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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혜의 런던 아트 나우(London Art Now #2)
yBa(young British Artist)의 대부

마이클 크레이크 마틴(Michael Craig-Martin)


 
yBa라는 신화와 yBa의 대부


박물관과 미술관의 퀄리티를 결정짓는 소장품의 수준으로 본다면 영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찬란한 문화와 예술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자부심에 비해 영국의 미술사는 이상하리만큼 변방에 가깝다. 헨델과 세익스피어가 음악사와 문학사에서 각각 이름을 내세 우며 영국 예술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는데 반해, 20세기 이전 미술사를 통틀어 영국이 예술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경우를 찾기는 쉽지 않다. 영국 미술은 1900년대 말까지도 비교적 뿌리깊은 문학적 전통에 기초를 둔 소설과 영화, 비틀스 후예들의 팝음악, 그리고 브로드웨이를 능가하는 웨스트엔드 뮤지컬 같은 분야에 비하면 미술은 특히나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현대미술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진다. 테이트 모던(Tate Moren)은 개관이래 10년만에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미술관이 되었으며, 영국 북동부 게이츠헤드(Gateshead)라는 작은 도시에 세워진 대형 조각 <북방의 천사Angel of the North>가 스러져가던 탄광촌을 일약 국제적 문화관광 명소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이뿐이랴. 2003년에 런칭한 프리즈(Frieze)아트페어에서 거래되는 작품가 총액은 무려 약 5천억원(3억 3천만 파운드)에 이르며 세계미술시장을 좌지우지한다. 최근까지 가장 작품가가 비싼 생존작가 1위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라는 사실은 또 어떠한가. 감히 미술의 변방이라고 표현한 영국미술이 이처럼 현대미술의 메카가 된 것을 두고 이른바 ‘신화’로 표현되는 것이 전혀 이상할 리 없다.




11- 4.jpg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펜타인 갤러리 전경




 그렇다면 ‘신화’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영국 현대미술 신화의 핵심키워드는 바로 영국 젊은 작가들(young British artists)을 뜻하는 yBa이다. 보통의 미술사조는 예술의 재상과 부활을 의미하는 르네상스, 빛에 의해 변화하는 사물의 인상을 포착해낸 인상파, 전위적인 예술운동의 일환인 아방가르드 등 그 이름 자체에 해당 미술사조의 핵심적인 미술 양식이나 미학적 태도를 암시하는 수식어로 이루어져 있다. 그에 반해 yBa는 단순히 국적과 세대를 나타낼 뿐인 단어들로 결합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독특하다.


 yBa는 1988년 7월 런던 남동부 도크랜드지역에서 <프리즈Freeze>라는 전시를 통해서 탄생하게 되었다.  이 전시를 개최한 열다섯 명의 예비 아티스트들은 모두 골드스미스 대학의 졸업반 동기들이었다. 당시 ‘작은 정부’를 내세워 효율성을 추구하던 대처 정보는 예술가들을 지원하던 보조금의 혜택을 없애버렸으며, 다소 보수적인 런던 화랑의 풍토와 더불어 런던의 미술계가 신출내기 작가들에게 호락호락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프리즈>전의 면모를 살펴보면 출품된 작품들이 다소 과격하기는 하지만 이른바 세계 미술계의 충격을 가져다 줄만큼 파급력을 가질만한 전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전시가 yBa라는 신화를 만들어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전시나 작품 자체보다 기획 과정 전반에 나타나는 작가들의 ‘새로운 태도’에 있었다. 전시장 섭외 및 작품 구성은 물론이고 홍보와 마케팅까지 작가들이 직접 발로 뛰어 만들어낸 전시였음을 주목해야 한다. <프리즈>전 하나를 놓고 본다면 그리 성공적인 전시는 아니었다. 출품작을 통틀어 맷 콜리셔(Mat Collishaw)의 작품 한 점을 사치에게 판 것이 유일한 성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시를 주축으로 작가들은 영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풍토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동년배 작가들은 임대료가 싼 이스트엔드 지역으로 몰려들며 작가들의 연대를 생성하고 직접 전시회를 개최하고 화랑주나 기획자가 아닌 아티스트가 주축이 되는 대안공간을 만들어나갔다. 그 움직임들이 본격적으로 젊은 작가들이 찰스 사치, 노만 로젠탈과 같은 미술계의 핵심 인사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면서 본격적인 파장이 일어났고 이를 통해 yBa가 비로소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이 파장의 중심에는 열정 가득한 젊은 작가들이 있었지만 yBa의 대부로 알려진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이라는 배후가 있었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골드 스미스 대학의 교수이자 당대 최고의 작가였다. 또한 테이트 미술관의 이사회 멤버로서 영국 미술계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기에 젊은 제자들을 미술계의 핵심 인물들과 연결시킬 수 있었다. 그는 알려진 바에 의하면 차분한 성품을 가진 동시에 매우 냉철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이다. 그는 학생들로 하여금 제도나 매체에 억압되지 않고 다양한 영역을 고루 실험할 수 있도록 했으며, 프로작가처럼 작업하고 비평가들처럼 서로의 작품을 평가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이와 같은 독특하고 자유로운 풍토는 작품에 있어서는 yBa특유의 도발적인 작품의 밑걸음을 만들어 주었고, 미술계에 대한 현실감각과 도전정신을 고취시키는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크레이그 마틴의 회화 세계


