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새로운 자본, 그림 값의 가격 결정 요소
보고 나면 기겁하는 미술품 가격들. 그리고 뒤따라 오는 흔한 말 “이거 나도 그리겠다” 과연 그럴 수 있는 것일 까? 아니면 너무 터무니 없는 가격에 말문이 막히는 것일까? 아래는 각각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싼 가격을 유지하는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1932년-)의 <Blood Red Mirror>와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킨 싸이톰블리(Cy Twombly 1928년-2011년)의 작품 <Untitled>이다. 가격은 각각 한화 10억 원과 23억 원. 무엇이 이들의 가격을 결정짓는 것일까? 필자는 이 글을 통하여 미술품 가격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과 이에 상반되는 그림 값의 가격 결정 요소에 대하여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Blood Red Mirror>
싸이톰블리의 <Untitled>
1. 시선 하나-예술은 대중적이고 보편적이어야 해.
“실제 미술 전시회에서 어떤 작품을 놓고 미술 평론가들이 작품을 설명하다가 알고 보니 쓰레기통이라는 식의 넌센스가 벌어 지는 것 또한 사실이야. 그리고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들 중에서도 기본기가 부족하면 '너는 추상화로 나가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교수들도 있잖아. 가치를 일반적인 잣대로 규정짓고 따지려는 건 아니지만, 예술의 본질은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 20세기 들어 미술을 가장 보편적으로 대중화 시킨 밥로스(Bob ross 1942년~1995년)를 정통성이 없다는 이유로 장사치로 비하하면서 학벌과 이름값만으로 그림 값어치를 높이는 건 아니라고 보거든.”
<Bob ross>
터무니 없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미술품 가격에 비판적인 이들은 종종 위와 같은 의견을 내놓는다. 상당부분 공감이 가면서도 세계적인 화가들의 대작을 설명함에 있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게 먼저가 될 순 없다는 말이다. 그럼, 시 보다는 소설이, 소설보다는 수필이, 수필보다는 뉴스기사가 더 예술에 가까울 것이다. 현대미술에서 감상의 쾌락은 알레고리의 독해법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아용 숫자퍼즐보다 초등학생용 그림퍼즐이 그림퍼즐보다는 큐브가 더 재미있는 이유와 비슷한 것처럼 경지에 이르면 오목보다 바둑이, 오슬로보다 체스가 더 재미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가치의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필자는 언급하고 싶다. 작품의 가격을 형성하는 기준이 되는 가치. 그렇다면 무엇이 이렇게 엄청난 가격을 형성하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일까?
2. 시선 둘-가격과 가치의 상관 관계
얼마 전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접하였다. 바로 <1조에 해당하는 그림이 있다> 1조?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 약2000억 원에 팔렸던 것이 생각나서 과연 사실일까 라는 궁금증에 검색을 해본 결과 ‘절대주의’ 창시자인 러시아 화가 카지미르 말레비치(Kasimir Malevich, 1878~1935)의 대표작 ‘검은 사각형’(Black Square)이 그 가치만 우리 돈으로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있다는 것이다.
더욱 이 명화 밑에 먼저 그려졌던 그림 2점이 X선 촬영으로 발견되면서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을 소장하고 있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트레차코프 미술관 소속 전문가들은 말레비치가 자필로 적어 둔 글 ‘동굴에서 싸우는 흑인들’(Negroes battling in a cave)은 이 작품의 의미를 탐구할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과연 1조 가치는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 된 것일까?
<피카소, 알제의 여인들, 1956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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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림 값을 결정짓는 3가지 가치
서구 미술 시장에서 미술품의 가격을 형성하는 3가치 가치는 바로 1) 미술사적 가치(Historical Value), 2) 미학적 가치(Aesthetic Value), 3) 감성적 가치(Emotional Value) 이다.
미술사적 가치란, 어떤 작품이 미술의 변천에 미친 영향과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가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입체파와 미래파, 보티시즘등 영향을 준 폴 세잔, 야수파와 표현주의에 직접 간접을 변화를 불어넣어준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 빈센트 반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등의 작품이 지닌 가치다.
작품의 미술사적인 위치는 최근 들어 더욱 중요하게 평가되고 서구의 미술 시장에선 근대와 현대의 작가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미술사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의 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은 소장을 원하는 공공 갤러리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고흐의 대표작인 해바라기 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은 그것을 소장하길 원하는 갤러리 만도 수 백개 이상이 되는데 그림은 8점 밖에 없다.
만조니의 똥 통조림, 앤디 워홀의 우유곽 상자와 스프 캔을 스크린으로 복제한 그림이 비싼 값으로 팔리는 것은 미적 가치(Aesthetic Value)보다 바로 미술사적 가치(Historical Value)를 중요하게 여긴 까닭이다.
검은 사각형의 단순한 그림,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이 1조의 가치를 지니는 이유도 캔버스 쪽에 먼저 그려진 그림은 ‘입체 미래주의적’(Cubo-Futurist)인 구도이지만, ‘검은 사각형’ 바로 밑에 그려져 표면 균열로 색채가 보이는 그림은 ‘최초의 절대주의적’(proto-Suprematist) 구도인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최초의 절대주의적 구도> 이것이 바로 미술사에 편입되어 가격을 책정하는 결정적인 미술사적 가치이다. <검은 사각형>은 말레비치가 1912년쯤 구체적이었던 그림의 개념을 거부하고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따르는 ‘절대주의’(Suprematist) 예술을 개념을 구현한 작품으로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기 때문이다.
