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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복을 벗고 정치나 경제를 하부구조라고 합니다. 그것이 근간이 되어서, 철학이나 아름다움의 추구, 인간답게 사는 것, 이런 것들을 받쳐주는 겁니다. 그런데 후진국으로 갈수록 정치나 경제가 지배하는 사회가 됩니다. 선진국에서는 정치나 경제는 기타 분야를 받쳐주는 근간이 되는 것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는 인간다운 삶이라든지 환경이라든지 그런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정치가 너무 많이 지배하고 경제가 너무 많이 지배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사실은 객입니다. 도와주기 위한 것인데 뒤바뀌어서 주인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철학이나 학문하는 분,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분들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하고, 사람들이 그런 쪽 일을 하고 싶어 해야 됩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쪽을 하시하고 지금까지는 무조건 타이틀이나 학벌을 추구하는 사회가 되어 왔습니다. 앞으로는 점점 바뀔 것입니다. 요즘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그럴 듯한 직업에 계신 분들도 다 던지고 진로를 전환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는 사회가 와야 되고요. 정말 내가 해야 되는 일이 뭔가, 이런 걸 찾는 사회가 와야 되는 겁니다. 신문에 가끔 소개가 됩니다. 어느 원로 법조인은 판결 한 번 잘못한 것 때문에 법복을 벗고 산으로 들어가셨다고 하더군요. 내가 누구를 판단할 수 있단 말이냐, 하는 거죠. 그럴 수 있어야 합니다. 판사들이 판결하고 나서 자랑스럽게 ‘오늘 한 건 했다’ 하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됩니다. 과연 내가 이걸 제대로 했는가, 이렇게 두려워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요즘 드라마에도 보면 소시민들이 나옵니다. 분실물센터에서 일하는 여자, 전철기관사…… 등장인물들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 소시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구나’ 하고 반가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는 그럴 듯한 사람들이 늘 주인공이었습니다. 아니면 시청자들이 안 봤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김밥 말아서 시장에 내다 파는 사람들도 주인공으로 나오고, 어느 새 그걸 굉장히 좋아하면서 보는 사회가 됐습니다. 이 사회가 진짜 그렇게 되어야 하고요. Grinee, Lee /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 현재 호주 시드니 거주 grinee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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