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새로운 가격론과 가치론 2
감정적 가치의 한계와 가능성,한국미술의 미래
최근 한국인이 30만에서 40만 유로로 예상되었던 나폴레옹의 모자를 26억이나 들여 사들였다. 과연 이 가격은 정당한 것인가? 혹시 거액의 외화를 낭비한 것은 아닌가? 뿐만 아니라 2012년에 전 영국수상의 옷을 경매를 통하여 한 한국인이 사들였다.
이 모자를 사들인 00씨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평소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1세의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을 높이 사왔으며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의미에서 마침 경매로 나온 모자를 구매하게 됐다” 그러나 왠지 설득력이 약하고 그의 가치판단 기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든다. 한국인이 한 벌을 적지 않게 사들인 마가렛 대처 수상의 옷도 정작 그녀가 수상으로 재직했던 모국 뮤지엄 V/A는 전부를 기증하겠다는 것을 거절했다. 거절한 이유는 뮤지엄에 전시할 미적(미학적)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것이 바로 한국인들이 사들인 마가렛 대처의 옷과 나폴레옹의 모자는 무슨 가치가 있어서 그것을 사들였는가 하는 문제이다.
나폴레옹의 모자는 프랑스인들에게 역사적(사료적) 가치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한 향수적 가치, 또 하나의 그 시대를 엿보는 사회적 가치와 패션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한국인에겐 그를 추억할 만한 향수적 가치도 없고 상관없는 지역과 시대의 인물로 역사나 사료적 가치도 없다. 또 마가렛 대처의상이 지니고 있는 정도의 미적 가치도 없다. 도대체 26억을 지불한 가치, 영국인 수상의 옷을 구입한 판단가치를 결정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이 글에서는 작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4가지의 가치(요소)들과 20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감정적 가치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1. 그림 값을 결정하는 4가지 기본 요소
1) 미술사적 가치 (Historical Value)
작품의 미술사적인 위치는 최근 들어 더욱 중요하게 평가되고 서구의 미술 시장에선 근대와 현대의 작가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르셀 뒤샹이 전시장에서 쓰레기로 처리되어 이미 없어진 자기 작품인 변기를 다시 고 물상을 뒤져 8개나 만든 것은 최소한 8개의 작품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세계 주요 국가의 주요 도시의 대형 갤러리에 서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양이기 때문이다. 고흐가 해바라기를 8점을 그리고 이 해 바라기가 8개의 미술관과 소장가들에게 분산되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젠 미술사에 편입된 주요 작가들은 미술사적인 의미를 지니는 작품은 단 1개가 아니라 최소한 100여 점을 만들어야만 세계 주요 국가의 주요 미술관에서 단 한 점씩 소장할 수 있기 때문에 ‘미술사적 위치’는 더욱 가격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20세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미술관의 수요 만으로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 들의 수요는 최소한 수백 점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일반 소장자가 그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선 작가는 수 천 점을 제작하여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미술사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의 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은 대부분 미술사에 이미 편입된 작가 만조니의 똥 통조림, 앤디 워홀의 우유곽 상자와 스프 캔을 스크린으로 복제한 그림이 비싼 값으로 팔리는 것은 미적 가치(Aesthetic Value)보다 바로 미술사적 가치(Historical Value)를 중요하게 여긴 까닭이다.
미술사적인 가치도 국내용인가 세계용인가에 따라 그 가격과 위상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영국 미술사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조수아 레이놀즈(Joshua Reynolds)는 국과 연방 권에서 비교적 비싼 값으로 안정되게 거래가 되고 있다. 그는 초대 국의 로얄 미술 아카데미 원장으로 영국 미술에 상당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영국 문화권 밖을 넘어선 그의 작품은 거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당연 거래도 뜸할 수 밖에 없다.
2) 미적 가치 (Aesthetic Value)
둘째의 가이드 라인인 작품의 질이나 상태는 ‘미적 가치(Aesthetic Value)’이다. 이 미적 가치의 기준은 사실상 난해하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역적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기준이 각 문화권 마다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싼 값으로 팔리는 작품들은 더욱 일반적 보편과 ‘미술사적 가치(Historical Value)’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미술 시장에서 인기가 있고 갈수록 가격이 상 승하는 까닭은 바로 ‘일반적 보편성 미적 가치(Aesthetic Value)’와 ‘세계 미술사적 가치 (Historical Value)’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의 일반적 보편 가치를 획득한 작품은 지역성을 넘어 세계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으나 그것을 담고 있지 못한 작품은 지역성의 한계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여기서 보편성과 일반성이란 문제가 다시 제기 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샤갈은 러시아 유태인의 지역적인 한계적이고 개별적이며 고유적인 주제를 수용하고 표현했지만 ‘일반적 보편성 미적 가치(Aesthetic Value)’를 획득해 누구에게나 공감을 주는 세계적인 작품으로 환원되었다.
셋째 이미 거래된 가격은 현재의 가격의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이 가격은 작가와 상업화랑, 작가와 소장가가 직접 거래해 내부적으로 형성된 가격이 아니라 경매와 일반적으로 공인된 미술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다.
넷째 이미 제시한 세 가지의 가격으로 산정한 후에 마지막으로 ‘작가나 작품의 인기나 호응 공감의 정도 등’을 덫 붙여 최종으로 가이드 라인의 가격을 결정한다. 이 인기나 공감 도는 지역에 따라 시대 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다소 다르게 매겨지기도 한다.