이처럼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주로 yBa의 대부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그의 작품과 그 자신이 영국 현대미술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사실 매우 중요하다. 크레이그 마튼은 아일랜드 더블리엔서 태어나 UN에서 농경제학자로 일한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청년기까지 보냈다. 그 후 예일대학에 진학해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데, 그가 대학을 다니던 시기의 미국은 미니멀리즘, 팝아트 등의 새로운 창조정신으로 무장한 미술사조들이 쏟아지던 시기였다.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매우 팝아트적으로 보여지기도 하며 미국의 미술관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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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일상적인 오브제들을 단순한 선과 색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제스퍼 존스나 도널드 저드의 작품과 연관성을 보였으며,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발견된’ 오브제를 조각 작품에 사용, 미니멀아트로부터 영향받았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이후 재현과 리얼리티의 문제를 탐구하는 데 주력한다. 밝고 선명한 색 대신에 일상적인 오브제들을 다룸으로 크레이그 마틴은 이미지와 선, 단어, 색채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만들어냈다. 크레이그 마틴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높은 선반 위에 놓인 평범한 물컵이 어째서 참나무인지를 기호학적으로 보여준 참나무(1973)로, 대상 그 자체보다 미술가의 의도가 중요함을 선언한 이 작품은 작가의 작품 세계뿐만 아니라 개념미술 운동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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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모습



그는 뉴욕, 가고시안갤러리, 도쿄, 모리미술관, 런던, 워딩톤갤러리 그리고 리손갤러리 등에서 주요 갤러리에서 수많은 전시를 열었다. 1969년 작가의 작품 <뚜껑이 뒤바뀐 4개의 동일한 박스들 Four Identical Boxes with Lids Reversed>이 테이트 미술관에 컬렉션 된 이래로 그의 작품들은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의 퐁피두센터 등 규모가 크고 유명한 미술관에 소장됐고, 그의 공공 프로젝트는 전세계의 미술관과 공공 장소에서 보여졌다. 그는 런던의 화이트채플 갤러리 (1989)와 아일랜드 현대미술관 (2006-07)에서 회고전을 열었으며, 작가의 거대한 규모의 설치 작품들은 유럽투자은행와 라반 댄스센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크레이크 마틴은 영국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면서도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자신의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고민하고 실험을 멈추지 않아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작가이다. 현재 하이드 파크 내에 위치한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볼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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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서는 비싼 작품가격으로 원작을 소장하기 힘든 일반인들을 위해 판화작업을 스페셜 에디션으로 판매하고 있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개인전
장소 : Serpentine Gallery (Kensington Gardens, W2 3XA) +44 (0)20 7402 6075
2016. 2. 14까지




둘러볼 만한 전시

Bill Viola : 'Martyrs' – St Paul’s Cathedral 2015. 12. 14 – 2015. 12. 31
Gillbert & George : The Banners – White Cube 2015. 11. 25 – 2016. 1. 24
                             Frieze sculpture park – Regent’s Park 2015. 12. 12 – 2016. 3. 6
Giacometti : Pure Presence – National Portrait Gallery 2015. 12. 12 - 2016. 1. 10
                   Hoyland, Caro, Noland – Pace gallery 2015. 12. 20 – 2016. 1. 16



이번 호에서는 yBa의 탄생과 그 배경을 살펴보았다. 이어 다음호에서는 yBa의 근거지이자 영국 동시대미술의 전신인 이스트런던을 둘러보며 여전히 런던 미술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전위적인 움직임들을 포착해보고자 한다.




칼럼리스트 오지혜
이화여대 미술학부 졸업, 이화여대대학원 조형예술학 전공 후,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 미술기자,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이메일 iamjeeh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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