Sea)에 있는 Spratly 섬들의 영역 소유권 등에 대한 중국과 주변 국가들 (베트남, 필리핀, 말레시아 등)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과연 주변국가들과 평화스러운 공조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들은 계속 주목할 것이다. 이란, 터키, 러시아 등은 예전부터 실크로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했기 때문에 그 귀추가 또한 주목된다.
셋째, 실크로드 국가들 중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인프라 구축으로 인해 수혜자와 피해자가 있을 수 있으며 미래를 잘 예상하고 산업과 인프라 개발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철도 항만 건축으로 인해 해당 국가의 경쟁력이 좋아질 수는 있으나 자원 (원유 또는 미네랄 등) 개발로 인한 사회 및 산업 공동화를 초래할 수 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실크로드에 대한 야심은 확실히 있으나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의 외화 준비금 대비 작기 때문에 과연 얼마만큼 GDP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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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CSFB,Rothschild, Lehman Brothers에서 10년 이상 서울,뉴욕,홍콩에서 investment banking 근무
현재는 런던 소재 국제금융기구인 유럽개발부흥은행(EBRD)에서 30개 이상 국가에 있는 금융기관에 투자 업무 담당.
터키와 러시아 회사 사외이사도 겸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일본 게이오대 MBA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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