<말레비치, 검은 사각형, 1조원의 가치를 지닌다>
< 영국 국내용 작가, 조수아 레이놀즈의 작품>
또 ‘검은 사각형’을 둘러싼 흰색 테두리 부분에는 말레비치가 직접 쓴 글 ‘동굴에서 싸우는 흑인들’(Negroes battling in a cave)이 밝혀지며 전문가들은 말레비치가 ‘검은 사각형’을 그리기 이전인 1897년, 프랑스의 유머 작가인 알퐁스 알레(1854~1905년)가 그린 검은 사각형의 제목인 ‘밤 지하실에서 싸우는 흑인들’(Combat des Negres dans une cave, pendant la nuit)을 모방한 것으로 의견을 내놓았다.
만일 이들의 가설이 옳다면, 말레비치의 작품은 알레의 그림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것으로 ‘검은 사각형’이 그려지게 된 과정에 새로운 사실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기에 미술사에 편입된 작품의 새로운 추가 사실에 대하여 미술계는 환산할 수 없는 수치로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4. 국내용과 세계사적 미술사의 가치
그러나 미술사적인 가치도 국내용인가 세계용인가에 따라 그 가격과 위상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영국 미술사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조수아 레이놀즈(Joshua Reynolds)는 영국과 연방 권에서 비교적 비싼 값으로 안정되게 거래가 되고 있다. 그는 초대 로얄아카데미 원장으로 영국 미술에 상당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영국 문화권 밖을 넘어선 그의 작품은 거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당연 거래도 뜸할 수 밖에 없다.
‘미적 가치(Aesthetic Value)’란 가이드 라인인 작품의 질이나 상태이다. 이 미적 가치의 기준은 사실상 난해하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역적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기준이 각 문화권 마다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싼 값으로 팔리는 작품들은 더욱 일반적 보편과 ‘미술사적 가치(Historical Value)’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미술 시장에서 인기가 있고 갈수록 가격이 상승하는 까닭은 바로 ‘일반적 보편성 미적 가치(Aesthetic Value)’와 ‘세계 미술사적 가치 (Historical Value)’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의 일반적 보편 가치를 획득한 작품은 지역성을 넘어 세계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으나 그것을 담고 있지 못한 작품은 지역성의 한계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여기서 보편성과 일반성이란 문제가 다시 제기 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샤갈은 러시아 유태인의 지역적인 한계적이고 개별적이며 고유적인 주제를 수용하고 표현했지만 ‘일반적 보편성 미적 가치(Aesthetic Value)’를 획득해 누구에게나 공감을 주는 세계적인 작품으로 환원되었다.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의 작품>
<마르크 샤갈>
5. 감정적 가치의 가격화
<감정적 가치(emotional Value)>란 20세기에 들어선 새로운 가치이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미의식으로 대중적 접근과 일반성 혹은 보편성으로 개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미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고미술 상가에서 <향수적 가치(Sentimental Value)>를 자극하며 고가의 엔틱이 거래되는 현상, 프랑스 사람들이 나폴레옹에게 가지는 자부심도 바로 감정적 가치로 설명 될 수 있다. 우리가 유사성과 친근감에 대하여 닮은 것, 익숙한 것에 친근감을 느끼며 근사하다라고 말하는데 있어 <근사하다>라는 표현 뒤에는 <멋지다>의 의미와 <비슷하다>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인간이 익숙하고 비슷한 것에 친근감을 느끼는 심리가 반영이 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추억의 가치' 와 '감정상의 가치'는 아주 중요한 문화산업과 문화 경제의 중요한 지표이다. 이것은 단순한 감정의 가치를 두 개로 나눈 것이 아니라 대중문화의 평가 및 인기 혹은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경제 지표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추억의 가치' 와 '감정상의 가치가격을 형성시켜주는 중요한 두 요소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바로 공감(sympathy) 과 소통(communications)이다. 그러나 유의 해야 할 것은 이 공감(sympathy)과 소통(communications)에도 등급과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탈 구조화된 시대, 유목민의 삶을 실현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지역과 국가를 뛰어넘어 공감과 소통을 이루어 낸다. 그러기에 서로 다른 배경의 작품들을 마주하며 타인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천정부지로 치솟는 미술품 가격 뒤에는 이를 결정짓는 3가지 요소가 존재한다. 오랜 시간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가격 형성에 기준이 되는 기본 요소들. 그런데 똑같은 요소를 가지고서 왜 한국에서는 왜 세계적인 작가를 찾아보기 드문 것일까? 바로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울타리. 다음 편에 한국 미술시장의 특수성과 세계 시장에 대비하여 이것이 지니는 한계성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허유림, 유로저널 컬럼니스트, 인디펜던트 큐레이터, 예술기획및 교육, Rp’ Instit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