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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6.05.03 03:18

원조? 대세! 아르헨티나 말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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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대세! 아르헨티나 말벡



요즘 먹방, 쿡방이 대세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은 더는 유별난 것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맛집 주변에는 저마다 '원조'라는 간판을 단 식당이 즐비하다. 그런데 원조라고 무조건 가장 맛있을까? 원조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면서 단점을 보완한 '아류'가 자기만의 맛을 선보여 판세를 뒤엎고 대세가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아르헨티나의 말벡이 바로 그런 대세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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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벡 데이로 들어가는 문



지난 4월 18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에서는 월드 말벡 데이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1853년 4월 17일 Domingo Fautino Sarmiento 씨가 프랑스로부터 들여온 말벡 품종을 아르헨티나 와인 사업계에 제안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2011년부터 아르헨티나 정부 차원에서 시작했다. 이 날은 아르헨티나 와인 역사에 있어 전환점이 될 만큼 중요한 날이다.


분명 말벡의 '원조'는 프랑스 남서부 꺄오흐(Cahors) 지방이지만, 지금 전 세계 와인 시장에서 말벡하면 아르헨티나를 떠올릴 정도로 말벡 품종은 아르헨티나 와인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훌륭한 맛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전문가와 대중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오히려 프랑스산 말벡 와인이라고 하면 "프랑스에도 말벡이 있어요?"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아르헨티나 말벡은 '원조'는 아닐지라도 '대세'인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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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사를 하는 ‘호르헤 로발로’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

사진제공 :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관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의 인사말로 시작한 이날 행사는 두 남녀의 정열적인 탱고 공연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음주가무'는 불가분의 관계다. 국내 14개 사가 수입하는 16개 와이너리의 와인 뿐 아니라, 국내 미수입 품목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말벡 데이지만 말벡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르헨티나 국민 화이트 품종 토론테스, 국제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등 아르헨티나 와인의 다양함과 저력을 볼 수 있었다. 이날은 화이트 와인도 인기 있었는데, 아르헨티나의 화이트 와인은 따뜻한 햇볕과 고산지대의 서늘한 밤과 큰 일교차 덕분에 잘 익은 과실 향과 시원한 산도를 모두 지닌 훌륭한 품질을 자랑한다. 그런데도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새로운 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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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열정적인 ‘땅고’
사진제공 :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관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은 강건함의 대명사다. 잉크처럼 진한 색깔, 잘익은 검은 과실과 각종 향신료의 스파이시함, 포도가 자란 땅을 떠올리게 하는 흙내음, 나무나 숯을 그을린 스모키한 내음, 묵직하게 혀에 닿는 보디감과 입이 얼얼할 정도의 단단한 타닌감. 약간은 투박하지만 우직하고 곧은 남성 이미지의 와인으로 각종 육류, 그중에서도 풍미가 강한 소고기나 염소, 양고기와 매칭할 때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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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한 말벡을 깨우기 위한 캬라프.
시간이 한참 걸린다


아르헨티나는 '아사도(asado)'라고 부르는 소고기 바비큐 요리가 유명한데, 세계 최고의 소고기를 먹으려면 미국도, 일본도, 이탈리아도, 프랑스도 아닌 아르헨티나로 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아사도 요리는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육질과 육즙 가득한 강한 풍미로 유명한데, 보통의 스테이크와 달리 숯불 그릴에 약한 불로 천천히 구워내서 육즙이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후후이 (Jujuy) 소금사막에서 나온 살짝 단맛이 도는 소금을 뿌리고, 올리브 오일, 오레가노, 소금, 식초, 토마토 등을 넣어 만든 치미추리(chimichurri)라는 향신료와 함께 먹는데, 고기부터 소스까지 모든 것이 말벡 와인의 캐릭터와 안성맞춤이다. 아사도는 말벡을 부르고, 말벡은 아사도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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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벡 데이의 마무리는 원조로!



이날 하루 국내에 소개된 최고의 말벡을 한 자리에서 맛봤다. 짱짱한 타닌에 입안을 얼얼하고, 진한 색 때문에 입술과 치아는 검게 물들었지만 피아졸라의 흥겨움이 가득한 하루다. 저녁에 아르헨티나 전문 레스토랑에서 친구들과 말벡 한 병에 아사도 한 접시 하러 가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필자 손에는 말벡이 아닌 '꼬트(프랑스에서는 말벡을 꼬트(‎Côt), 또는 오세후아(Auxerrois)라고 부른다.)' 한 잔이 들려있었다. 이적이나 복면가왕 '우리동네 음악대장'의 '걱정 말아요. 그대'도 정말 매력적이지만 전인권의 그 노래가 그리운 밤이랄까? 말벡 데이는 그렇게 저물었다.

프랑스 유로저널 박우리나라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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