2. 20세기에 새롭게 부상한 감정적 가치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를 140억에 사들인 가치는 과연 정당한 값인가? 미술의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는 5가지의 가치 중 이 상어가 지닌 가치는 사회적 가치 밖에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삿치가 만들어낸 센세이셔널리즘에 기대고 있는 상어는 아직도 미학적 가치를 의심 받으며 미술사적 가치는 더욱 검증되지 않고 불확실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미술품 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되고 있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화백의 그림 값은 어떠한 가치에 기대고 있는 것이고 이에 따른 가능성과 한계점은 무엇인가?
1) 감정적 가치의 정의와 내용
<감정적 가치(emotional Value)>란 가장 기본적인 미의식으로 대중적 접근과 일반성 혹은 보편성으로 개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미의식이다. 고미술 상가에서 <향수적 가치(Sentimental Value)>를 자극하며 고가의 엔틱이 거래되는 현상도 바로 감성적 가치로 설명 될 수 있다. 우리가 유사성과 친근감에 대하여 닮은 것, 익숙한 것에 친근감을 느끼며 근사하다라고 말하는데 있어 <근사하다>라는 표현 뒤에는 <멋지다>의 의미와 <비슷하다>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인간이 익숙하고 비슷한 것에 친근감을 느끼는 심리가 반영이 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김환기, 도상봉, 박수근, 이중섭 등 한국의 고가가격, 대표적 작품이 대부분 이 가치관에 기대고 있다. 박완서의 소설에 등장하는 박수근과 이중섭은 독자들로 하여금 친근감을 형성하게 하고 지난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으로서 구매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다. 또한 감성적 가치는 사람들의 허영적 미의식을 자극하는 욕구대리가치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화려한 것이나 자기가 닮고 싶고 원하고 싶은 판타지를 드러낸 미의식에 사람들은 빠져드는 것이다. 가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판타지를 대신해서 드러내고 있는 천경자 그림은 구매자가 닮고 싶고 욕망을 실현해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감정적 가치의 한계점
Sentimental Value and Emotional Value, '추억의 가치' 와 '감정상의 가치'는 아주 중요한 문화산업과 문화 경제의 중요한 지표이다. 이것은 단순한 감정의 가치를 두 개로 나눈 것이 아니라 대중문화의 평가 및 인기 혹은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경제 지표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창조 문화산업(Cultural & Creative Industry)란 미디어(언론, 방송)제작, 패션, 출판, 음악, 비주얼 아트(순수 미술 및 기타 시각적 감각에 의존하는 장르) 게임 등을 통 털어 말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해리 포터의 작가가 벌어들인 돈은 한국의 대기업 1년 매출을 웃돌고 지금 고인이 된 엘비스 프레슬리가 저작권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그 순수익만으로 평가한다면 대기업을 능가한다. 단지 고용창출에 적극적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경제적 한계가 있을 뿐이다. (오즈의 마법사에 의상의 일부로 사용된 구두는 지금 한국 작가 최고의 순수미술가인 박수근 화백 그림 값의 거의 두 배로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창조 문화산업의 객관적인 지표와 분석은 단지 인기를 우연이나 바람에 기대지 않고 산업적으로 분석하여 그 원인과 영향력을 찾아 이 산업을 발전시키고 수익을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이제 대중문화의 스타는 우연히 탄생 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만들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출판계에선 베스트 셀러를 만들기 위해 사재기를 하는 행위에서 신문사의 출판 도서담당자와의 향응 및 거래, 그리고 자사 잡지 들을 통한 지면 전략으로 평론가를 독점하여 집중 띄우기로 키우는 행위 등등 들 수 있다. 이런 행위는 한국의 미술계에서 특정화랑의 주인 P씨에 의해 변태적인 미술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부끄러운 미술계의 자화상인 그림의 호당 가격이 그것이다. 그림을 호당 가격으로 사이즈로 파는 것은 정말 전근대적이고 슬픈 한국 미술 문화 계의 현상이다.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이 같은 방법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도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미디어 담당자는 여론 매체를 사사로운 이익의 수단으로 전용하기도 하면서 시민들이 올바르게 바른 정보를 알 권리를 박탈하고 역시 공정한 경쟁력을 저해 시켰다는 것이다. 이렇게 변칙적이나 부정적으로 키워진 대중 문화의 스타는 단명할 수 밖에 없으나 문제는 문화의 정상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실력 있는 사람들이 발을 못 붙이게 해 결과적으로 저질 문화를 대중들에게 이식시키고 실력 있는 사람들을 키우지 못해 국내 문화산업의 시장의 황폐화 현상이 일어난다.
시민의 문화는 시민의 양식으로 지켜 시민들이 발전을 시켜야 하는데 이러한 것을 저해 시키는 것이 있다. 그것이 저급한 형태의 Sentimental Value and Emotional Value, '추억의 가치' 와 '감정상의 가치'이다. 그러면 '추억의 가치' 와 '감정상의 가치'에 등급이 매겨질 수 있는가? 산업적으로 보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그러면 이 Sentimental Value and Emotional Value, '추억의 가치' 와 '감정상의 가치가격을 형성시켜주는 중요한 두 요소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이것은 바로 공감(sympathy) 과 소통(communications)이다. 그러나 유의 해야 할 것은 이 공감(sympathy)과 소통(communications)에도 등급과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개념을 바로 이해하고 개별 문화, 고유 문화(예/한국 문화)와 전체문화, 보편문화(세계 문화)에 적용되는 사례를 연구함으로 문화 창조 산업에 종사하는 예술가나 기획자 혹은 매니저 및 관리자들이 고유 문화 시장의 변화를 바로 인식하고 세계 문화 시장을 구체적으로 이해하여 자기의 스타일에 맞는 전략 전술을 개발하여 무한 경쟁력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허유림(유로저널 문화칼럼니스트, Rp’ Instit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